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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추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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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호]불법파견 판결, 더 이상 비정규직과의 단결을 미루지 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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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자동차 비정규지회 진환
10년 7월 22일 대법원에서 현대차 비정규직에 대해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노동조합을 만들기만 하면 해고, 구속, 손배가압류에 시달려야 하는 비정규직에겐 가뭄에 단비 같은 판결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나온 판결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판결문의 내용은 그동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것이었다.
비정규직의 실제 사용주는 원청이라는 것은 세 살배기 아이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완성된 제품을 생산하는데 비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일조하고 있으며 비정규직이 빠지면 상품은 만들어질 수 없다. 모두가 상식으로 인정하는 사실을 자본가들은 부정하고 싶었을 뿐이다. 대법원 판결은 상식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보여주었다.
GM대우 창원공장 불법파견 판결
12월 23일 창원지방법원에서도 GM대우 창원공장 노동자들에 대한 불법파견 판결이 나왔다. GM대우 창원공장에서는 2005년 노동부에서 불법파견을 인정했으나 GM대우 자본은 이를 부정했고, 1심 재판부는 자본의 손을 들어주었다. 1심에서 뒤집어졌던 판결이 이번에 원상복구된 것이다. 재판부는 창원공장 하청업체가 합법도급이 아닌 불법파견임을 분명히 하였고 유죄를 선고하였다.
자동차공장만의 문제인가?
현대차 대법원 판결은 현대차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비정규직 문제는 자동차 산업을 비롯한 제조업 전반, 나아가 한국사회 전체에 퍼져있는 문제이다. 그러나 자본은 이 문제를단지 현대차의 문제로, 혹은 자동차공장의 컨베이어 벨트 내의 문제로 축소시키려 한다. 그리고 온갖 논리를 들이밀며 비정규직을 유지해야 한다고 윽박지른다.
이 문제가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자본이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언론을 동원하고 법을 바꿔서라도 노동유연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또한 전경련과 경총 등 경제단체들과 협력하며 이번 문제를 어떻게 든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마무리하고자 애쓰고 있는 것이다.
판결은 판결, 투쟁으로 쟁취하고자 나선 현대차 비정규직들
불법파견 문제의 가장 중심에 있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화를 재판에만 의존하지 않고 투쟁이라는 적극적 방법으로 쟁취하고자 나섰다. 대대적인 노동조합 가입운동이 벌어졌고, 울산공장만 600명에서 1800명으로 조합원이 증가했다. 그동안 계약해지 위협에 월차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관리자의 비인간적 대우에 분노를 삼켜야 했던 노동자들이 노예와 같은 처지를 바꾸겠다고 나섰다. 노동조합으로 단결한 비정규직은 현장에서 크고 작은 싸움을 벌여냈고 공장점거 파업까지 전개하였다.
GM대우 노동자들은 왜 투쟁에 나서지 못하는가
반면 GM대우차 비정규직들의 경우 불법파견임이 명백하게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투쟁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크게는 2006년 투쟁 이후 비정규직 노조가 거의 와해되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못한 점이다. 현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하나의 힘으로 모아내고 실질적인 투쟁으로 나서도록 만드는 구심점이 필요한데 비정규직 지회는 그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더불어 2006년 투쟁 이후 3~6개월 단기계약직이 확대된 것 역시 투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사측은 2년 이상 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야 하는 문제를 피하기 위해 교묘하게 단기계약직을 늘여왔다. 그 결과 현재 전체 비정규직 중 단기계약직의 비율은 절반이 훨씬 넘는다. 그러다보니 불법파견 판결을 받고도 이것이 자신의 문제라고 인식하는 노동자의 수는 극히 제한적이다.
이 뿐만 아니다. 사측은 현대차 비정규직들이 투쟁에 나서고 GM대우가 불법파견 판결을 받던 그 즈음에 하청업체를 통해 ‘일부 정규직화’ 소문을 흘리기 시작했다. 정규직화에 대한 열망은 실체가 안보이는 노동조합으로의 단결보다는 사측에게 잘보이기 위한 노력으로 쏠리는 양상으로 드러났다.
정규직 비정규직 단결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자본은 노동유연성을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는커녕 한진중공업, 대림자동차에서 보듯 정규직을 줄이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타임오프제로 노조의 힘을 빼고 복수노조 독소조항으로 노조를 무력화시키는 그 마지막에는 ‘노동조합 없고 비정규직만으로 운영되는 사회’를 꿈꾸는 자본의 구상이 놓여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촉발된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한 열망과 투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아직 GM대우로, 조선소로, 전자산업으로 확전되고 있지는 못하지만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화의 마지막 희망을 안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투쟁의 승패는 정규직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우리 운동에서 중요한 시점을 경과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자본의 단결된 공세를 막아내고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현장이 비정규직 공장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단결이 반드시 필요하다. 자본에 맞서 모든 노동자들이 단결하지 않는다면 결코 자본을 넘어설 수 없다. 더 큰 단결과 연대로 우리의 힘을 더 키우는 것이야말로 노동자들이 가야할 방향이며 승리의 토대이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준비는 바로 우리가 놓여진 현실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벌어지고 있는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관심과 연대에서부터 그 준비는 시작될 수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 바로 지금 우리에게 던져진 과제이다. 미뤄두지 말고 바로 지금부터 비정규직과 함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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