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불 대동제가 열리는 용지호수옆 잔디공원 흥겨운 노래와 율동공연이 있을때면 으레이 있는 일들이 있다.
무대앞에 뛰어나가 흥겨움을 돋꾸며 아낌없이 숨은 기량(?)을 과시하는 동지들.
‘아 저분 일반노조 상용지 지회 동지다’ 대동놀이마당에서 깃발을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닌신다. 그 작은 체구로 어떻게 그리 큰 힘이 나오는지? ‘
술 한잔을 건네며 하시는 말씀 ‘고맙소 그리고, 조사 잘해야 되요.’ 사람들이 우리를 모두 천대시 하지 우리는 험하고 더러운 일을 하지만 정신은 깨끗하다 말이지. 온갖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사는 공무원, 정치가들이 진짜 썩은 내가 나지’바로 며칠전 대형폐기물 수거작업 현장조사를 나가서 만났던 동지다.
일반노조의 상용직 지회와 재활용 지회의 근골격계 조사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해 상용직지회 조합원들이 어떠한 노동조건에서 일을 하는지 사전조사를 위해 10월 4일 창곡동의 재활용단지를 찾았다.
이른 아침 창곡동 산기슭의 재활용단지에 가니 1층 휴게실에 낯익은 얼굴들이 보인다
‘아 골병사업 우리가 모두 골병환자들 아닌교’ ‘오늘 일이 없는 날인데 조사할 수 있겠나’ 라며 한마디씩 이야기를 건넨다. 5톤 트럭에 몸을 싣고 대형폐기물을 수거하러 출발하였다. 동별로 담당이 있어 대형폐기물을 수거한다고 하였다. 가는 길에 이것저것 근무조건, 일할 때 어려움은 없는지 묻고 명서동주택가에 도착하였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이것저것 잔뜩 쌓여있는 집앞에 차량을 세웠다.
트럭에서 내려 장롱(농?) 따위의 대형폐기물을 부수어 차에 싣기 시작했다. 웬만한 장롱은 팔 힘으로 간단하게 분해가 되었다. 저 야윈몸에 가능할까 했던 나의 조바심은 한방에 날아가 버렸다.
여기저기 못이 솟아있고 깨진 유리창도 보인다. 일부는 비에 젖어 곰팡이가 슬어있기도 하고, 분해되는 폐기물에서는 먼지가 날린다. 마스크도 없이 한분은 차량밑에서 분해하여 올리는 작업을 하고 한분은 차량위에서 차곡차곡 쌓는 작업을 하였다. 차량운전을 하였던 분은 집주인과 계산을 하고 영수증을 넘겨주고 일을 돕는다.
힘들지 않으세요? 라고 묻자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지 피아노에 냉장고까지 옮기는데’
뭐라도 함께 옮겨드려야지 않을까 하여 기웃기웃해보지만 오히려 일에 방해가 될 것 같아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한 10분 가량 지났을까? 장갑을 벗는 두분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숨이 가빠졌다. 트럭에 올라타기도 힘들어 끙끙대는 내 모습이 한없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저 따라다니며 사진 찍고 이야기 나누기만 한 내가 목이 컬컬하고 답답했다.
아파트, 주택 10여군데 돌고 나니 트럭은 가득 찼다.
‘이제 동사무소에 넘겨주고 들어갑시다.’
동사무소에 들러 계산을 하러간 사이 잠시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 그 야윈몸 어디서 힘이 그렇게 나와요?’
‘먹고 살라해보소 몸이 재산 아닌교.’
(그뒤로 아저씨와 나는 만날때마다 ‘충무로’하고 외치면 ‘힘’하고 답하는 사이가 되었다)
‘우리는 겨울이 일하기 훨씬 낳지, 여름 땡볕에 일할라 보소 땀으로 목욕을 하지, 거기다 길거리에서 온갖 매연을 마시며 다니지, 주택가 좁은길 가다 사고라도 나면... 이만 저만 힘든일이 아니지’
‘월요일부터 대형폐기물은 민간위탁이 된다고 하던데’
‘민간위탁 되면 뻔하다 아이요, 온갖 비리의 온상이 되고 비정규직 투입으로 노동조건도 악화될 것이고 우리가 투쟁하는 것은 우리자리보존 하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자 그럼 수거된 놈들 폐기장에 넣으러 갑시다’
아침에 출발했던 재활용단지로 되돌아와 먼저 냉장고와 따로 분리하는 것들을 내리고 대형폐기물 처리장으로 들어갔다. 소음과 먼지가 뿌연 공간이었다. 지게차로 내려진 물건들을 집게처럼 생긴 차량이 부수워 호퍼라는 공간으로 옮겨넣었다. 옆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조차 들리지 않았다. 바로 옆에는 재활용품 폐기장이 붙어있다. 이것 저것 쓰레기 더미들속에서 아저씨들이 비닐속에 담긴 재활용품을 끄집어내어 한곳으로 모았다. 숨쉬기가 역할 정도의 냄새가 심했다.
한곳으로 모아진 재활용품들은 계단을 타고 이층으로 올라갔다. 콘베어를 사이에 두고 20여명의 아주머니들이 서서 각자가 맡고 있는 유리병, 요구르트병, 캔등을 쉴새없이 골라내고 있었다. 악취에 시끄러운 소리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환기구라고 달아놓은 것은 재구실을 전혀하지 못하고 있다.
라인옆으로 의자가 몇 개 놓여있다. 휴식도 이곳에서 한다니!?
때로는 얼마전에는 쓰레기 더미에서 최루탄이 터졌다고 한다. 벌래에 물려 며칠을 고생하기도 하고, 온갖 피부질환에 시달리며 일하고 있는 재활용지회 조합원들
바로 옆은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만드는 공간이다. 밖으로 나오니 공기부터가 다르다.
인간은 모두 다 건강할 권리가 있다고 이야기 하지만 여기는 기본권이 무시되고 있는 현장이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할 일들이다. 그러나 사람들 모두가 꺼려하고 힘들어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는 노동자들을 만났다.
하루종일 도롯가 17km를 걸어다니며 청소를 하시는 노선작업, 120Kg 무게를 둘이서 옮기며 도로보수를 하는 수로작업, 창원시내 곳곳의 나무를 예쁘게 다듬고, 약치고 나무 지주를 박아주는 녹지작업, 달리며 재활용품을 짚어 차량에 넣고 매달려 가다 반복하며 일하는 재활용품 수거작업을 하는 조합원들..
도로와 조경이 잘 가꾸어진 도시, 그 속에는 피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들이 있어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잃어버리고 살고 있는 것이다. 며칠 뒤 창원시청앞에 쳐놓은 천막을 강제로 시에서 철거했다는 소식을 듣고 농성장을 찾았다. 그곳에서 열성적으로 투쟁하시는 충무로 아저씨를 만났다.
앞으로 이어질 조사기간 동안, 치열한 삶을 살고 있는 동지들과 만나고 호흡할 수 있을 것이다. 5톤 트럭 유리창에 코팅되어 매달려 있던 ‘동지가’의 가사처럼 부끄럼 없는 동지로 살아갈 것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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