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환문(진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국회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4대강 국감’이라고 불릴 만큼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관한 문제들이 집중 거론되고 있다. 예산낭비, 불법과 편법, 권력 남용, 채소 값 폭등 원인 등 사업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온갖 문제와 의혹들이 연일 폭로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꿈쩍도 없다. 4대강 사업이 수질개선과 홍수예방 등을 위한 ‘강 살리기 사업’이며, 일자리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녹색뉴딜사업’이기 때문이란다. 과연 그럴까.
▲ 준설과 보는 강 죽이고 식수원 파괴한다
4대강사업은 대규모 준설(강바닥 파기)과 여러 개의 보(댐) 건설을 핵심으로 한다.
하지만 이러한 공사는 오히려 4대강의 수질을 악화시키고 상수원을 파괴한다. 준설계획부터가 문제다.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4대강 강바닥을 무려 5억7,000만㎥나 파내려고 한다. 강바닥의 모래와 자갈 등을 사실상 거의 모두 드러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의 모래와 자갈 등은 강의 수질을 개선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자연정화물질들이다. 이들을 파내버리면 강으로 유입된 오염물질을 강이 스스로 정화할 수 없기 때문에 수질개선은커녕 현 수준의 수질조차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보를 건설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흐르는 물을 가두면 강으로 유입된 오염물이 계속 쌓이게 되어 물이 썩게 된다. 우리나라에 수많은 댐이 있지만 단 한 곳도 댐을 막기 전보다 수질이 나아진 곳이 없다. 하나같이 이전보다 수질이 나빠졌고, 해마다 조류발생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낙동강 하류 부산과 동부경남 상수원은 기존 남강댐과 신설 예정인 지리산댐으로, 상류 대구경북의 낙동강 상수원은 구미보 상류로 옮기려고 혈안인 게 바로 이 때문이다. 4대강사업이 상수원을 못 쓰게 만들 것이라고 이미 잘 알고 있어서다.
홍수예방 또한 말이 안 된다. 4대강을 비롯한 우리나라 국가하천은 이미 하천정비가 거의 다 돼 있다. 정비율이 97%가 넘는다. 때문에 해마다 홍수피해는 4대강이 아니라 도심과 지류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 올해도 전국 곳곳에 집중호우가 쏟아졌지만 4대강 본류에서 발생한 홍수는 없었다. 오히려 이명박 대통령이 자랑하는 청계천 주변 서울 도심이 물에 잠겨 난리가 났었다.
▲ 일자리 줄고 지역경제에도 도움 안 된다
정부는 4대강사업이 35만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최근 민주당 최영희 의원이 4대강사업 참여 사업장의 고용보험 가입자 현황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발주가 모두 끝난 지난 8월 말까지 고용창출은 1,222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계약기간이 1년 이상이어서 '좋은 일자리'로 분류되는 상용직은 364개(29.8%) 뿐이고, 나머지 858개(70.2%)는 모두 임시·일용직이었다. 올해 4대강사업에 6조4,000억원이 투입되는 것을 고려하면 형편없는 고용효과가 아닐 수 없다. 4대강사업이 중장비 위주로 진행되는 토목건설공사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4대강사업은 기존에 있던 수많은 일자리마저 앗아간다. 먼저 하천둔지농업 전면 금지로 농지에서 쫓겨날 위험에 처한 농민이 전국에서 약 2만3,000세대에 이른다. 경남에서만 약 4,500세대 농가가 자신의 삶의 터전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해있다. 그 동안 강에서 골재를 채취해 생계를 유지하던 골재노동자 1,200여명도 4대강사업으로 졸지에 일자리를 잃었다. 낙동강에서만 700명이 실업자가 됐다. 비록 일이 고되고 힘들지만 이들 일자리는 평생일자리다. 반면 4대강사업은 상용직조차 2년짜리 한시적 일자리에 불과하다.
4대강사업은 엄청난 규모의 신규 일자리 창출 기회까지 박탈해버린다. 만약 22조원의 국가예산을 다른 분야에 투입했을 때를 생각해 보라. 정부 방식대로 4대강 사업비를 다른 분야에 투입했을 때 새로 만들 수 있는 일자리를 ‘2007년 한국은행 산업연관표’ 상의 취업계수를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보건복지’의 경우 30만개, ‘사회서비스업’의 경우 22만개, ‘공공행정’은 25만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교육은 42만개, 음식 숙박업 60만개, 도소매업 77만개, 축산업 83만개, 그리고 농업은 무려 130만개가 생길 수 있다. 4대강사업만 아니었다면 창출될 수 있었던 ‘잃어버린 우리의 새 일자리’인 것이다.
한국사회의 최대 현안이 청년실업문제이며, 지금도 수많은 청년들이 취업을 위해 도서관, 독서실 등지를 전전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지역경제 활성화는 또 어떤가. 시민경제사회연구소 홍헌호 박사가 대한건설협회에서 내놓은 건설업 통계연보(2008년)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정부의 지역경제 활성화 주장이 얼마나 왜곡, 과장된 것인지 알 수 있다. 홍 박사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전국의 ‘국가발주’ 공사 총액은 5조3,958억 원이었는데 그 중 해당지역 건설사들이 수주한 것은 단지 25.1%에 불과했다. 반면 같은 해 전국의 ‘지방정부’에서 발주한 공사의 경우 총 7조 4,027억 원 중 지역건설사들이 74.8%의 공사를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똑같은 공사라도 지방정부가 발주하는 경우가 중앙정부에서 발주할 때보다 지방경제에 훨씬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홍 박사는 적어도 지역경제를 고려했다면 중앙정부 주도로 사업을 추진할 게 아니라 지방정부에 예산을 내려 보내 ‘지방정부 스스로 경제적, 환경적 타당성이 있는 강 살리기 사업을 하도록 해야 했다’고 강조한다.
실제 4대강사업 경남구간 공사수주 내역을 살펴봐도 이 같은 현상은 그대로 확인된다. 지난 7월 경남도 4대강 특위에서 조사한 자료를 보면, 당시 4대강사업 경남구간 17개 공구의 공사 발주금액은 총 1조3,149억이었다.
하지만 그 중 67%인 9,000여억 원이 서울과 수도권 등지의 건설대기업이 수주한 공사비였고, 나머지 약 33%(4,300억 원)만이 우리 경남지역 업체들의 몫이었다. 그나마 4대강 공사에 참여한 경남업체는 총 32개(직접 참여 22개, 하도급 10개)에 불과했다. 경남에 공식 등록된 건설업체 약 4,100여개를 기준으로 하면 0.8%에 불과한 수치다.
이런 가운데 4대강 사업한다면서 정부가 예산을 막 끌어다 쓰는 바람에 기존에 지방으로 보내던 각종 교부금이 크게 줄어 지역사업들이 큰 차질을 빚고 있다. 경남만 하더라도 2009년 SOC사업비가 전년보다 30%나 줄어들었다고 한다. 건설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운 수많은 지역건설업체들이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처럼 4대강사업은 강 살리기 사업이 아닐뿐더러 일자리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것이 결코 아니다. 더 늦기 전에, 더 큰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공사를 중단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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