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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추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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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호]밀양 송전탑 진료방문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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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에는 밀양 상동면 고정리에서 765kv 송전탑 반대 농성을 하고 계시는 주민들의 진료연대 방문기를 씁니다.
제가 사는 경남 양산에서 밀양까지는 자동차로 대략 1시간 정도 걸립니다. 휴일 아침 9시 경에 도착하니 활동가 한 분과 아침부터 농성장에 나와 계신 주민 두 분이 농성장 천막에서 누룽지를 굽고 있다가 반갑게 맞아 주시네요. 한 달 전 첫 방문 때에는 예고 없이 가서 할머님 세 분만 치료해 드렸는데, 이번에는 미리 전화를 드리고 갔습니다.
천막은 송전탑 전선 바로 밑에 있습니다. 비 오는 날이나 시험 송전할 때에는 웅웅웅 전선 우는 소리가 들린다고 하네요. 제가 갔을 때에는 날씨가 맑은 날이라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약 10평 안 되는 공간에 전기장판, 이불, 커피 주전자, 밥솥 등이 각자 자리를 갖추고 있습니다. 침 치료를 하기에는 조금 좁은 공간이라 두세 명씩 가로 세로로 누워서 치료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 저기 전화를 돌리시더니, 천막으로 치료를 받으러 모이셨어요.
당일 진료를 받은 16명의 주민들은 대부분 허리, 어깨, 목, 무릎, 팔꿈치 관절 등의 부위에 오래된 통증을 호소하였습니다. 나이 많은 주민들이 농성과 투쟁으로 몸과 마음의 긴장이 풀리지 않은 상태가 장기간 지속된 것도 이런 만성 통증에 영향을 주었겠죠. 변비, 소화불량 등의 기능성 소화기관 증상도 함께 있었습니다. 한 번의 침 치료로 얼마나 도움이 되시겠냐마는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드렸습니다.
아침 9시 반부터 진찰과 치료를 시작했는데, 금세 점심시간이 되어 함께 둘러앉아 돼지김치찌개와 밥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제 국그릇에는 고기를 듬뿍 넣어 주시네요. 과하게 대접해주시는 것 같아 겸언쩍기도 했지만, 맛있게 먹는 것이 상책일 것 같아 국물까지 다 먹었습니다. 그리고 또 치료 시작해서 오후 3시쯤 진료를 마쳤습니다. 진료실 침대가 아닌 바닥에서 하다 보니 무릎을 굽혔다 폈다 하며 저도 힘들었지만, 한겨울 차가운 길에서 오체투지를 했었던 기륭전자 해고 노동자 동지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닐 겁니다.
저녁 식사와 촛불 집회도 함께 하자는 정겨운 요청도 하셨지만 집에서 어린아이가 기다려 가봐야 한다고 하니 웃으며 금방 보내주십니다. 할머니 한 분은 직접 농사지어 볶은 햇땅콩 비닐주머니와 강정을 가족과 나누어 먹으라고 챙겨주셨어요. 연대방문에 대한 반가움과 아쉬움의 표현이겠지요.
함께 그 자리에 있으면서 잠시나마 온기를 함께 나누고 함께 웃고 함께 투쟁하는 것이 연대방문의 가장 큰 내용이라는 것을, 오랜만에 몸으로 깨달을 수 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천막 벽에 붙어있는 “철탑 뽑힐 때까지 저승사자도 내쫓겠다.” 노래를 부르며 함께 왁자하게 웃으시는 할머니들의 통쾌하고 단호한 의지도 건강해 보였습니다. 밀양 주민 공동체의 투쟁이 꼭 승리할 수 있도록 기원하면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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