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보건소를 찾으세요
홍조 (회원)
작년 7월경 산추련 교육편집팀의 일원이 되었다. 학생 때 여름방학이면 노동자 건강권을 현장에서 학습하기 위해 ‘노동현장활동’ 이라는 행사를 했었던 것이 인연이었다.
뭐, 남들 농촌으로 ‘농활’ 갈 때 나는 ‘노활’을 이 곳으로 왔던 것이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의사시험에 합격하고 밀린 군복무 대신에 하는 공중보건의사로 배치된 곳 또한 창원이 되어 버렸다.
지금 팔용동 건강증진센터에서 나름대로 성실히(?) 진료를 보고 있다. 흔히들 공중보건의사(줄여서 공보의)는 한량스럽다고 생각을 하는데, 내가 있는 곳은 천만의 말씀이다. 하루에도 적지 않은 수의 환자들이 다녀간다. 뭐 주로 고혈압, 당뇨, 관절염 등의 만성질환과 감기, 근육통 등의 병이 대부분이다.
산추련 회원 분들도 지속적으로 관리 받아야 할 만성질환(고혈압, 당뇨 등)으로 한두달에 한번씩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개인병원은 환자가 많으면 짧게는 30분에서 1시간 정도 기다리게 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 곳에 배치 받고 근무해 보니 보건소의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빠른 진료에 있다는 걸 알았다. 접수하고 진료 기다리는 시간이 보통 1,2분 걸린다.
뿐만이 아니더라. 진료비는 500원이다. 그것도 관내거주 65세 이상 노인은 무료다. 물론 약값은 약국 약사와 상의해 볼 문제라 나는 잘 모른다. 아무튼 진료비는 그렇더라. 역시 여기서 장점은 끝나지 않는다.
보건소에는 물리치료실이 있다. 그리고 한방진료실도 있다. 시간만 있으면 비만클리닉에 등록해서 운동처방사와 상담도 하고 딸려 있는 헬스장에서 운동도 한다.
그리고 이 참에 아예 금연클리닉을 이용해서 금연을 시도해 볼 수도 있다. 이 정도면 돈 없고 여유 시간 부족한 사람들이 이용하기에는 딱 좋은 곳 같지 않냐는 말이다.
행여나 팔용동에 오셔서 산추련 소식지 보고 왔다고 하셔도 좋다. 하지만, 오실 분들께 정중히 양해를 구한다. 내게 친절을 원하시지는 말았으면 하고. 찾아오라고 얘기하는 듯하다가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하실 수도 있겠다.
나는 공무원들과 함께 일을 한다. 내가 지켜본 공무원 생활 중 큰 고충은 민원인을 상대하는 것이다. 인터넷 세상이다. 혹여 민원인이 불친절한 공무원을 상대로 인터넷 게시판에 글이라도 띄우면 이거 참 곤란하기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더라. 공무원들은 울며겨자먹기로 막무가내식의 민원인에게도 친절을 팔아야 한다.
비슷한 예를 하나 들어 보자.
요즘에는 대형할인마트 노동자들도 머리띠를 두르곤 한다. 이 사람들이야 말로 자본에게 친절을 팔도록 강요받는 대표적인 사람들이다. 하루 종일 앉지도 못하고 손님이 기분 나쁘게 굴어도 웃음을 띠면서 친절을 팔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금새 짤릴 수도 있는 파리 목숨이다.
그런데, 말이다. 우리들도 대형마트에 가면 직원이 불친절하다고 곧잘 화를 낸단 말이다. 나는 이게 문제인 것 같다. 이것은 자본이 친절을 팔도록 강요하는 게 아니라 같은 노동자가 노동자에게 친절을 팔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이것저것 다 아는 사이들 끼리는 굳이 친절을 원하지 말았으면 한다.
주저리 주저리 두서없이 썼지만, 아무튼, 그래서 나에게 친절하기를 바라지는 말았으면 한다.
물론 항상 밝은 모습으로 환자들을 만나려고 노력하지만, 나도 희노애락이 있고, 하루에도 수십 번 변하는 감정을 소유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진료 보다가 산추련 소식지 보고 왔어요~ 라고 말하는 사람을 만나면 반가울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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