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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노동자 대투쟁을 거치면서 노동인권이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그렇게 권리확장이 이뤄지는 듯 했다.
그런데 그 이면에서 자란 독버섯은 순식간에 이땅을 뒤덮었다.
전산업에 걸쳐서 일제히 하도급체계가 구축되었고, 아무런 책임을지지 않아도 되는 파견노동자가 생겨났다.
그로부터 이 사회에는 노동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손가락이 짤려 나가도, 목이 부러져도, 내장이 썩어 비틀어져도 그저 무감각해져 가고 있다.
하루에 12시간씩 노동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돈 좀 버는 노동자라면 한달에 200시간에서 300시간씩 일하는 것도 당연한 것으로 되었다. 주야간 교대근무로 얼굴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도 그 노동환경에 적응할 수 있다며 당연시 되고 있다.
할 일은 많고 급하다. 일하는 사람은 적고 일하는 노동자들은 피곤하다. 그저 장시간 노동을 해야 돈을 더 벌 수 있고, 더 열심히 일해야 돈을 더 벌 수 있다.
수시로 사고가 발생하지만 다친 노동자는 산재처리되고, 산재처리된 노동자는 더 이상 노동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산업폐기물이 된다.
그래도 기업은 돈을 더 많이 번다. 하청노동자는 하청업체에서 책임지고, 파견노동자는 파견업체에서 책임지기 때문에 원청업체는 골치아픈 일에 말려들 일도 없다.
왜 안전불감증이냐고 물어보라.
사고 나면 젊고 일 잘하는 노동자를 값싸게 고용하면 그 뿐인 것을, 다치고 병든 노동자는 고용하지 않으면 그 뿐인 것을, 사고로 다친 노동자 보상하는데 몇 푼이나 들겠어, 다치지 않으려면 작업자 스스로 정신 바짝차리고 사고안나게 하면서 열심히 일해야지 누구를 탓해.
그래서 죽어간다. 지난 5월29일에는 현대메티아의 하청업체에서 근무하던 중국인 노동자가 주1회 정도를 15시간에서 25시간씩 연속근무를 해 오던 중 사망을 하였다.
지난 7월2일에는 현대중공업 하청업체에서 크레인이 충돌하여 27살 꽃다운 청년 노동자가 사망하였다.
1년에 2-3천명씩 죽어나가는 노동자들의 사망사건을 살펴보라. 1년에 10만명 이상씩 다치고 병드는 노동자들을 보라. 하나같이 어이없는 사고들 뿐이다.
다치고 병든 노동자들의 하소연 조차 들어줄 곳이 없다. 장애인 등록하면 그뿐이다.
최악이다. 다치고 병든 노동자들에게는 정말 최악인 시절이다. 자본의 번영을 위해 기꺼이 희생해야 하는 사회는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치명적 위기이다. 재해를 당한 노동자가 산업폐기물 취급을 받다니, 그것도 당연한 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니,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는가.
우리는 지금 노동자의 건강권을 쓰레기 취급하는 자들에게 대항해야 한다.
이제 정말 바꿔야 한다. 하루빨리 산업안전보건법이 아니라 노동건강권보장법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아니라 노동인권보장법으로, 이 구조를 바꿔내지 않으면 노동자를 산업폐기물로 취급하는 자들이 이 땅을 산업폐기물 쓰레기장으로까지 만들어 버릴 것이다.
성장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는 것은 재해노동자들의 선택사항이 아니다. 노동자 건강권을 침해하는 모든 요소들을 제거하는 투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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