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산추련 |
|
 |
|
[80호]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급식실에 들어선다 |
|
전국여성노동조합 경남지부 조합원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8시 20분에 학교 급식실에 들어선다.
휴게실에 들러 단정히 작업복을 갈아입고 손세척을 한다. 1300명분의 음식재료, 아니 2600명분의 음식재료(고등학교라 석식을 해야만 한다.)가 쌓여있다. 산더미 같다. 매일 저 많은 재료를 9명이 음식을 다 해내야만 한다. 고무장갑을 끼고 작업대에 도착한 물건을 정리한다.
튀김재료나 오븐에 구워야하는 재료는 냉동실에 넣어 정리해두고 야채들은 종류대로 구별하여 소쿠리에 분리해 둔다. 나머지 재료, 설탕, 고춧가루, 물엿 등 재료들은 날짜를 기입하여 창고에 정리한다.
밥 당번은 쌀을 불리는 작업과 밥 안 칠 준비를 하고, 국 당번은 2개의 아주큰 솥(약 650인분)에 물을 받아 끓이기 시작하고 도마와 칼을 소독한다. 주찬 당번은(오늘은 튀김재료가 있다) 기름을 붓고 국통이나 소쿠리 삼발이들을 일으켜 놓고, 트렌치들을 제자리에 끼운다. 부찬 당번은 식기세척기의 부속물들을 정리하고 재료 정리 하는 일을 돕는다. 짧은 순간 재료들을 분류하고 정리를 하고나면 8시50분이 된다.
다 같이 모여 약 30분 동안 전날의 문제점, 전달사항, 오늘할일에 대해 조회 한다.
9시 20분, 이제부터 1300명의 고등학생과 교직원들에게 밥을 먹이기 위해서 9명이 전쟁을 시작한다. 한숨이 나온다. 팔, 다리, 허리, 어깨가 쑤셔오기 시작한다. 오늘도 무사할 수 있을까?
각자 메뉴에 맞게 야채를 전처리하고 세척을 통해 썰기 작업을 진행한다. 진짜 빠른 속도로 썰어야한다. 수천 번을 반복해야 하기에 썰다가 보면 손과 팔에 감각이 없어진다. 그래도 칼은 빠른 속도로 야채를 잘라내고 있다. 주찬은 주로 양념장을 만들어 5회로 나누어 볶기를 한다. 한 바트에 12~15kg정도로 담아 식판 소독고에 넣어 따뜻하게 보관한다. 보통 12~15개정도의 바트가 나온다. 부찬 역시 볶기는 비슷한 작업을 하며 무치는 경우에는 야채를 데치거나 생야채는 소독한 후에 무친다. 이 역시 한 바트에 13kg정도 담아 정리한다. 밥 당번은 쌀을 안치고 난 후 김치를 썰어 바트에 나누어 담는다. 이 때 한 사람은 수저통에 끓는 물을 붓고 끓이는 작업을 한 후 홀 책상을 닦는다. 11시쯤 식판을 내놓고 밥이 다 되면 압을 빼고 바트에 담긴 밥을 뒤섞어 취사기에 다시 넣어둔다. 국 당번 역시 야채를 준비한 후에 다시 물을 끓인 후 건져내고 국을 끓인다. 뜨거운 국물 끓이기를 반복한다. 다 끓으면 6개의 국통에 나누어 담아 라인별로 나갈 준비를 해둔다. 국을 다 덜어 내고나면 2개의 솥을 씻어 물을 끓인다. 이런 과정이 다 진행되고 나면 먼저 끝난 사람이 소쿠리를 씻고 바닥을 정리한다. 이쯤이 약 12시10분쯤이다.
오전 내내 정신없이 일을 하다보면 화장실 한번 갈 시간이 없다. 이때 처음으로 화장실을 간다. 이미 작업복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옷을 잘 내리지 못해 매일 애를 먹는다. 여름에는 진짜 말도 못한다. 끈적대는 땀이 하루 종일 나를 괴롭힌다. 작업복을 찢어버리고 싶을 정도다. 생리가 있는 날이면 2시간마다 화장실에 가야하는데, 그럴 수 없다. 정말 괴롭다.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우리들은 학생들 배식 전 밥을 먹는다. 15분 동안 밥을 입에 밀어 넣는다고 해야 하나? 먹는다고 해야 하나? 12시 30분부터 배식이 시작된다. 배식은 1시 30분 까지 이어지고 반찬과 밥 배달 작업은 계속 된다.
배식을 마치면 각자 맡은 일을 한다. 배식 후 일은 음식 만들 때 보다 더 힘들다. 씻고 정리할 것이 왜 이리 많은지…….
식판 1300개 담갔다가 애벌 세척 후 식기세척기에 넣고 빼는 작업, 홀 청소, 잔반실 청소, 컵 씻고 정리, 수저 씻기와 수저통에 정리. 국솥 5개와 배식기류를 씻고, 취사기와 배식대위 정리, 오븐은 약품으로 씻고, 바닥청소, 밥바트 씻고, 소쿠리 씻고, 행주와 장갑은 삶고, 앞치마와 모자를 빨아 세탁기에 넣는다.
급식실 바닥은 미끄럽고, 국통, 식판, 배식기류 등등 무겁고, 물은 계속해서 사용해야 하고,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 온몸이 긴장된 상태에서 다리에 힘을 주면서 청소를 한다. 청소가 다 끝난 다음에는 장갑이 잘 벗겨지지 않는다. 손이 부었다.
이렇게 점심배식의 설거지와 정리가 끝나면 3시에서 3시 30분 사이가 된다.
3평 남짓한 탈의실 겸 휴게실, 9명이 다리를 펴고 앉지를 못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별 쓸모가 없다. 휴게실에 앉아서 쉴 수 있는 시간이 없다.
10분~15분정도 식당의자에서 잠깐 쉰 다음, 3시 30분이 되면 다시 저녁 배식을 위한 작업에 들어간다. 작업대 짐을 푸는 일 부터 5시 10분까지 미친 듯이 오전의 반복된 일들이 진행된다. 단 2시간 만에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밥을 해 낸다. 진짜 전쟁하듯이 음식을 해낸다.
다시 15분 만에 저녁을 먹고 5시 40분부터 배식을 한다. 배식이 끝나면 점심배식 이후의 설거지와 청소 과정이 반복된다.
이렇게 모든 작업을 마치고 나면 밤 9시정도가 된다. 이 시간이 되면 옷을 갈아입고 테이블에 앉아 하루동안 진행되었던 레시피와 청소 과정을 정리하며 적는다.
동료들 대부분은 파스를 붙이고 일을 한다. 학생들 시험치는 날에는 석식이 없다. 그러면 우리 모두는 병원으로 간다. 물리치료, 침, 뜸 등 그래도 소용이 없다. 다들 입원을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죽을 만큼 아프지 않으면 아무도 입원까지는 안한다. 1명이 빠지면 모두가 너무너무 힘들어 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시간 날 때마다 병원과 한의원을 들락거린다. 일이 늦게 끝나니 병원 가기도 쉽지 않다. 동료1명이 약2주정도 입원을 하면서 치료를 받았다. 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밤 9시 30분 퇴근길에서 본 언니는 꾸부정하게 걸으면서 학교 급식실을 나간다. 아프다는 소리도 제대로 못하는 언니다.
‘언니, 그냥 아프다고 이야기 하면서 사세요. 그래야 속이라도 시원하잖아요.’ 속으로만 언니에게 이야기 해 본다.
하루종일 장화발로 미끄러운 바닥을 종종걸음으로 일 한 다리는 퉁퉁 부었다. 부어 오른 무거운 다리를 질질 끌면서 우리 모두는 집으로 간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