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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추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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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호]S&t중공업지회 노동자들의 꽃 피는 봄을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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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밤 기온이 쌀쌀한 가운데 산추련 편집위원들이 창원대로 변에 있는 한 천막농성장을 찾았다. 컨테이너를 개조한 창원 S&T중공업의 농성 천막이다. 2013년 3월 임단협상이 회사의 교섭해태 등으로 교섭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회사 측이 쟁의행위 기간 중 석연찮은 이유로 조합원 4명을 해고해 노조가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곳이다. 추워지는 날씨 탓에 농성장을 지키는 동지들이 식사는 제 때 하는 지, 감기는 걸리지 않았는지 하는 걱정으로 천막 안으로 들어섰다.
“고생하십니다. 날이 추워 걱정입니다.”
“어서들 오십시오. 추운데 안으로 들어오세요.”
그 곳에서 농성중인 3명의 동지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았다. 여느 농성천막과 마찬가지로 바닥에는 전기장판과 같은 난방기류와 벽면에는 투쟁구호와 투쟁일지, 그리고 천막 벽면에 빼곡히 적어놓은 농성장 지지 방문자들의 일지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을 투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봄에 시작해서 겨울이 다 가도록 끝나지 않네요. 참 노동위원회 판결은 부당해고로 판결이 났지요?”
“예. 걱정하였는데, 다행스런 판결이었습니다. 회사의 억지스러움을 노동위에서도 안 것이지요. 우리 S&T지회는 45세의 나이가 현장 노동자의 막내일 정도로 고령화되어 있습니다. 또 25년 일한 51세의 노동자 기본급이 160만 원에 불과해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고 그래서, 우리는 신입사원 채용을 요구하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회사는 고령화된 현장에 신규채용 대신 아웃소싱으로 비정규직을 양산하려고만 하고 있고, 현장 내에 약 50여개의 하도급업체들이 상주해 있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지회와 회사는 아웃소싱을 하지 않겠다는 합의서를 작성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노사합의와 달리 회사가 9월 쌍용자동차에 납품하는 생산라인을 사내하도급으로 전환 하였죠. 그래서 노조는 부분파업과 태업으로 맞섰고, 회사가 사무직들을 생산에 투입하기 위해 해당 라인에서 일하는 조합원들에게 공장에서 나갈 것을 지시하여 이에 불응한 조합원 17명에게는 출근정지 조치와 2명은 업무방해를 이유로 해고했던 것입니다.
또 술에 취한 채 지시를 내리는 파트장을 떠밀었다는 이유로, 공장 업무환경과 관련해 파트장과 다퉜다는 이유를 들어 저를 비롯한 방위산업 생산라인의 조합원 1명도 폭력행사로 해고했던 것입니다. 노사합의를 무시하고 일방으로 치닫는 회사가 잘못이고, 술에 취해 작업지시를 하는 파트장이 잘못된 것이지 어떻게 이를 항의하는 조합원이 잘못입니까? 그래서 우리는 해고자 복직과 노사합의 이행, 성실교섭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부당해고 판결이 내려져 그나마 다행스럽습니다.”
“처음에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회사와 협상이 교착 상태에 있고 또 과거 조합활동을 한 간부 이력자들을 중심으로 해고를 위한 시비를 회사가 걸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위 제소를 너무 빠르게 한 것이 아닌가 걱정하였습니다. 혹여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판정이 날까 염려가 되었지요. 만약 그렇게 되면 현재 노조의 현장 장악력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될 우려가 있었지요. 하지만 다행스럽게 복직판정이 나서 현장에 힘이 실립니다. 빠르게 노동위에 제소를 한 것이 득이 되었습니다. 허허허.”
우리는 다함께 복직판결을 기뻐하며 웃었다.
즐거운 농담들이 오가는 가운데 한 쪽 벽면에 ‘최평규’라는 글자가 적힌 걸 보았다.
“최평규...아주 크게 적어 놓았네요?”
“최평규. 아주 고약한 사람입니다. 미신을 신봉하는 것 같아요. 회장 취임이후 어디서 점을 보았는지, 창원공장에 붉은 기운이 많아 노조의 기운이 강하다며 붉은 기운을 눌러야 한다고 하니, 공장 내에 있는 화단에 노란 장미를 심느라 난리를 피웠습니다. 그런데 장미라는 것이 노란게 잘 없거든요. 그래서 장미의 싹이 올라올 때 조금이라도 붉은 색이 띄면 여기저기를 뽑아내고 다시 심고를 하였죠. 그렇게 정성으로 심었는데도, 결국에 붉은 장미가 피었지요. 허허.. 그래서 공장 안은 노란 장미가 피고 공장 울타리로는 붉은 장미가 피었죠. 이래저래 하여도 안 되니, 노란 국화가 가득한 화분들을 본관 현관 앞에 놓기를 하였고, 그기다 공장안에 조그맣게 메밀꽃 화단을 조성하기까지 하였죠. 해마다 개화기에 맞춰 사원 가족을 중심으로 사생대회를 개최하여 노조의 기 누르기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껄껄껄.”
“참 재미있는 회장이네요. 그렇게 노조가 싫은 건가?”
“그것 뿐 만이 아닙니다. 해마다 1월 1일 신년에는 공장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며 고사를 지내는 데, 성산패총의 돌부처에서 지낸다나 봐요. 그기서 우리 공장을 바라보며 노조의 기를 눌러달라고 기도하겠지요. 그래서 저희도 정말 그기에 돌부처가 있는 지 장난삼아 성산패총을 찾아가니 정말로 있더라고요. 마치 사극에서 보듯이 장희빈이 그랬던 것처럼 아주 우서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회사처럼 돌부처 밑에다 최평규가 어찌되게 해달라고 빌어야겠다는 농담을 하고 온 적이 있습니다. 허허허”
한 기업의 회장이라는 사람이 정상적인 노사관계를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알 수 없는 신통력에 기대어 현장 노동자들을 등한시하는 것이 우습기도 하고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기도 하였다.
“이제 한 분은 부당해고판결이 나왔고, 다른 분들은 언제 쯤 결정이 나오나요?”
“나머지 분들은 아직 몇 일을 더 있어야 판결이 나올 거예요. 부당해고 판결이 나오더라도 회사는 쉽게 인정을 안 할 겁니다. 대법판결까지 볼려고 하겠죠. 그나마 부당해고라는 판결이 나와 지금은 많은 힘이 됩니다.”
“설 전 까지는 별다른 일정이 있나요?”
“배달호 열사 추모대회가 끝나고 난 후 오후 4시경에 공장 앞에서 금속에서 집회가 있을 것이고요. 그 이외에는 늘상하는 일상활동이죠. 매일 오전과 오후에 집회와 선전전을 출퇴근 시간에 맞추어하고 있습니다. 현장의 조합원들은 지금껏 잔업거부와 휴일특근거부를 통해 회사의 부당함에 같이 대응하고 있습니다. 처음 꽃피는 봄에 시작하여 눈 오기 전에 끝내자고 하였던 투쟁이 이제는 꽃피는 봄에 시작하여 꽃피는 봄을 또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허허허”
늦은 밤 천막 옆을 지나가는 차량들의 시끄러운 소리와 대형 차량들의 육중함에 흔들리는 지반의 느낌이 긴 시간 투쟁에 다소 지친 듯 한 말이었지만 아직은 우리가 승리를 할 수 있다는 현장의 자신감을 느낄 수 있는 한마디였다.
농성 천막 안에 잔잔히 흘러나오는 라디오의 음악과 이런저런 농담들이 오가며 웃음지을 수 있는 농성자들의 밝은 표정들은 어느 커피향이 가득한 다방에 온 듯 아늑했다.
얼마를 더 농담을 즐겼는지 모르게 시간이 금방 흘러 꽤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우리는 일어섰다. ‘지지 방문하시는 분들이 매번 통닭, 족발, 회, 이런 비슷한 메뉴들을 가지고 오시니까 우리가 편식을 하게 되는 것 같다.’는 농담과 웃음으로 서로 인사하고, ‘더 힘내시고 안녕히 주무시라’는 말을 뒤로하고 천막을 나왔다.
‘올해가 정년퇴직인 데 아직까지 투쟁조끼를 입고 있다. 허허허’웃으며 농담하듯 내 뱉는 늙은 노동자의 얼굴에서 오랜 시간을 현장의 동지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자본에 맞서 노동자의 권리를 당당히 지켜온 노장의 패기를 보았다. 그런 패기가 있기에 이 싸움은 결코 승리하리라는 믿음을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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