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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추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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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호]한 발짝 전진을 기대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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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리에 모였다
금속노조 선거가 끝난 10월 말 저녁, 산추련에서 조금 특별한 모임이 열렸다. 각 사업장 노동조합에서 전직 혹은 현직 직선간부로 활동했던 혹은 활동하고 있는 회원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산추련이 지역에서 활동해 온 지난 십 수년간, 많은 산추련 회원 동지들이 노동조합의 간부로서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 위해 분주히 뛰어다녔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산추련과 회원 동지들 각자의 경험과 역량이 쌓이면서, 과거에는 노동안전보건부서 중심의 활동을 하는 회원 동지들이 다수였던 것이, 이제는 조직, 쟁의, 고용 등 다른 부서의 활동을 하는 동지들과 지회장 혹은 사무국장 등 다양한 역할과 위치에서 활동하는 동지들이 좀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동지들의 고민의 깊이와 폭도 당연히 훨씬 깊고 넓어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고민들을 나눌 수 있는 기회들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이날 모임은 이런 고민들을 서로 나누고자 하는 취지에서 마련되었다. 모두들 오랫동안 서로 알고 지내 온 동지들이어서 그런지 처음부터 허심탄회한 얘기들이 오갔다.
조합원들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우선 가장 먼저 토론의 주제로 떠올랐던 문제는 현장조직력을 어떻게 복원할것인가에 관한 것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합의 대의원선거에 여러 명이 출마하여 선거 열기가 후끈하였고 노동조합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대의원선거에 아무도 출마를 하지 않아 몇 년씩 공석인 자리도 생기고 현장조직에 빈틈이 많이 생기고 있다. 노동조합에서는 다양한 사업을 통해 조직을 복원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이런 상황을 하루아침에 해결하기는 어렵겠지만 조합원들을 조직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사활이 달려있는 중요한 문제인 만큼 꾸준히 다양한 방식으로 모색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 모비스(전 카스코) 지회장 심소보 동지는 다른 어떤 것보다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고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특히 과거 투쟁으로 쟁취해 온 노동조합 교육, 산안 교육 등 노동자 의식을 고양시키기 위한 교육시간들이 이제는 노동자들에게 조차 불필요한 시간, 그냥 때우는 시간으로 전락한 현실을 지적했다.
다양한 방식의 소통을 통해 조합원들이 동원의 대상이 아닌 진정한 현장의 주체로 서기위한 고민이 시작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활동가들이 먼저 조합원들의 고민거리를 듣는 열린 자세가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노동자들의 숙명의 과제, 고용!!!
다음으로 얘기가 오간 것은 역시 노동자들의 중요한 관심사일 수밖에 없는 고용에 관한 것이었다. imf이후 자본에 의해 짤려 나간 자리는 남은 자의 몫으로 남아 노동의 강도는 계속적으로 세지고 있고, 골병이 들어가는 노동자들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에서, 새로 들어오는 인원은 없고, 있더라도 다 비정규직이다. 외환위기의 상처는 노동자들의 뇌리에도 깊숙이 남아서 “일이 있을 때 벌자”는 생각이 현장에 널리 퍼져있어, 법정 노동시간이 주 40시간으로 줄었어도 잔업, 특근이 늘어 주 60-70시간씩 기본으로 일하고 있다. 기본적인 현실이야 사업장 별로 별 차이는 없었지만 구체적인 상황은 사업장마다 다소 달랐다. 세신 버팔로 사무국장 박수일 동지는 일거리가 없어 공장을 제대로 안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호소했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다 당장 묘책을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그 답답함에 대해 모두들 공감했다. 얼마 전까지 고용부장을 하다가 이번에 지회장을 맡게 된 삭스의 남기룡 동지의 고민 또한 만만치 않았다. 계속 물량 증가가 예상되고 있는데다 이미 노동시간이 지역내에서 최고 수준에 이른 상황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가 최근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자본의 흐름에 종속되어 고용이 곧 생명이 되어버린 우리들의 삶. 그 속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노동자의 몸. ‘어쩔수 없어. 당연하거야’ 라고 여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몸과 삶을 지키기 위한 구체적 실천이 필요하다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동지들의 어깨가 더욱 무겁게만 보였다.
해묵은 과제, 노동조합 관료화!!!
지회장을 비롯한 직선간부들이 모인만큼 상급단체와의 관계 또한 이야기거리에 올랐다. 과거에는 상급단체가 지회 내에서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으면 가지고 올라가서 함께 해결하는, 해결이 힘들면 적어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라는 점을 다들 인정했다. 지회의 문제를 상급단체에서 풀어 놓는 지회가 거의 없을 뿐만 한 아니라, 그럴 분위기도 안 된다. 위에서 내려오는 지침을 어떻게 수행할 것이냐는 얘기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나마도 충분한 논의 속에서 의견을 수렴해서 하기 보다는 팩스나 이메일로 날라오는 공문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지회와 상급단체의 소통, 그리고 상급단체를 통한 지회들 간의 소통이 단절되어 가고 있거나 형식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얘기가 아닐까? 상급단체를 포함한 노동조합운동 전반의 관료화 경향 역시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관료화 경향은 대개 노동조합이 규모가 커지고 힘을 가질수록 더욱 가속화된다. 노동조합운동의 관료화 경향에 대한 얘기가 나온 지 한참 되었지만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음을 동지들의 얘기 속에서 직감할 수 있었다. 노동조합운동 전체가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을 하루 속히 마련해야겠다는 절실함이 느껴졌다.
실무, 적지 않은 부담
마지막으로 노동조합 간부로서 실무에 대한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어려움을 여러분들이 호소했다. 몇 년 동안 비상근 부지회장을 하다가 이번에 사무국장으로 상근을 하게 된 세신버팔로 박수일 동지는 각종 공문 등 문서 업무 때문에 예전에 비해 현장에 갈 수 있는 시간이 훨씬 줄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대림요업 사무국장 김문겸 동지는 조합의 각종 실무도 실무지만 노동조합 간부로서 6백여명이나 되는 조합원들 경조사에 참석해야 하는 게 적잖이 부담스러웠다고 호소했다.
한 발짝 전진을 기대하며
노동조합 간부로 활동하면서 느꼈던 혹은 느끼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에 대한 얘기들이 오고 갔지만 예상했던 것처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많이 찾지는 못했다. 이 한번의 모임으로 답을 찾을 수 있는 거라면 이런 모임을 기획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동지가 나 말고 여럿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이 자리에 함께 했던 동지들과 산추련 회원동지들이 각자가 서 있는 자리에서 딱 한 발짝이라도 더 전진하려고 애쓸 때 우리 모두는 할 걸음 성큼 앞서가고 있게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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