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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추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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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호]빨간 오토바이의 눈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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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1일 우정사업본부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이 실시한 2013년도 한국산업의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일반행정서비스 부문 15년 연속 1위 위업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우정사업본부는 우체국이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고품질의 우정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모든 직원이 혼연일체가 되어 노력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우정사업본부의 그럴싸한 포장과는 달리 ‘고객만족도 1위’라는 우체국의 실상은 질병이 당연시되고 사고에는 무감각해진 비참한 현실이었다. 2013년 12월 발표된 보고서 「집배원노동자의 노동재해·직업병 실태 및 건강권 확보방안」은 21세기의 상식을 배반하는 집배원노동자의 가슴 아픈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집배원 중대재해 해결을 위한 연대모임(이하 연대모임)은 1월 21일 중대재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있는 우정사업본부 본부장과 관할 정부기관인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게 책임을 묻고자 우정사업본부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노동부에 우정사업본부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할 것을 요구하였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서울청의 몇 개의 우체국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하였지만 지적사항을 살펴보면 산업안전보건 위반혐의에 대해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것이 드러났다. 책임자를 두어야 한다는 형식적인 지적만으로 집배원 중대재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는 이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연대모임에서 제출한 고발 건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결정하였다.
우정사업본부는 명백하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업장이자, 공공기관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살인기업이다. 연대모임에서는 우정사업본부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에 대한 전면 재수사와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요구하며,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나가고자 활동하고 있다.
집배원노동자의 노동조건 및 작업환경
1) 장시간 노동
집배원노동자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3,379시간으로 전체 노동자의 평균노동시간에 비해 1,100~1,200시간 이상 많은 초장시간노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수기에도 하루 노동시간이 10.8시간에 이르고 있으며, 특별기에는 하루 15.3시간에 이르는 장시간노동을 감내하고 있었다.
2) 짧은 휴식시간
평일 평균 휴식시간은 비수기, 폭주기, 특별기로 갈수록 오히려 짧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비수기, 폭주기, 특별기의 휴식시간은 각각 평균 47.2분, 44.6분, 37.3분으로 나타났다. 1일 노동시간은 바쁜 소통기간일수록 2~3시간 씩 증가하지만 휴식시간은 오히려 짧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3) 장시간・불규칙노동의 또다른 원인 겸배
장시간 노동을 유발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 겸배(집배원 결원시 팀원들이 일을 나눠서 하는 시스템)가 있다. 한달에 겸배를 하는 횟수가 6일 이상인 경우가 2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1인당 한달 평균 5.7회의 겸배를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 노동시간은 8.6시간에 달했다. 여기에 더해 우정본부의 연가수당 감축 정책은 집배원노동자의 겸배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4) 달리는 시한폭탄
게다가 집배원노동자는 매일매일의 물량에 따라, 소통시기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불규칙노동을 하고 있다. 비수기에 비해 폭주기와 특별기의 일주일 평균 노동시간이 12.6시간, 27.3시간 씩 증가하여, 집배원노동자의 90% 정도는 뇌심혈관계질환 위험의 시한폭탄을 안고 배달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고강도, 장시간노동에 의한 사고와 골병
1) 사고다발 사업장, 우체국
절반 이상의 집배원이 우체국에서 근무하는 동안 업무수행 중 오토바이 및 차량 사고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여러 차례 연구가 진행된 퀵서비스 노동자, 배달 노동자 등 유사 직종의 교통사고 경험률을 상회하고 있다. 운수업종 노동자들은 일반적으로 사고의 위험이 높은 집단인데, 그 중에서도 집배원노동자의 사고경험률이 더 높아 고위험 집단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집배원 노동자에 대한 최근 3년간의 평균 노동재해건수 및 노동자 수에 대한 통계 수치를 가지고 2012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의 노동재해율을 비교한 것이다. 노동재해율이 전체 집배원노동자가 2.54%, 전체 노동자가 0.59%로 4.3배의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2) 축소·은폐되는 집배원의 노동재해·직업병
사고를 경험한 집배원이 50%를 넘을 정도로 사고가 많이 발생하지만, 사고 후 처리는 미흡하거나 집배원 부담으로 떠넘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상 재해에 대한 교육이 있긴 하지만, 사고 시 공무상 재해를 먼저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실제 처리 과정에 들어서면 쉬쉬하는 내부 분위기가 형성되거나 개인 과실로 몰아가서 재해노동자를 위축시키고, 처리 과정 또한 미온적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사고와 직업병이 다발하지만 상당부분 은폐되는 상황을 통계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정본부 소속 집배원노동자의 재해자 규모는 2010년 216명, 2011년 300명, 2012년 350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재해율은 2.19로 전체 재해율의 3.7배에 달하고 있어 이들의 재해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3) 일만 끝나면 탈진하게 만드는 노동강도
집배원노동자의 개인적, 직업적 탈진 평균 점수는 각각 48.2점, 45.3점으로 그 어떤 연구에서보다 탈진 정도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탈진은 직장생활 중에 쌓인 만성적 스트레스에 의해 발생하는 신체적, 정서적, 정신적 고갈상태로 다양한 질병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집배원노동자의 최근 3년간 뇌심혈관계질환 발생 평균과 전체 노동자(2012년)와의 뇌심혈관계질환 발생 만인율을 비교한 결과, 집배원노동자의 뇌심혈관계질환 유병률이 19.3배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4) 집배원노동자의 직업성 근골격계 질환, 매우 심각하다
한 개 이상의 부위에서 근골격계증상을 가진 ‘증상 호소자’가 74.6%였으며, 당장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질환의심자’는 43.3%였다. 절반에 가까운 집배원들이 당장 치료를 받아야 하는 근골격계질환을 앓은 채 배달 업무를 하고 있었다.
집배원노동자와 다른 업종 노동자들의 신체부위별 근골격계질환 증상에 대해 비교 분석한 결과, 기존의 다른 업종 연구와 비교하여 거의 모든 신체 부위에서 집배원노동자의 근골격계질환 증상이 가장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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