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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추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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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호]자활(自活) 노동자들은 스스로 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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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지역 자활노동자들의 노동조건 및 노동안전보건 실태
간병인들에게 옴이 생기다!!!
몇 년 전 산추련에 특이한 상담이 하나 들어왔다. 창원병원에서 근무하는 간병인들에게 집단적으로 옴이 생긴 것이었다. 조사 결과 옴은 환자에서 간병인들에게 옮겨 온 것으로 밝혀졌고, 그 분들은 다행히 산재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 분들은 창원 자활후견기관 소속의 간병노동자들로서, 자활근로사업의 일환으로 간병일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조사 과정에서 간병노동자들을 포함하여 자활근로를 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작업환경이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산추련은 창원 자활후견기관과 함께 자활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노동안전보건 실태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기로 하고, 작년 현장 방문 실태조사에 이어 올해는 각 사업단별 교육과 함께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자활? 자활근로사업?? 자활후견기관???
자활? 자활근로사업?? 자활후견기관??? 얼핏 들어 본 적이 있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그다지 익숙한 말들은 아니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자활(自活)은 “스스로 산다(생활한다)”는 뜻으로 “자립”과 같은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자활근로사업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저소득층에게 자활을 위한 근로의 기회를 제공하여 자활기반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기존 공공근로사업처럼 한시적인 일자리 제공이 아닌 저소득층의 자활촉진을 위한 공동체 창업 등을 위한 기초능력배양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자활후견기관은 이런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단체들이다. 대개 각 지자체별로 한두 개의 단체들이 있는데, 과거 경제위기 상황에서 만들어진 실업극복국민운동본부와 같은 시민사회단체들과 기존에 있던 사회복지단체들이 주축이 되어 각 지역의 자활후견기관을 설립하였다. 자활후견기관에서 운영하는 자활근로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분들이 자활노동자들인데, 대개는 ‘수급자’(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수급자, 과거의 생활보호대상자)나 ‘차상위계층’(실제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20% 미만인 경우)에 속하는 분들이다.
창원 자활후견기관에서는 이런 일들을...
타 지역 자활후견기관과 유사하게, 창원 자활후견기관은 자활공동체 운영지원사업과 자활근로사업단운영사업을 하고 있다. 자활공동체는 자활근로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사업체를 구성하여 독자적인 사업을 벌이는 것으로, 학교 화장실 청소(청소대행업)를 주로 하고 있는 “늘 푸른 사람들”과 건물 개보수를 주로 하고 있는 “늘 푸른 하우징”이 있다. 창원 자활후견기관에서 직접 운영하는 자활근로사업단에는 헌옷 재활용(옷가게 형식의 매장 운영), 폐가전 재활용(늘 푸른 자원이라는 재활용공장 운영) 사업을 하는 “재활용 사업단”, 음식물쓰레기로 가축을 사육하고 허브 농장을 운영하는 “복합영농사업단”, 병원에서 간병서비스를 제공하는 “간병사업단”, 누비, 천연 염색을 하는 “누비사업단”, 로또 기금을 이용하여 노인, 무의탁환자, 장애인가구에 대한 가사간병(재가간병)을 제공하는 “가사간병 사업단”, 건물 개보수작업을 주로 하는 “환경개선사업단”, 초등학교 화장실 청소작업을 주로 하는 “청소사업단” 등이 있다. (최근에 가사도우미 사업이 신설되어 운용중이다.)
창원지역의 자활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이러한 자활후견사업에 창원지역에서는 약 12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대개 동사무소 사회복지담당공무원의 소개로 자활후견기관을 찾게 된다고 한다. 전국적으로는 수급자 대 차상위계층이 7:3의 비율로 자활근로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나, 창원지역의 경우 타 지역에 비해 수급자의 비율이 적어 수급자 대 차상위계층의 비율이 2:8 수준이라고 한다. 연령은 40대에서 60대까지가 주를 이루고 있고, 여자 대 남자의 비율이 7:3 정도이다. 임금은 8시간 근무에 하루 30,000원 또는 7시간 근무에 하루 26,000원으로 최저임금수준이다. 주 5일, 1주일 40시간 근무를 하고 있고, 계약은 10개월-11개월 단위로 이루어진다. 4대 보험 중에서 산재, 고용보험 가입되어 있고 의료보험, 국민연금은 수급자여서 가입대상이 아닌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입되어 있다. 예산은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받고 있다. 현재 창원 자활후견기관의 1년 운영 예산은 약 9억원 정도라고 한다.
이걸로 어떻게 살라고!!!
작년 자활근로사업단을 방문하여 자활노동자분들을 직접 만났을 때, “일하시면서 가장 힘든 게 뭐예요?”라고 물으면 십 중 팔구는 “돈이 얼마 안 되는 게 젤 힘들지, 뭐.”라고 대답하셨다. 설문 조사 결과, 본인의 월 평균 임금은 68.6만원, 월 평균 가계 소득은 128.2만원으로, 이는 월 평균 생활비 135.3만원에 미치지 못했다. 저축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고,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더 많은 형편이다. 이래서 먹고 살기 위해 빚을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가계 소득과 생활비를 전국 평균과 비교해 보니, 이 분들의 경제적인 상황이 얼마나 열악한지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여가 생활을 즐기지 못한다면 가장 큰 이유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66%가 “비용이 많이 들어서”라고 대답하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그나마 계속 일했으면 좋겠어요.”
한 달 임금이 70여만원에 불과한 일자리지만, 그나마 많은 분들이 대개 계속해서 일을 하고 싶어 하신다. 언제부터인가 일자리보다 일을 구하는 사람이 많아져서,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구할 수 있는 일자리라고 하는 게, 여기보다 일은 몇 배로 힘들면서, 돈은 겨우 몇 만원 더 주고, 심지어 일이 없으면 언제라도 그만 둬야 하는 비정규직 일자리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일 년에 한 두달씩은 의무적으로(?) 쉬어야 한다. 자활근로사업을 주관하는 정부부처인 보건 복지부에서 퇴직금을 안 주려고 근로 계약 기간을 10개월 또는 11개월 단위로 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근로기준법을 정부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자활근로 노동자들의 경우 몇 년을 일하더라도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자활근로사업의 연속성이 끊어져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퇴직금 문제로 지노위에 제소하여 퇴직금은 받은 경우들이 종종 있다고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일인가?
열악한 작업환경, 누구한테 호소해야 하나?
자활노동자들이 그나마 계속 일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는 것은 이 일들이 정말 편하고 좋아서일까? 만일 그 일들이 정말 편하고 좋으면서 돈 되는 일이었으면 이미 민간 사업자들이 뛰어 들어 먹어치웠을 것이다. 정부 주관 하에 시행하는 자활근로사업이라는 것들이 대개는 3D(dirty 더럽고, difficult 힘들고, dangerous 위험한)면서 돈 안 되는 일들이다. 헌옷 재활용 매장과 폐가전 제품 재활용 공장은 늘 먼지로 가득 차 있다. “복합영농사업단”의 일은 100% 그 힘든 농사일이다. 앞에 소개한 간병 노동자들은 늘 감염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들고 옮기느라 허리에서 파스가 떠날 날이 없다. “누비사업단” 노동자들은 독한 염색약 때문에, “청소사업단” 노동자들은 독한 세제 때문에 늘 머리가 아프다. “환경개선 사업단” 노동자들은 건물 수리를 하다보니 언제 사고가 나지 않을까 늘 맘을 졸이면서 일을 한다. 목, 허리, 팔, 다리, 어깨가 쑤시는 것은 모든 자활노동자들에게 기본이고, 특히 간병 노동자들과 가사도우미 노동자들은 서비스 노동의 성격이 강해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크다. 설문조사에서 근골격계 증상 유병률을 살펴보니 기준1이 77명(70.00%), 기준2가 51명(46.36%)이었고,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 해당하는 기준3과 기준4 역시 각각 26명(23.64%)과 24명(21.82%)으로 매우 높았다. 작업복, 안전화도 없는 상황에서 보호구라는 것은 애초에 생각하기도 힘들다.
노동자다!!!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열악한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싶어도 어디에 호소해야 할지 막연하다는 것이다. 형식상으로는 각 자활후견기관이 자활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형태지만, 이는 말 그대로 형식일 뿐이다. 실제로 임금은 보건복지부와 각 지자체에서 지원받고 있는 예산으로 지급된다. 결국 실제 고용주는 정부(주관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이들이 아예 노동자가 아니라고 우기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자활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이 “노동의 댓가”가 아니라 “생계 지원비”이므로, 이들이 노동자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근로기준법의 규정을 회피하기 위해 계약기간을 일년 미만으로 고집하고 있고, 산재,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 하고 있다. 이상한 모순이 아닐 수 없다. 결국 노동자로서 가장 기본적인 법적인 보호조차 받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작업환경의 개선, 노동안전과 보건 실태의 개선을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자활(自活) 노동자들이 스스로 살기 위해서...
빈곤과 실업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자활근로사업은 많은 문제가 있다.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이 그렇고, 퇴직금을 안 주려고 일년에 10-11개월 단위로 계약 하는 것이 그렇다. 열악한 작업환경과 힘든 노동으로 그나마 번 돈을 병원비로 써야 하거나 얼마 못가서 그 일조차 그만 두어야 하는 현실이 그렇다. 노동자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다.
이 모든 문제들은 당연히 정부에서 책임져야 한다. 당장은 힘들더라도 장기적으로 실질적인 생계가 가능하도록 임금을 인상시켜야 한다. 한 번 자활노동을 시작한 노동자는 노동능력이 있고 본인의사가 있는 한 계속 노동할 수 있게 고용을 보장하고, 당연히 퇴직금도 지급해야 한다. 퇴직금 몇 푼 아끼려고 10-11개월 단위로 계약 하는 부끄러운 짓은 당장 그만 두어야 한다. 정부가 자활노동자들의 실질적인 고용주임을 인정하고 자활노동자들의 작업환경 및 노동안전과 보건 실태 개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부분적으로나마 서서히 노동자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는 전적으로 그들의 피땀 어린 투쟁의 결과라는 것을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자활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작업환경에 대한 개선 역시 자활노동자, 자신들의 투쟁에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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