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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추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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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호]투쟁의 진짜배기는 연대에서 힘이 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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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까지만 가자!!
“낙엽 떨어지기 전에 끝내야지요”
“천막에 겨울이불 갖다 놨다”
“전기장판도 준비해야겠네”
“우리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끝장을 봐야지”
지난 5월 6일 kbr 사측은 직장 폐쇄에 이어 끝내 직장폐업을 신고했고, 지회 조합원들은 사측의 폐업을 '위장폐업'이라 규정하고 조금도 물러섬 없이 지회를 지키고 있다.
체감온도 37도를 넘나들었던 올 여름 더위는 사측의 단전/단수의 상황에서 조합원들에게는 더할 수 없는 힘겨운 날들이었음에 분명하다.
수박 한 덩이, 복숭아 한 상자 들고 가는 손이 부끄러웠고 함께하지 못하는 미안함에 마음은 무거웠다.
"월 화 수는 조를 나누어 각 영업점에서 선전전을 하고 목요일은 노동부에서 검찰청까지 걸어서, 금요일은 롯데아파트에서 하나은행까지 걸어서 선전전을 합니다."
10여명의 조합원들이 그 날 철농조를 기다리며 조촐하게 소주 한 잔 기울이다 들이닥친 얄궂은 손님 맞이하느라 냉동실에 감춘 먹다 만 소주병 머쓱하게 꺼내시며 하시는 말씀이다. 수 없이 많은 농성투쟁장에서 그 고통스럽고 분노의 그 긴 밤을 술 없이 어떻게 보낼 수 있으랴! 술잔 기울이며 수박도 자르고 복숭아도 깎고 그렇게 편안한 이야기 자리가 마련되었다.
"수요일 비가 많이 온다는데요? 그리고 말복이고요"
"비가 많이 와도 일정대로 하고, 여기 이러고 있으니 복날인지 뭔 날인지도 몰라. 올 복숭아는 첨 보는데"
투쟁이 장기화 되고 있는데 시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나요?
"사업주들도 이종철(kbr 회장)에 대해서 이해가 안 간다고, 학을 띤다. 시민들도 웬만하면 '힘내세요~~'라고 격려를 해주지"
우리 지역에 우리 손으로 뽑은 국회의원이 있을 때는, 그래도 투쟁사업장이 잘 해결될 수 있도록 관심도 많이 갖고 방문도 자주했는데 요즘은 어떤지요?
"몇몇 정치인들이 방문하긴 하는데 조합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조합원들과 이야기를 나눌려고 해야 하는데 간부 몇몇만 만나고 가지. 조합원의 목소리를 듣는게 최고인데 그런게 없어. 선거철만 되면 표 얻을려고 우리한테 오지."
"kbr이 대기업에 속해 있다면, 말하자면 전국구라면 하이에나들도 반응이 다르지. 경주 발레오공조 같은 경우는 프랑스 자본이라서 그런지 TV다큐도 나오고 하잖어. 언론도 다 레벨을 두지."
"1년 넘게 싸우면 잊어버려요. 굴뚝에나 올라가야 기억되지요. 연대행사, 이런 것이 진행되어야 하는데.."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2명의 조합원들이 사측의 회유나 협박에 흔들리지 않고 지회를 중심으로 싸우고 있는 희망의 끈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지쳐가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힘이 되어 주고 있는 그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회사를 사랑하는 마음이 큽니다. 회사를 살리고 싶습니다. 다시 일하게 되면 2~3배 일 할 의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종철이와는 끝장을 봐야 합니다. 우리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끝장을 봐야합니다.
"앞이 보인다. 금속의 이름을 걸고 꼭 이길것이다. kbr 지회가 금속의 자존심이 되고, 금속의 모범이 되고 싶다. . 금속이 적극적으로 투쟁해주었으면 좋겠다"
kbr 지회 조합원들에게 금속노조는 바로 자존심이다. 금속노조의 자존심을 위해 가족들의 생계와 자식들의 미래를 내놓고 싸우고 있는것이다. 뜨거운 불덩어리 하나가 식도를 거슬러 올라왔다.
농성천막에 전기 들어 온 지 10일 되었다고 한다. 지회사무실의 에어콘도 경비실로 가는 전기가 지회사무실을 거쳐 가야 하기 때문에 이종철의 맘은 많이 쓰리겠지만 전기를 쓸 수 있다고 한다.
"지난 겨울은 천막이었는데 팬션을 만들어 놨어. 최적의 환경이지. 조명은 또 어떻고. 붉은 조명이여. 사실은 조명을 사와서 끼웠더니 붉더라고. 나중에 한 번 갈 때 봐. 야외 까페도 있고. 몇 일 전 통일선봉대가 다녀갔는데 여학생 둘이 들어가서 보더니 울면서 나오더라고. 맘이 찡했어"
지난 겨울 지회 사무장은 천막서 잠을 자다 입이 돌아가는 바람에 꽤나 오랫동안 치료를 받아야 했다고 한다. 지금은 팬션을 만들어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놓았다는 말씀을 듣고 웃긴 했지만 50을 훌쩍 넘긴 아저씨의 농 섞인 말씀이 마음속에 큰 돌덩이로 들어왔다.
"현재 42명이 남아서 싸우고 있어요. 6명이 퇴직을 했는데 그 중 2명이 정년퇴직을 했고 8월에도 1명이 정년퇴직을 해요."
"정년퇴직을 했어도 자주 와. 어디 갈 데 있간? 내~~ 여기 있었는디"
직장폐쇄, 직장폐업에 맞서 싸우다 정년을 맞이하는 허탈감이 얼마나 클까? 인근의 지회의 경우는 정년 퇴임자를 위해서 지회 음악 동아리에서는 연주도 하고 졍년을 축하함고 동시에 헤어짐의 아쉬움을 나누는 데...... 헛웃음이 나왔다.
긴 병에 효자 없다고 했던가? 우리 노동자들의 긴 투쟁에 지역 동지들의 연대의 발걸음도 관심도 약간은 뜸해졌다. 8월 정년퇴임하시는 분이 한 분 계신다는데......
철야농성 1년 3개월 4일째(방문당시 8월 11일) 되는 날!!
'가을까지만 가자!!'라고 말하는 동생 조합원의 목소리도 '천막에 겨울이불 갖다 놨다'라고 말하는 형님 조합원의 목소리도 마음을 다지는 결연함은 매일반이다. 여기에 여전히 시들지 않는 연대의 손길이 붙어준다면 퇴직하시는 선배 조합원의 마음은 한결 더 가벼워 질 것이고 남아 있는 조합원들은 더 큰 힘을 얻어 '우리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끝장을 봐야한다"는 의지가 승리로, 금속 노조의 자존심으로 남을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육회 진짜배기는 살에서 꼬신내가 나"
투쟁의 진짜배기는 연대에서 힘이 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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