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8월 우리는 현장 안전점검과정에서 자동차부품 조립공장 천장에 설치된 안전그물망 위의 솜뭉치 같은 먼지덩어리를 목격하였다.
노동조합에서는 이 솜뭉치가 석면이든 비석면이든 인체에 아무런 해가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사측에 석면 전문제거 작업업체에 의뢰하여 안전조치 마련 후 솜뭉치를 제거해 줄 것을 요구하여 솜뭉치를 제거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해 9월 태풍 사오마이가 남부지방을 강타하여 막대한 피해를 입혔던 그때, 우리 공장 지붕도 군데군데 뜯겨 있었다. 그때 지붕 단열재에 석면을 사용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리 공장은 건설된 지 20년이 넘어 천장에 매달린 크레인 호이스트작업의 진동으로 긴 세월동안 이 유해물질(석면)이 떨어졌다면 이것들이 잠복기를 지나 인체에 나타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석면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노사공동으로 석면분석의뢰를 할 것을 몇 차례 요구하였으나 회사는 유리솜이라며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조합에서는 석면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 근거가 필요하다고 했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은 노사가 함께 만들어야 한다며 3차례 분석을 요구하였다.
그 즈음 20년 이상 근무하였던 조합원 1 명이 병원에 입원하였다. 조직검사 결과 상피내암이었다. 이 조합원의 경우 20년 동안 천장 지붕보수, 온수배관수리 작업을 해 왔다.
조합에서는 건축 당시 석면자재를 사용하였을 것이라는 것과 석면분석에 응하지 않는 것, 이러한 것들로 회사를 의심했다. 그러나 조합이 독자적 분석 의뢰시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것 같아 검찰에 고소하였다.
회사는 그제서야 노사합동으로 시료를 채취, 산업안전공단 역학조사센터에 의뢰하였다.
2000년 11월에 검찰에 고소한 석면위반 건은 창원지방노동사무소에 사건 조사가 이관됐고 석면분석결과가 나오면 고소인을 조사하기로 하였다.
한 달이 지나 결과가 나왔다. 석면이 아니라고 했다. 도대체 믿을 수가 없었다. 1개의 시료를 채취해 조사를 맡겼는데 한달 사이에 시료가 새끼를 쳤단 말인가?
시료는 7개로 불어나 있었다. 그 자리에서 결과를 불인정하고 역학조사센타에 항의를 하였다. 센타에서는 근로복지공단과 회사측이 뒤늦게 노동조합을 배제한 채 시료를 일곱 군데 채취, 분석하였다고 답했다.
노사가 채취한 시료 분석 결과는 2-3주 걸린다고 하던 것이 어째 뒤늦게 채취한 시료의 결과가 먼저 나왔는지 항의하자 결과를 바로 팩스로 보내주었다. 확인결과 조합의 우려대로 석면함유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검찰의 고소 처리결과는 혐의 없음이 나왔다.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외면하는 회사 경영진의 비윤리적인 작태,공정하게 처리하기를 바랬던 기관들, 믿을 곳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허탈하기만 했다. 아무리 우리가 올바른 결과를 위해 열심히 두발로 뛴다해도 우리 노동자를 속이려는 자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다.
산업안전보건위에서석면을 철거하기로 의결하였다. 그러나 그에 앞서 노동자를 속이고 자신의 이익만을 우선시 하는 유해인간(?)이 먼저 철거되었으면 하는 것이 더 큰 바램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