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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호] 목구녕에 가시를 뽑자!

목구녕에 가시를 뽑자!

                                          마산성원여성노동자회 박미영


당신은 자기도 모르게 자꾸만 존다. 바닥에 누운 것도 벽에 기댄 것도 아니고 그저 작은 자리를 차지하고 잠시 앉았을 뿐인데 당신은 우리의 말소리를 자꾸 놓친다. 하지만 설문조사를 마쳐야 하겠기에, 목소리를 크게 하고 맞장구치듯 당신의 무릎을 살짝 치면서 당신의 짧은 휴식시간을 많은 질문들로 채워버렸다.
몸이 아파 일 못하는 할아버지 몫까지 벌기위해 새벽 5시 30분부터 일을 하러 나와서 받는 월급은 용역에서 이래저래 떼고 50만원도 되지 않는다. 30년 넘게 건축현장에서 잡부일을 하고 60대 중반이 되어 그 판을 떠나 이제는 회사 청소 일을 한다.
멀쩡해 보이는 손톱 하나 없는 손가락, 뼈가 튀어나올 듯한 다리를 가진 당신은 아픈 데도 없고 아무런 불만도 없다. 배수관이 지나 냄새가 나는, 남자화장실에서 물 내리는 소리가 실시간 생중계 되는 건물 지하 공간에 몸 누이면 딱 맞을 바닥평상에서 쉬고 아침밥도 챙겨먹는다. 그저 이 나이에 일할 수 있는 게 다행스럽고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이 소중할 따름이다.

현장에 있는 식당, 청소 관련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기초실태 설문조사 첫 테이프를 끊은 65세 여성노동자 이야기이다. 평소 인사만 하고 지내는 사람과 낯선 이의 방문,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도대체 어디 국 끓여 먹을 건지도 모를 많은 질문들에 당황해 하고 혹시 사업주에게 보고되는 거 아니냐는 질문에 아니라고 해도 ‘그래도’라는 불신의 눈빛에 질문을 하는 사람도 잠시 주눅이 든다.

이번 설문을 하고 있는 현장 식당, 청소관련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은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40대부터 60대까지 적지 않은 연령층, 남편들의 부정기적인 수입이나 실직, 그로 인해서 경제활동을 시작하게 되고 그나마 그 활동도 지속적이지 못했다. 아이들의 육아문제와 함께 저임금과 불안정한 일자리가 ‘단절’과 ‘처음’을 계속 반복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휴가가 없기도 하고 있어도 눈치가 보여서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몸이 아파 오늘 못 나가면 일당 빠지는 건 물론이고 내일 또 얼마나 일이 쌓여 있을지 하는 걱정이 앞선다. 멀리 집안 경조사가 생겨도 가지 못하고 고스란히 ‘인정머리 없는 인간’으로 ‘죄인’이 되어야 한다.
이런 현실의 언저리에 깔려있는 것은 여성의 노동을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한다는 것이다. 세상의 노동 중 그냥 없어도 될 노동은 없다.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는 경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사람의 손과 발이 가장 단단한 우리 노동의 주인이 아니던가? 그런대도 손과 발을 차별한다. 그 주인이 정규직이냐 비정규이냐, 여성이냐 남성이냐, 사무직이냐 생산직이냐, 젊으냐 나이가 많으냐 등.

이번 조사를 하면서 두 활동가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문제를 바라볼 때 ‘측은지심’을 뛰어넘어야 한다와 그들의 ‘진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측은지심’을 뛰어넘어 노동자계급으로 받아 안아내야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 그런 ‘측은지심’이라도 존재하는가? 한때 코미디프로에 나왔던 ‘5초안에 웃겨드립니다’가 아닌 ‘5초안에 보고 잊어버립니다’ 지경이지 않은가. 그래서 솔직히 ‘측은지심’이라도 구걸하고 싶다. 고용이 불안정한 그들이 만족스럽다하는 ‘진심’은 과연 진정한 인간다움의 ‘진심’일까 아니면 비정규직으로라도 살아남기 위해 자기최면 아닌 사회최면화된 ‘진심’일까?

분노와 자조가 순간순간 새치기를 하는 틈에 자꾸 생겨나는 갈증은 ‘희망’과 ‘연대’였다. ‘우리는 하나다’라고 외치는 자기 목구녕을 들여다 보자. 그 안에 얼마만큼 많은 ‘가시’가 박혀있는지..... ‘가시’ 하나를 뽑을 때마다 ‘희망’과 ‘연대’에 대한 먹성과 소화 능력은 좋아질 것이다. 그게 ‘건강한’ 노동자가 되는 지름길이지 않을까 싶다. 아직 설문조사를 절반 밖에 못한 이 시간에 괜한 조바심이 쳐지는 건 너무 지름길만 가려고하기 때문인가^^;

…@ 군더더기 @…
현장에 계시는 아주머니들은 한결같이 일터에 있는 사람들이 좋다고 이야기한다. ‘좋은 사람’이라고 하기보다 ‘좋은 동지’라고 말할 수 있는 그날을 바란다.
그리고 7월 21일 창원에서는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사회단체들이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을 강제연행한 이랜드자본과 공권력을 규탄, 매출제로 투쟁을 위해 뉴코아 아울렛 창원점 지하 킴스클럽을 점거, 목표를 달성했다. 참가한 동지들 고생 많이 하셨고 ‘희망’과 ‘연대’의 둥지에 앉은 느낌은 참으로 행복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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