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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지모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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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호] 보금자리를 옮긴 세신 지회를 찾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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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를 옮긴 세신 지회를 찾아서
산추련 회지모임
10월 어느 날 세신 지회를 찾았었다. 봄부터 간간히 들려오던 회사 매각 소문을 끝까지 아니라며 발뺌하던 회사가 공장부지가 매각되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도 모자라, 11월 말까지 공장을 양도해야 함에도 이사 갈 공장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했단다. 이런 황당한 상황에서 교섭에 이은 철야농성이 시작되었다.
현장의 진동과 소음은 오간데 없이 정적만이 흐르는 공장에는 20년 이상을 노동자와 함께 늙어간 기계들마저 기죽은 듯 움츠리고 있었다. 심한 소음으로 노동자의 귀를 앗아간 기계는 미안한 듯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기계들이 빼앗은 것은 자라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이며 투덜대는 아내의 잔소리이며 반평생 함께한 나이든 동료의 노랫소리 그리고 노동자 삶의 전부였을 것이다.
교섭과 투쟁이 한창이던 11월 말 어렵게 이사할 공장을 구했다며 지금처럼 회사 소유는 아니라도 우리가 여러 곳으로 흩어지지 않고 한곳에서 일할 공장을 찾았다고(함안 공장 외 다섯 개 정도의 공장과 사무실로 분할 계획이 있었다) 안도의 소식을 전하는 동지의 얼굴에는 희비가 교차되고 있었다.
12월 16일 부산의 신평공단으로 이사한 세신을 다시 찾았다. 전에 염색공장 이었던 것을 몇 달 동안이나 비워둔 터라 조합원들은 켜켜히 쌓인 먼지들과 싸우며 낡은 기계를 손보고 있었다.
투쟁 당시 현장을 찾았을 때 당사자인 동지들 보다 더 무거운 표정으로 인사조차 제대로 건네지 못하고 있을 때 마치 어머니 같은 손길로 삶은 고구마를 건네시던 동지가 생각났다.
“정년을 1년 앞두고 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하다못해 작은 가정집을 이사해도 이사할 집부터 구해놓고 하는 것인데, 어찌 회사라는 것이 이사할 공장도 마련하지 않고 덜컥 공장 매각부터 할 수 있느냐며 혀를 차셨다. 그리고 나는 정년이 1년 밖에 남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살아야 하지 않겠냐고, 싸울 일이 있으면 함께 싸워야지 나만 생각하면 안 된다고... 열의에 차거나 힘주어 말하지 않아도 그 모습에서 세월에 묻어나는 동지애를 느낄 수 있었다.
여성 동지 여럿이 모인 곳에서 아무리 둘러보아도 그 동지가 보이지 않았다. 이래저래 여쭈어 보았더니, 회사가 부산으로 오게 되면서 여러분이 퇴사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동지도 퇴사를 하셨다고 한다. 많이 추운날도 아닌데 가슴 한 켠에 바람이 분다.
사측은 12월 신평공단으로 이주해 2월 말경 조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다. 우리 방문한 날도 조합원들은 열심히 자재를 나르고 기계를 손보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조업의 정상화를 위해 서둘지 않고 느긋하기만 한 사측의 행태를 보며 정말 공장 가동을 할 생각이 있는지 조합원들은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아직 조업의 정상화를 위해선 갈 길이 먼 듯 했다. 한 조합원 얘기론 처음 이사해 올 공장을 둘러보러 와선 너무 막막해 눈물마저 나왔다고 한다. 그래도 지금은 많이 정리 된 거라고...
모두 창원과 마산에 거주하는 조합원들이 신평공단 까지 출근을 하시려면 너무 힘드실 것 같아 여쭈었더니, 그래도 한 시간 차이 밖에 안 난다고 하신다. 아침엔 7시 15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야 하지만 뭐 왔다갔다 자면 되니 괜찮다고... 단지 조금 늦어 통근버스를 놓치게 되면 그것이 큰일이라 신다.
공장 이전 후 제일 먼저 꾸몄다는 여자 탈의실은 공장 전체와는 너무도 대조적인 훈훈함이 느껴졌다. 앞으로 힘든 노동을 보듬어 줄 따뜻한 방을 보니 그나마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 생명력을 잃고 있던 낡은 공장도 세신 조합원의 온기로 점점 생명력을 더해 가는 것 같다. 힘들지만 청춘을 받친 회사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 이렇게 열심히 하시는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희망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세신 동지 여러분... 다시 한번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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