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산추련 |
|
 |
|
[74호]형님들 정년퇴직하는 모습을 보는것이 희망입니다 |
|
88년 세신버팔로에 입사하여 22년을 보내고 있는 김창근 지회장을 만났다.
91년 처음 대의원 활동을 시작할 당시 전체 조합원이 700명 정도 였으나, 현재는 53명이라고 했다. 그간 조합원이 10분의 1 이상 줄고 회사가 축소 이전하는 동안 얼마나 많은 일들을 겪어 내야 했을지, 그 아픔들을 조금은 넘겨 짐작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처음에 입사한지 한 달 정도 있다가 파업을 하더라구요. 그때 파업은 회사 내에서 하는 게 아니고 매일 나가서 수출 후문도 가고 창원대로도 나가고 한참 그럴 때였습니다. 그때 우리 공장이 원래 양산에 있었고 창원은 지부였습니다. 그쪽 인원이 훨씬 많다보니 안건이 붙으면 늘 깨졌죠. 그때 전국에서 처음으로 1사 2노조를 했을 겁니다. 단위노조로 승격을 시켰고, 그때가 88년 2월경입니다. 그후 89년에는 5월 부터 100일간 붙었습니다. 그때 나는 눈에 띄게 한 것도 없이 그렇게 지낸것 같은데.. 91년 우리 선거구 대의원이 그만두게 되면서 50명 선거구에 전달을 할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때 누가 나보고 좀 하라고 하더라구요. 들어온지도 얼마 안 되고 고참도 많은데 형님들이 하시라고 했지만, 결국 대의원직을 맡게 되었습니다. 91년 1월 김명길 위원장 구속으로 김영성씨가 직대를 할 당시였는데, 그때 임투를 하면서 눈에 띄었나보죠. 그때는 총각이고 젊었으니까 회사서 살았습니다. 임투 끝나니까 6월이었는데 위원장 선거가 있었죠. 어쩌다 보니 대의원 3개월 만에 교섭위원도 하고 이후 사무장직을 맡게 되었지요.”
세신은 당시 대원강업, 대림자동차, 타코마, 중천 등과 함께 마창노련의 창립멤버였다. 봄부터 여름까지 회사를 마치고 통근버스를 타고 나가면 수출 후문에서 거의 매일 집회를 가졌다. 당시는 자발적으로 통근버스에서 내려 집회를 하고 가투도 했었다고 한다. 젊음의 열정들이 끓어 오른던 시절 참으로 아름다운 외침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다.
“그때는 임금이 워낙 낮았으니까 임금인상이 주요 요구였죠. 집행부가 바뀌고 김명길 위원장이 해고가 되면서 해고자복직 문제로 붙었습니다. 그리고 김명길 위원장이 출소하는 날 마중을 나가려고 강제로 공장 스위치를 내렸죠. 그것 때문에 해고자가 4명이 생겼습니다. 김명길 위원장 출소하는 날 조합원을 모으는 과정에서 몸싸움도 하면서..”
동지의 출소를 마중하기 위해 공장 스위치를 내린 다는 것..지금은 감히 상상 할 수 없는 일들.. 인간 답게 살기위한 몸부림으로 동지를 지키던 너무나 사람냄새 나는 일들..
들불 대동제를 며칠 지난 오늘 당시의 들불대동제의 모습은 어떠 하였는지 궁금 하였다.
예전에 들불대동제의 의미는 행사 이런 게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마창노련에서 뭔가를 하려면 어쨌든 경찰들이 못하게 해서, 대학교에서 한 기억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꼭 끝나고 나면 뒷풀이를 했습니다. 뒤풀이가 뭐냐하면 전경들과 싸우는 거죠. 92년인지 3년인지 정확하게 기억은 못하겠는데 그때도 장소를 못 구해서 대학교에서 행사를 치렀습니다. 당시 우리 위원장이 마창노련에서 조직국장으로 사회를 맡았지요. 대학교 운동장에서 학생들과 같이 행사 끝내고, 비가 보슬보슬 오는데 “이제 싸울 차롑니다” 라고 외치니 전체가 대열을 갖춰 전경들하고 늦게까지 싸우고 끝나고 나서 술한잔을 기울였지요. 왜 이런 얘기를 하느냐 하면 들불대동제가 마창노련이 생긴 것을 기념해서 만들어진 것인데, 그때는 들불대동제를 하는 날은 싸우는 날이었습니다. 11월에 하는 전국노동자대회처럼 생각하면 되는, 세월이 흐르다보니 참석도 잘 안되고 그런 것을 기억 하고 싶지만 현실이 잘 안 따라주는 것 같습니다.
20여년 조합 활동을 해온 활동가의 눈으로 본 현재의 노동운동 상황을 어떨까?
“ 한편으로 보면 이해가는 부분도 있습니다만, 내부 조직을 보면 늙었죠. 사람들이 마냥 예전처럼 그런 생각으로 활동을 할 수 없습니다. 늙었다는 것은 되도록 안정적인 것을 원하잖아요? 그런 것을 바꿔내지 못한 책임이 있는 반면에 세월이 흐른 만큼 사람은 변합니다. 그런데 너무 우리 스스로 그것을 내세우는 것 같습니다. 내부적으로 개선할 것도 얼마든지 있고, 끊임없이 바꿔내야 하는데 그런 것에 너무 소홀하게 해 온 결과가 아닌가..
타임오프관련해서 2008년 부산, 함안으로 이사 오기 전에 다음 단협에 문제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법이 바뀌니까 어떻게 할 수 있는가라는 방법을 나름대로 찾아보려 했는데, 자료가 너무 없었습니다. 그 법이 생긴 게 김영삼 시절이었고, 계속 딜레이 시킨 것이지 법은 존재 했었죠, 문제가 될 것인라 생각만 하고 대책은 미흡했던 것 같습니다.“
공장이전 당시 많은 조합원들이 공장을 떠나게 되었죠. ?
통상급 14개월 받고 나갔습니다. 제가 야무지지 못해서 그랬겠지만 그때 정서는 무엇이었냐면 사장이 땅을 팔고 공장을 안 할거다. 라는 분위기가 확 퍼져 버리니까 ‘부산으로 따라가 봐야 얼마 안 있어서 문 닫는다. 이참에 못 나가면 다음에 이런 기회도 없을 거다’ 그런 불안감이 쫙 깔려 있었습니다. 그래도 조합에서 2년은 돌려보자, 가보자 해서 온 사람들이 지금의 조합원이구요. 그런 분위기 때문에 우리가 파업하면서 걸었던 게 ‘말아먹자, 니 죽고 우리 죽자, 아무리 조건을 내워서도 우리는 안 할거다, 그냥 현장을 털자, 아무도 따라갈 사람 없다.’ 이렇게 전선을 치고 천막농성을 20일 정도 했습니다. 지금 남아 있는 조합원의 평균 연령이 52세가 넘습니다. 더 이상 갈 데가 없잖아요? 2년만 돌려도 다른 사람처럼 돈을 벌지 않습니까? 했는데, 다행스럽게 2년이 넘었고 아직까지는 힘들지만 희망을 한 번 만들어 보기 위해 생활 하고 있습니다.
세신은 최근 5~6년 사이에 격변을 겪었다. 회사가 어렵다며 땅을 팔고 이전하는 문제로 많은 조합원이 떠났고, 남은 사람들은 폐허같은 공장으로 이전하여 청소부터 다시 시작했어야 했다. 지회장은 그래도 작은 희망이라도 찾는다면 30~40년 공장밖에 모르던 형님들 정년퇴직 하는걸 보고 가는 것이라고 한다. 오늘도 소박하지만 절박한 꿈을 위해 새벽 6시 부산으로 향하는 김창근지회장의 출근길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시속 60km를 넘지 못하는 낡은 차를 끌고 팍팍한 언덕길을 오른다는 지회장님의 이야기를 듫으며 녹녹치 않았던 그의 지난 활동이 떠올랐다. 김창근 지회장의 소박한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희망을 함께 꿈꿔본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