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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추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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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호] 삼특고용특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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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뭐하고 지내, 00 노동조합에서 활동가를 구한다고 하는데 일해볼래요?”
오랜만에 얼굴을 보게 된 삼특고용 특위 동지에게 물었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싫다. 내 현장에서 일하고 싶다. 일하러 갈꺼다. 땀흘리며 노동하고 싶다”라고 말한다
얼마나 절절한 요구인지 알기에 더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1996년 12월 26일 포항제철(주)가 삼미특수강(주)를 부분 인수한다는 발표 이후 1997년 2월 17일 자산매매 계약서가 체결되었다. 그리고 포항제철 회사측은 1986년 설립된 삼미특수강노동조합이 삼미특수강 회사와 10년간 유지해온 단체협약의 내용을 무시한 채 기존 노동자의 일부만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려 하였다.
포항제철이 삼미특수강을 인수한 것은 기업내의 인적레걋?자원의 일체를 인수하는 것으로, 사실은 ‘기업(사업 또는 영업) 전체를 인수’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항제철 회사측은 소위 ‘자산의 인수’라는 방식을 취했다. 따라서 삼미특수강 노동자들은 선별적으로 포항제철에 ‘재입사’ 절차를 밟아야 했고, 그 과정에서 과거 노동조합 활동을 활발하게 하거나 회사측에 찍혀 있었던 노동자들은 굴욕적인 재입사원서를 내고도 채용되지 못하였다.
이로써 2,342명 가운데 2천여 명이 하루아침에 조합원의 자격을 박탈당하고 길거리로 내몰리게 된 것이다. 이러한 포항제철 회사측에 항거하여 삼미특수강의 200여 노동자들은 7년이란 긴 세월동안 투쟁을 전개하였다.
말이 7년이지, 7년의 고통을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어디서 봐도 가슴 한켠이 아려오는건 뭘까? “끈질기게 투쟁하면 반드시 승리한다”는 교훈을 남기고 싶다던 동지들의 어렵게 살아가는 모습만은 아닐께다.
오랜만에 삼특 동지들이 모인다 하여 찾아갔다.
“그래도 어렵게들 일자리잡고 살아가고 있지, 장가도 못간 친구, 아직 변변히 일자리도 못 찾은 동료, 가족병치레에 힘든 사람들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지, 그래 이리 만나면 온통 누구는 어찌 지네노, 병원에 입원해있다던 누구 집사람은 괜찮은지 안부를 묻느라 시간가는 줄 모르는 기제”
오랜만에 만나 술 한잔씩 하니 예전의 아쉬움도 쏟아져 나온다. “그때 초반부터 파업에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만약 그랬다면 그리 오래가지 않고 이길 수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 “간부들이었던 우리가 많이 잘못 했어” “우리가 철저하지 못했다” “지금 우리는 뭐하고 있노” 라는 자책에 목소리가 약간 커지기도 한다.
한켠에서 “치아라, 술 취해서 이야기 하지 말고 맑은 정신에 이야기해야 안되나”며 애써 안타까운 과거를 떠올리지 않으려는 동료도 있다.
괜히 내가 끼어서 상처를 후벼파고 있는거 아닌가?
“이기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우리는 우리 스스로 모든 걸 결정했지. 수많은 토론을 거치고 말이지”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농성투쟁하고 있을 때 언제나 든든한 힘이 되어주었던 동지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2000년 첫 출근투쟁을 전개하던 삼특 동지들을 찾아가 회의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서로가 규율을 만들고 운영하고 관리하며 서로에 대한 비판도 애정이 담겨있었던 모습을 보면서 그래 맞아 노동자 스스로 관리하고 통제하는게 이런거지 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내는 진짜로 회사가 비상식적이서 투쟁에 동참했거든, 그러면서 세상을 다시 보게 되었지, 내뿐만이 아니고 대부분이 그렇지 서울이고, 국회고, 오만데 다니고 투쟁하면서 정말 있는 놈의 세상이구나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게 되었지, 한 동료는 비정규직으로 일하다가 관리자가 하는 짓이 하도 괘씸해서 한대 패주고 3일 만에 때려쳤다고 하더라구, 그 기질이 어딜 가겠나 그리고 겸이는 벌써 노조 대의원 돼서 활동한다고 바쁘고 그 회사 사장도 골치 아플기라 ㅎ ㅎ ㅎ ”
“ 니 이제 무조건 머리만 디밀지 말고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잔데가리 굴리라는게 아니고 많이 알아야 제대로 싸울 수 있다”라며 노동자는 노동자의 철학으로 무장되어야 제대로 싸울수 있다는 당부의 말을 전하는 말속에 동지에 대한 위로와 자랑이 잔뜩 묻어난다.
쉬운것만 찾아가고 선배동지들이 해온 활동을 실무적으로만 답습하는 요즘 세태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다. 이런 이야기를 많은 후배동지들이 들어야 할텐데 하는 생각을 해봤다.
“ 예전에 노사정위원회에서 판결과 상관없이 바로 복직시키겠다고 약속을 했었지. 사회적 교섭틀에 민주노총이 들어갈려면 그 약속부터 지켜야 하는거 아닌가”
“ 니 아직도 순진하네 믿을 놈들 믿어라”
“ 2003년 장기투쟁사업장 투쟁에 결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노동부와 교섭과정에서 우리사안은 누락했다 안하더나 ”
“ 봐라 봐라. 삼특 문제는 이미 잊혀진다 아이가”
“ 우리가 투쟁하지 않고 있으니 그렇지” 모든 것을 자신들의 부족함이라며 겸손한 동지들 앞에 연대투쟁 하다던 우리들은 무어라고 답해야 할까? 얼마 전 지역에서 사회적 교섭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고 사회적 교섭틀이 있으면 전국적 투쟁도 가능하게 되므로 활용해야 한다던 어느 민주노총 간부의 이야기가 자구 떠오른다. 교섭기구가 없어서 투쟁을 하지 못한거 아닐진데 말이다.
“ 지금 만약 예전으로 돌아가라고 한다면 다시 투쟁 하겠어요?”
“ 당연히 하지! 이제는 제대로 싸울 수 있는 방법으로 아니까, 우리는 정당성만을 가지고 했지 그리고 아직도 난 우리가 정당했다고 생각해 다만 승리하지 못했다는게 아쉽고 …, 지금 이렇게 살아가는 거 보다 낳지 않겠어, 언제가 누가 나에게 이렇게 묻더라고 당신네들 정말로 죽을 각오로 싸웠느냐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리 못한기라… 민주노총 지도부도 그러고 모두들 잘 되거라 했고 우리 모두 잘 되거라는 생각에, .합법적인 테두리안에서만 움직였다는게 가장 아쉽데이”
밤늦은 시간 동지들을 뒤로하고 돌아서는 길에 자꾸만 가슴이 저려오고 아프다.
왜 열심히 살아오고 투쟁해왔음에도 온전히 자신들만의 부족함으로만 돌려야 하는지, 대법원 판결이후 살며시 역사의 뒤안길로 묻혀버리고 있다.
자본의 구조조정의 폭격을 맞은 노동자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삼특투쟁.
투쟁과정에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지, 무엇이 우리에게 부족했던지 얼굴 맞대고 이야기 한번 해보는 자리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승리하지 못했다는 아쉬움,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현재의 고통을 정당했다는 것으로 위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뿔뿔이 흩어져 사는 개인만의 짐이 아니라 서로 나누어질 수 있도록 말이다.
과거 속에 우리가 가야 할 미래가 있다고 한다. 아흔 아홉번 쓰러질지라도 단 한번의 승리를 위해 투쟁하자던 결의처럼 삼특 동지들의 투쟁 속에 우리가 가야 할 미래가 있다.
투쟁하다 정년퇴임을 하셨던 아버지처럼 따뜻하던 동지들. 그리고 스물일곱 나이에 투쟁하다 어느새 30중반이 되어가는 동현이랑 동지들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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