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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추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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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호]또 다른 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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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근로복지공단을 다녀와서- 박효정
저는 인제 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공부를 하면서 노동법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노동법 특강을 통해 산추련이란 곳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이번 기회에 이곳을 알지 못했다면 앞으로 살아가면서 이런 곳이 있는지도 모르며 지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에게는 이번이 좋은 기회인 것 같습니다. 방학 중에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이곳이 어떠한 일을 하는지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이번에 통영지사 근로복지공단에 함께 가게 되었습니다. 처음 그곳에 갔을 땐 그야말로 저에겐 너무도 충격이었습니다. 물로 그곳의 공단 직원들과 노조원들과의 과격한 언쟁에서 느껴지는 충격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제가 알고 있었던 세상과는 너무도 다른 세상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막연히 ‘근로복지공단’이라 하면 ‘근로자들의 복지 향상에 기여하는 곳’ 이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산재 환자들 관련 문제 처리에 있어서 그곳에서 일하는 담당자들의 모습은 무능력하고 무책임하게만 느껴졌고 산재 환자들의 경제적 어려움과 그에 앞서 정신적 피해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듯 했습니다. 공단과 산재 환자측과의 언쟁과 마찰은 계속 되었고 6시간이 지나서야 어느 정도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 시간동안 여러 가지 생각들을 했습니다. 내가 모르는 세상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구나! 그곳에서 본 산재환자 분들은 너무도 지쳐 있는 듯 했습니다. 공단측의 무책임한 태도에 그리고 삶에 고통과 무게에 찌들려 있는 듯 했습니다.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안일한 태도에 산재 환자들의 상처는 더욱더 깊어져 만 갔던 것 같습니다. 지사장실에 걸려있던 액자에 적힌 ‘정직, 공평, 신속…’ 그 외에 근로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글들은 너무도 무기력하고 가식적으로 보였습니다. 그 곳에는 정말이지 어울리지 않는 말들이었습니다. 결국 합의서 작성으로 그 곳에서의 일은 일단락 되었습니다. 모든 일정 후 공단 입구에서 산재 환자들의 “고맙습니다.”란 그 한마디가 아직도 잊혀 지지가 않습니다. 저는 그렇게 일이 마무리 되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얻은 실망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얼마 뒤 공단측은 그 일이 있은 후 업무방해와 폭행죄를 이유로 고소를 제기 하였고 산재 환자들과 관련한 재조사를 내용으로 한 합의서 역시 원천 무효화 했습니다. 웃으며 악수까지 청한 그들에게서 돌아온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조직이 상명하복 관계에 있다는 것은 어는 정도 이해하는 바이지만 소신도 의지도 없는 무책임한 공단측의 태도에 실망과 분노를 감출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합의서 작성 후 또다시 일주일을 편치 않은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을 산재 환자들이 떠올라서 너무나 마음이 아팠습니다. ‘정말 세상이 약자 편 이기는 할까? 약자가 있는 줄은 알까?’ 이런 생각 까지 들었습니다.
이번을 기회로 많은 것들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스스로가 얼마나 작은 세상에서 갇혀 지냈는지 또한 알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지금 어떤 생가들을 가지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세상에 있는 여러 가지 직업들 중 흔히 생각하는 타인을 돕고 봉사하는 의도의 직업들은 마냥 보람 있고 선한 일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일들도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어떠한 사람들의 입장을 대변하며 사용되는 지에 따라 전혀 다를 의도로 방향이 전환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의 통영지사에서의 경험은 저에게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해 주었고 도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행여나 제가 더 우월한 지위에서 이들을 도우며 살겠다는 그런 질 낮은 생각을 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이분들의 고통을 저도 어느 정도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물로 아직 학생인 저에게 아직 어느 정도 한계는 있을 줄 압니다. 하지만 이번 경험이 저에게 있어서는 단지 경험에 불과한 일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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