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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추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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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호]인체는 작은 소우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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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또 오셨네요?” “예, 안녕하세요?” “그 간 컨디션은 좀 어떠셨어요?”
진료실에서 L 씨를 보며 서로 인사를 건네고 증상을 물어본다. L 씨는 공사 도중 5 미터 높이에서 떨어져 어깨뼈 골절, 허리 통증, 외상으로 인한 얼굴의 말초신경 마비 및 귀울림 (이명) 등 여러 부위에 손상을 입은 산업재해 환자이다. 나와는 나이도 비슷하고 치료도 성실히 받아왔기 때문에, 외래 진료실에서 조금 바쁘더라도 가능한 이 곳 저 곳 꼼꼼히 치료해주려고 신경 쓰는 환자이다. 안타깝게도 손상된 쪽의 어깨 관절이 굳어 정상적인 운동이 어렵고, 밤에 잠을 자기도 불편할 정도의 통증이 어깨와 허리에 자주 재발하여 치료 성적이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다. 이미 만성화된 통증과 신체조직 손상으로 인해 치료를 하더라도 증상과 컨디션에 오르락 내리락 기복은 있을 것이라고, 일단 꾸준히 치료하자고 예상되는 경과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끙끙 참아내며 침 치료를 받는 모습을 보면, 그래도 가능한 계속 좋아지는 쪽으로만 갔으면 하는 마음이 절로 떠오르게 된다. 치료하는 의사도 그런데 환자 본인이야 오죽하랴 싶다.
“어제는 비가 와서 그런지 허리가 많이 아프더라구요.” “그런가요, 날씨에 따라 그렇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어제는 평소보다 조금 더 오래 걸었더니 밤에 더 많이 힘들었습니다.”“얼마나 오래 걸으셨는데요?” “한 1시간 정도 더 걸었던 것 같아요”
보통의 건강한 사람이라면 별 문제 없었을 날씨, 외부환경, 신체 활동량의 작은 변화에도 사고후유증을 가진 L 씨는 종종 민감하게 반응한다. 30대 중후반의 강건한 한 남성이, 깨지기 쉬운 유리처럼 되었다. 침 치료 등의 기본적인 한방치료는 산재보험 적용이 되지만, 만성 통증에 사용할 수 있는 한약 투여 등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치료도 필요할 것 같아 L씨에게 말했더니 벌써 일을 쉰 지 수 개월이 지나 더 경제적인 부담을 하기는 어렵단다. 우선 산재보험이 적용되는 치료기술 내에서 최대한 해보자고 L씨에게 다시 이야기했다.
‘인체는 하나의 작은 우주 (소우주) 이다.’ 라는 말이 있다. 여러 뜻이 있겠지만, 한 사람의 건강 상태는 하나의 우주만큼 복잡 다단한 상호작용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다치는 것은 순식간이지만, 인체 각 기관의 복잡미묘한 상호작용에 의해 유지되는 건강 상태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오랜 기간 동안의 섬세한 치료과정이 필요하다. 다발적 손상이 흔한 산재사고의 경우 특히 그러하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없을 정도로 사고가 심하거나 심지어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그 사람의 소우주는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갈 수 없을 만큼 심각하게 훼손되거나 아예 소멸해 버린다. 또한 한 사람이 가족, 직장, 사회 공동체 속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는 존재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는 더 이상 한 개인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이 속한 공동체 전체에 반드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소우주는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산재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이미 사고를 당한 후 치료를 하는 것보다 우리의 신체적, 사회적 건강과 소우주적 균형을 유지하는 데 더 근본적이고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더 많은 이윤추구를 위해서라면 노동자들이 어떤 희생을 당하건 아랑곳하지 않는 현재와 같은 자본주의적 사회에서, 산업재해는 구조적으로 지속된다. 이러한 자본주의적 이윤추구 및 그로 인한 산업재해 때문에 밤하늘의 수많은 별처럼 반짝이는 우리의 수많은 소우주가 삼켜져 버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우리는 단결하고 연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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