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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추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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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호]굳은살에 박힌 가시- 재능교육 1750일 투쟁 이야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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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마창지역금속지회는 지난 7월 전국학습지산업노조 재능지부장 유명자 동지를 모시고 1600일 넘게 온 투쟁 이야기를 들었다. 비정규직, 그 중에서도 노동자성을 인정받지도 못하는 특수고용직인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들의 투쟁이야기를 옮겨본다.
“1999년 10월에 재능교육 본사 행정직, 사무직과 각 지국장들로 구성된 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을 나갔어요. 그런데 이들이 저희 교사들한테 연대요청을 했어요. 정규직은 숫자가 4～500명밖에 되지 않고, 저희 교사는 그 당시에 7000명 가까이 됐거든요. 숫자가 열배가 넘잖아요. 그런데 매주 주말에 파업하는 데를 학습지 교사들이 같이 나가다보니까 스스로 깨어나기 시작했어요. 우리가 쪽수로도 열 배 이상의 조직을 갖고 있는데, 왜 저 사람들 꽁무니를 따라다니면서 우리 것을 대신 바꿔달라고 해야 되는지... 그때부터 스스로 조금 앞서서 의식을 깨우쳤던 십여 명의 교사가 우리도 한번 노동조합 만들어보자 해서 노동부에 노조설립 신고를 하게 됐지요.”
유명자 동지는 1999년 처음 노동조합을 만들던 때의 이야기를 많이 했다. 노동조합을 처음 만들던 모습이 학습지 교사들이 처한 부당한 현실을 잘 드러내주기도 하고, 또 노동조합을 처음 만들던 때의 경험이 지금까지 투쟁을 이어올 수 있는 힘이 되었기 때문이다.
파업으로 쟁취한 노동조합
“저희가 사실은 노동조합을 결성하지도 않고 교사들이 파업을 나갔거든요. 저희가 대부분이 여성노동자들이고 주부 교사들이었는데 1999년 12월에 재능교육 사옥의 강당 하나를 점거하고 33일간 총파업을 했습니다.”
가급적이면 합법적 테두리 안에 노동조합 활동을 하려고 하는 요즘의 추세로 보면 노동조합도 만들기 전에 파업부터 한다는 건 엄두가 안 나는 일이다. 사실 당시에도 특수고용직의 투쟁에 대한 우려와 비관적 목소리가 많았다고 한다.
“운동진영에서 저희한테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너희가 이미 개인사업자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에 노동부로부터 노조필증이 나오기까지 짧아도 3년에서 5년 걸릴 거라고 저희 투쟁을 굉장히 비관적으로 봤습니다. 그런데 무식한 사람이 용감하다는 말 있잖아요. 저희는 노조법 근기법 전혀 몰랐습니다. 그래서 그냥 쪽수로 밀면 되지 생각했어요. 노동조합도 없이 조직된 전국의 재능교육 교사들의 파업대오가 3천명 가까이 됐습니다. 그러니까 파업을 나가는 그 자체, 노동조합을 만들겠다는 자체가 교사들의 불만을 분출시키는 해방구였어요. 수십 년 동안 회장만 잘 먹고 살았던 재능교육에 대해서 한방 먹일 수 있다는 자체가 너무 통쾌했고 그래서 더 계산하지 않고 저돌적으로 그리고 무식하게 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싸움을 해서 결국 파업을 시작한지 17일 만에 노동부가 손을 들고 노조필증을 내줬습니다. 그리고 재능교육도 33일 만에 손을 들어서 단체협약을 체결하게 되었습니다.”
난생 처음 만드는 노동조합과 처음 해보는 파업, 그리고 승리, 그래서 더 많은 기억들이 있다. 특히 이른바 ‘묻지마 타격투쟁’은 즐거운 기억이다.
“파업하는 한 달 내내 매일 관광차 두세 대씩 빌려서 서울과 수도권에 있는 조합원들을 무조건 전국 방방곡곡으로 보냈습니다. 그래서 거기 가서 지역에 있는 재능교육 지국 앞에 가서 버티고 있다가 수업 나가는 선생님들을 무조건 만나라 그래서 서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리고 그 자리에서 가입원서 받아와라... 서울과 수도권이 중심이 돼서 조직돼서 파업했던 대오가 처음에는 1800명 정도 됐는데 저희가 파업 끝나고 나니까 조합원 명부에 2800명이 넘었습니다. 그때 만약에 우리를 조직하기 위해 파견됐던 민주노총 서울본부나 이런 상급단체에서 짜준 틀대로 계산하거나 오래된 조직의 관성화 된 방법으로 했었다면 저희는 처음에 그렇게 힘 있게 한 달 만에 수천 명의 대오를 조직화하지 못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1999년 재능교육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노동조합을 쟁취하자 2000년 웅진, 대교, 한솔, 구몬 등의 노동자들도 노동조합을 만들기 위해 일어섰다. 그러나 자본의 탄압에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소수화 되어 결국 전국학습지산업노조로 모이게 된다. 그러나 자본을 향해 산별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힘 있는 산별노조는 아니었다.
“대한민국에 학습지 교사를 12만 명 안팎으로 보는데요, 대교, 구몬, 웅진, 재능 등 이른바 ‘BIG 4'에 있는 학습지 교사들이 4만 명 정도 되는 것 같아요. 2000년에 그 ‘BIG 4'에 있는 학습지 교사들이 한 1만 명 가까이 조직이 됐었습니다. 지금도 가장 안타까운 게 당시 ‘BIG 4'에서 일어났던 조직화된 노조를 하나의 산별노조로 만들지 못한 거에요. 그랬다면 우리가 지금 이 모양 이 꼴로 있을까 이런 생각을 많이 하는데 사실 참 쉽지 않았어요.”
특수고용직, 자본에게는 너무나 매력적인 고용형태
“처음 노동조합을 만들었는데, 그때까지는 비정규직이라는 말도 없었어요. 더구나 저희가 비정규직 중에서도 특수고용 노동자라는 걸 그 당시는 전혀 몰랐어요. 저희가 원래는 1990년까지는 정규직 노동자였습니다. 그런데 정규직 노동자였던 학습지 교사들을 1990년부터 개인사업자인 위탁계약자로 만들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집회 때 수없이 ‘비정규직 철폐’를 외친다. 그러나 정말 비정규직이 철폐될 거라고 믿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차별 철폐’를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비정규직의 역사는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다. 다만 아주 빠르게 사람들의 생각 속에 ‘어쩔 수 없는’ 제도로 자리 잡은 것이다.
“회사에 입사하면 저희한테 주어지는 책상 하나 말고 나머지 비품 쓰는 거 모두 하다못해 커피 마시는 거조차도 교사들이 팀별로 돈을 모아서 커피를 사놓고 먹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가르치러 나가는 색연필조차도 저희가 다 삽니다. 사무실 안에서 쓰는 사무용품 모두 교사가 사구요, 그리고 새로운 교제가 나오면 당연히 회사가 상품을 홍보해야 함에도, 홍보포스터와 브로마이드도 교사가 사야 합니다. 당연히 육아휴직 같은 거 없구요, 생리휴가도 없구요, 저희는 휴가도 없습니다. 당연히 휴가비도 한 푼 없습니다. 자본으로 볼 때는 이 특수고용직 노동자가 정말 너무도 매력적인 고용형태입니다.”
이 자식들아 세상이 바뀌었어!
재능지부는 학습지 산업에서는 유일하게 합법적 노동조합을 쟁취하고, 단체협약도 4번에 걸쳐 체결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자본은 진정으로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았다. 매년 자본의 탄압은 계속됐고, ‘공금횡령’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노동조합 간부만 표적 해고되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2007년 수세에 몰린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임금을 삭감하는 회사의 수수료제도 개악안을 받아들이는 임단협에 합의를 하게 된다. 이것이 1700일 오랜 투쟁의 시작이었다.
“2007년 5월에 이 단체협약이 체결이 됐구요, 현장의 교사들의 임금을 삭감하는 제도에 체결을 하는 노동조합이 무슨 필요가 있냐, 99년에 어떤 마음으로 이 노동조합을 만들었는데, 현장에서 참 많이 분노했어요. 특히 원년 조합원들이 강력하게 반대를 하면서 현 집행부에 이 수수료 제도를 바꿔나기 위해서 싸울 것을 요구했고 그 싸움을 하지 않아서 집행부가 사퇴를 했죠. 그리고 현장에서 반대를 했던 소수의 조합원들이 결국 이 망가지고 조직력이 바닥인 이 조직을 맡아서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그게 2007년 12월 21일 이명박이 당선된 이틀 뒤입니다. 그래서 12월 21일부터 재능교육 혜화동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을 했구요. 그때 재능교육 노무팀 이사가 저희들한테 한말이 딱 한마디였습니다. 이 자식들아 세상이 바뀌었어!.”
“재능교육은 12월 21일 천막 치는 첫날부터 굉장히 폭력적으로 천막을 침탈했구요, 첫날 투쟁할 때부터 뚜들겨 맞으면서 천막도 없이 12월 한겨울에 본사 앞에서 그냥 아스팔트 위에서 노숙을 하면서 그렇게 투쟁을 시작한 게 오늘로 1667일이 됐습니다. 처음엔 회사와의 임금제도 개선을 요구하면서 시작했던 싸움이 결국은 1000일이 가고 1600일이 넘어서 이제 만 5년 가까이 들어서게 된 겁니다.”
굳은살에 박힌 가시
유명자 지부장은 소문난 울보다. 집회장에서 연설을 할 때 그는 자주 눈물을 흘린다. 재능교육 투쟁을 이야기하면서 그는 역시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자본의 지독한 탄압에 힘들었던 이야기를 하면서가 흘린 눈물이 아니었다.
“얼마 전에 장기투쟁 사업장이란 우리 민주노총 내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있을까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굳은살에 박힌 가시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내 살에 박히긴 했는데 빼지 않아도 그렇게 아프지 않은, 굳이 뺄 필요는 없는 하지만 거슬리는 가시와 같은 겁니다. 특히 재능교육지부 투쟁은 저희가 그렇게 재능교육 자본과의 임금문제로 싸우는 단순한 문제로 보지 말아달라고 계속 주장을 하고 요구를 하고, 천일이 넘어서는 민주노총에 몇 번을 요구를 했었습니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문제를 가지고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노동자대회를 한 번만 밖아 달라. 한 번도 못했습니다.”
굳은살에 박힌 가시. 내 살에 박히긴 했는데 빼지 않아도 그렇게 아프지 않은, 굳이 뺄 필요는 없는, 하지만 거슬리는, 굳은살에 박힌 가시... 유명자 지부장의 이 말이 오래도록 가슴에 아프게 박혀있다.
노동조합 인정, 그것이 현장에 돌아가야 하는 이유
“투쟁하면서 회사는 계속 면담이라고 주장하고 저희는 교섭이라고 주장하는 기회가 몇 차례 있었는데, 그것도 회사와 직접 교섭을 하지 못하고 서울지방노동청 중재로 노동청 근로감독과장이 배석한 자리에서 노사가 만난다던가 아니면 상급단체인 서비스연맹 위원장이 회사의 대표이사를 독대를 해서 안을 받아 온다던가 이런 게 한 서너 차례 있었어요. 그런데 지난 5월 중순에 재능교육으로부터 직접 교섭을 하자고 연락이 왔어요. 노동조합과의 공식교섭이냐 노동조합 인정하고 교섭하는 거냐 물으니 그렇다고 했습니다.”
끈질긴 투쟁이 가져온 작은 성과다. 복직과 관련해서도 회사는 처음 6개월～3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복직시킨다는 입장에서 조금 더 진전된 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회사가 끝까지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았다.
“니네는 지금 현재 밖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 재능교육 안에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밖에 있는 동안 너희들하고 단체협약을 논할 수 없다. 그러니까 단체협약을 어떻게 해야 될 지는 일단 들어와서 추후 논의하자 이렇게 회사에서 최종입장을 냈구요, 민형사상 소는 취하를 할 건데 집회금지 등 가처분 결정은 남겨두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재능지부 조합원들은 1750일이 넘게 지금도 투쟁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민주노총에서 연대해 줄 것을 기다리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15개가 넘는 같은 처지의 장기투쟁 사업장들이 함께 모여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탄압 없는 세상을 향한 공동투쟁단’이라는 이름으로 매주 수요일 연대투쟁을 하고 있다.
“저희가 승리한다고 해서 재능교육이 개과천선할 기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현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복직을 요구하고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는 건 노동조합이 있기 때문에 많은 것을 바꿔냈고 그런 노동조합 때문에 현장이 살맛나는 직장이었던 그 시절을 저희가 지금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저희 투쟁이 운동진영에서 쟁점이 되거나 파괴력을 갖는 투쟁은 아니지만, 한결같은 마음으로 5년 가까이를 저희와 연대해주는 동지들에게 반드시 보답을 하기 위해서라도 꼭 이기고 싶습니다.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특수고용 노동자로 그리고 재능교육지부가 승리를 위해서 이렇게 싸우고 있다는 거 많이 알려주시고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재능지부 후원계좌 : 농협 352-0482-5494-13 (최병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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