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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추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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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호] 빈속에 양약을 먹으면 속을 버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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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속에 양약을 먹으면 속을 버린다?
김영기
오랜 기간 동안 치료를 요하는 환자들을 진료실에서 대할 때면 흔히 “양약을 이렇게 오래 먹어도 되나요?”라며, 빈속에 양약을 먹으면 속을 버리니까 할 수 없이 약을 먹기 위해 밥을 먹는다는 얘기를 흔하게 듣게 된다. 잠시 이해를 돕기 위하여 우리가 복용한 약물의 흡수에 대해 알아보면, 우리가 먹은 약은 소화관(위장, 소장, 대장)에서 흡수가 되어 문맥이라는 굵은 혈관을 통해 간으로 간다. 그후 간세포는 이 약에 둘러 쌓여 약물 분해라는 특별한 반응을 일으키며, 간에 존재하는 효소에 의해 외부에서 들어온 약물을 물에 잘 녹는 화학물질로 바꾸어 소변을 통해 배설시키게 된다.
약물의 흡수 과정 중에 소화관에서 흡수가 될 때 문제가 되는 약물들이 있지만 모든 약물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흔히 복용하는 약물 중 해열진통제인 아스피린은 위장출혈을 일으킬 수 있고, 팔다리가 아플 때 먹는 소염제 역시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피부질환에 흔히 쓰이는 스테로이드는 위장장애 뿐만 아니라 장기 복용할 경우 얼굴이 달덩이처럼 붓는 질환인 쿠싱증후군도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양약을 빈속을 피하고 식후에 먹어야 한다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의학 상식이다.
대부분의 약들은 식후 30분에 먹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으나, 질병의 종류에 따라 공복에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좋은 경우도 있다. 신경성 위장병에 쓰이는 약들의 특징은 식사를 할 때 위의 운동을 촉진시키는 것이어서 식후 30분 후에 먹으면 아무런 효과를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복통을 유발하거나 심지어 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약을 식후 30분 후에 복용하도록 하는 것은 위장 점막 자극 증상을 완화시키고 혈중 약물농도의 급격한 상승을 막기 위한 것인데, 신경성 소화불량의 경우는 약물의 효과를 발휘하려면 식사때 이미 충분한 양의 혈중 농도가 유지되어야 하므로 식전에 약을 복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속이 쓰릴 때 복용하는 제산제나 위점막을 보호하는 약제도 다른 약제의 흡수를 방해하지 않는다면 식전에 복용해도 무방할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약에 대한 맹신은 대단하여 외국여행을 하면서도 약을 사재는가 하며, 남에게 선물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양약을 빈속에 복용하면 속을 버린다는 것은 잘못된 의학상식이며 약의 종류나 질환의 종류에 따라 달리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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