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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추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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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호]대림자동차 정리해고 투쟁을 뒤로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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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자동차지회 전교선부장 김 동 욱
오늘 이경수 지회장의 공판이 있었다. 많은 것을 잃어버린 투쟁이었다고 평가되는 투쟁을 마무리 지으면서 구속되어버린 지회장을 볼 때마다 뼈저리게 미안함을 느낀다. 지회장에 아주 큰 빚을 졌으나 이제 그 빚을 무엇으로 갚아야 할지, 영원히 갚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미안함이 배가된다.
대림자동차의 구조조정은 결국 노조파괴가 목적이었음을 증명하며 끝을 맺게 되었다. 2009년초 신년사부터 구조조정을 시사하며 사원들에게 희망보다는 걱정과 두려움을 안겨주며 회사가 시키는대로만 움직이게 끔 만들었다. 지회는 경제위기를 빌미로 노동자에게 고통을 전가시키려는 자본에 맞서 끊임없이 준비하며 맞서왔다. 그러나 지회의 중심에 있어야할 조합원들은 살기위한 길을 택하고 말았다. 2009년 3월경에 개최한 임단협 출정식에 290여명의 조합원 중 100여명만이 참석하며 지회의 조직력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만큼 약화되었다. 회사는 공세를 늦추지 않았고 조합활동에 참여하면 해고 당한다는 협박을 서슴치 않았고, 회사말만 잘 들으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회유로 많은 조합원들을 지회에서 멀어지게 만들었다. 그러나 지회는 포기할 수 없었다. 아직 지회를 중심으로 뭉쳐진 100여명의 동지와 그들을 믿고 살아가는 가족들, 수많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그냥 버릴 수 없었던 것이다. 민주노조를 지키기 위한 자존심과 우리의 생존권을 지켜내야 한다는 것이다.
지회는 많은 어려움과 아쉬움을 뒤로하고 3월10일 정리해고 투쟁을 합의하게 된다. 정리해고자 중 19명 7월 1일 재입사 후 5개월 무급휴직, 16명 희망퇴직. 12명의 동지는 법적으로 끝까지 싸우겠다며 아직도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의 강요에 의해 희망퇴직한 183명, 무급휴직 10명, 정리해고 47명. 이것을 두고 지회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었나? 11월 30일 정리해고 명단이 통보되기 전 계속되는 전면투쟁에 지쳐서 현장으로 복귀한 동지들을 제외하면 80여명의 동지만이 투쟁대오에 있었다.
명단이 통보되면서 우리는 회사의 작태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었다. 60명 정리해고 대상자중 투쟁대오에 참석한 조합원이 59명이었던 것이다. 정리해고를 위한 회사의 인사고과 조작이 한 몫을 한 것이다. 어찌 이럴 수 있는가? 적게는 10년을, 많게는 30년을 몸담았던 회사에서 쫓겨나야 하는 이유가 노동조합 활동 때문이라니.., 여기에 많은 실망을 하고, 그동안 싸움에 지쳤던 탓이라 12명의 동지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희망퇴직으로 우리곁을 떠나게 된다. 이렇게 남은 인원이 47명이다. 지회는 47명의 해고자 동지들과 끝까지 투쟁할 것을 결의하며 계속해서 투쟁을 이어갔다.
정리해고 분쇄와 민주노조 사수를 위해 끝가지 투쟁할 것을 결의한 것이다. 그러나 회사를 상대로 투쟁 하는데 있어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매일 아침 출근투쟁과 저녁마다 지역동지들과 함께한 투쟁문화제, 휴게실, 지회, 본관에서 실시한 철야농성도 회사에 아무런 영향을 줄 수가 없었다.
47명의 해고자 동지들이 투쟁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이 무엇이었나? 그것은 바로 가정을 챙기지 못한 일이었을 것이다. 매일같이 공장일을 하고, 퇴근을 하면 토끼 같은 자식들과 여우같은 마누라와 보내야 할 시간들을 철야농성으로 보내야 했고, 매달 생활비를 줘야하는 가장임에도 해고로 인해 월급 한푼 받지 못하는 신세가 가장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100일이 넘는 날 동안 투쟁을 해준 동지들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회사에서 연말을 보내고, 연초를 보내고, 명절까지 보내며 투쟁을 이어갔지만 회사는 교섭을 하려하지 않았고, 결국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점거’투쟁 이었다. 살기 위해서 목숨을 걸어야만 하는 우리의 신세가 참 딱하기도 했지만 죽을 각오로 싸운다면 반드시 살 수 있을거라는 생각과 동지들과 함께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본관점거를 실행하게 된다. 이 것 또한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본관을 점거하더라도 생산에 타격을 주는 것도 아니었고, 회사가 겁을 먹고 먼저 교섭을 요구할 것 같지 않아서였다. 회사에 타격을 줄 수 있는 투쟁을 하기에는 우리의 힘이 너무도 부족했고, 그렇다고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3월 1일 저녁 10시경 우리는 본관을 점거하게 되었다.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성실한 교섭을 촉구했다. 회사는 기다렸다는 듯 고소고발을 자행했고, 그날 밤 사무직과 현장사원을 집결시켜 지회가 설치한 만장기와 현수막을 보란 듯이 떼어냈다. 다음날 새벽 5시경에는 컨테이너 4동을 이용해 정문을 틀어막았다. 경찰병력을 배치했고, 용역경비를 고용했다. 우리에게 할테면 해보라는 것이었다. 시간만 지나면 지회 스스로 무너질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지회는 회사가 교섭에 임할 것을 계속적으로 요구하며 점거농성을 이어갔다. 그러나 회사는 점거를 풀지 않으면 교섭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사태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회사의 근본적인 목표가 노조파괴였기에 서두룰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일주일, 이주일 흘러갔다. 힘들어지는 것은 우리였다. 아무런 변화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몸과 마음이 지쳐갔던 탓이었다. 교섭이라도 이루어져야 그 어떤 기대를 가지고 버티기라도 할텐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본의 아니게 이탈자가 생기면서 내부조직은 더욱 힘들어졌다. 그러던 중 노동부를 통해 회사와의 교섭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교섭에서 우리가 쟁취할 수 있는 것은 턱없이 부족했다. 19명 복직. 40%밖에 되지 않는 안을 받고, 본관에서 내려왔다. 내려오면서도 우리는 범죄자 취급을 받아야했다. 얼마나 큰 잘못을 했기에 그렇게 많은 경찰병력이 와서 동지들을 닭장차에 밀어 넣는것인지 억울함에 눈물을 흘리는 동지들도 몇몇 보였다.
그렇게 대림자동차 정리해고 투쟁이 일단락되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이고, 언제까지 싸워야 할지 기약 없는 싸움이지만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음 투쟁으로 넘어간 것이다. 어찌 생각하면 앞으로는 더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있기에 만들어 가야할 무언가가 있기에 어렵고 힘들지만 계속 싸움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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