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산추련 |
|
 |
|
[77호] 한국의 이주노동자 정책과 운동 |
|
한국의 이주노동자 정책과 운동
김그루 ((사)이주민과 함께 부설 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상담실장)
한국에 아시아지역 이주노동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후반이다. 88올림픽 이후 한국이 경제성장을 하고 일자리가 많은 곳으로 알려지면서 이주노동자들이 한국땅을 밟기 시작해 공장 노동자로, 가사노동자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이주노동자들이 합법적으로 취업할 수 있는 법제도의 틀이 전혀 없었다.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국내에 수많은 노동조합이 생겨났고,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을 통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크게 향상되었다.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의 보장과 노동조건의 개선은 사용자들에게는 비용의 증가를 의미했다. 따라서 많은 기업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의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해외로의 생산시설 이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 내 모기업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기업들의 요구로 해외투자기업을 통한 외국인 산업기술연수생제도가 시작되었다.
￭ 1991년 외국인 산업기술연수생제도 시작 (해외투자기업 연수생제도)
1991년 10월 26일, 법무부 훈령 제 255호 ‘외국인 산업기술 연수사증 발급 등에 관한 업무지침’에 근거하여 중국, 베트남 등 해외에 설립된 한국기업에서 고용한 인력을 한국에 다시 파견하는 방식으로 외국인력 도입이 시작되었다.
￭ 1994년 외국인력 도입 확대 → 중기협을 통한 산업연수생제도 시작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중기협) 산하 연수협력단 주관으로 아시아 11개국, 27개 송출업체로부터 광범위하게 연수생이 도입되었다. 해외에 법인이 없어도 중기협을 통해 국내 제조업체들이 산업연수생 고용이 가능해졌다. 이는 중소기업주들이 정부에 외국인력도입 허용을 적극적으로 요구한 결과였다.
￭ 1994년 3월 미등록이주노동자에게 산재보험적용 결정
1994년 1월, 산재를 당한 이주노동자 14명이 ‘경제정의실천연합’ 강당에서 산재로 사망한 이주노동자들의 십자가를 걸고 ‘산재문제 근본해결을 요구하는 농성’에 돌입하여 국내 및 국제적으로 충격을 주었다.
⇒ 이후 한국정부는 1994년 3월부터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도 산재보험을 적용토록 하였고, 1994년 9월에는 이미 출국한 산재피해자에게도 3년까지 소급하여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방침을 정했다.
"나처럼 쫓겨나거나 도망 나온 네팔 노동자들이랑 함께 지냈는데, 나바라즈 오빠가 농성을 하자고 했어요. 오빠는 공장에서 일하다가 오른팔을 다쳤는데 사장이 경찰을 데리고 와서 병원에 누워 있는 오빠를 불법체류자라고 강제로 출국시키려고 해서 도망쳤어요. 너무 억울했지만 농성하는 거는 싫었어요. 돈 벌러 왔는데 돈은 하나도 못 벌었는데 농성을 하자고 하니까 너무 싫은 거예요. (...) 나는 동생들, 엄마를 위해 돈 벌어야한다고, 가족을 넘어 다른 걸, 우리를 생각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나만 그런 거 아니고 다른 사람들도 너무 힘들어한다는 말에 흔들렸어요. 우리가 잘 하면 다른 사람들도 좋아질 수 있을 거란 말에 농성을 결심했어요." (먼주타파, 1994년 1월 농성 참가자) - 프레시안 2009. 12. 18
￭ 1995년 2월 노동부 ‘산업연수생 근로기준법 일부 조항 적용’ 결정
1995년 1월 9일부터 네팔인 산업기술연수생 13명이 서울의 명동성당에서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 ‘때리지 마세요’ 등의 피켓을 들고 온몸에 쇠사슬을 감고 ‘외국인산업기술연수생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는 농성을 전개했다.
⇒ 한국 정부는 1995년 2월 14일, 노동부 예규 제258호 “외국인 산업기술연수생의 보호 및 관리에 관한 지침”을 제정‧발표하여 산업연수생에게 최저임금제 적용 및 폭행금지 등 근로기준법 8개 조항의 적용을 발표했다.
"저희들은 고국에 일자리가 없고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기술연수생으로 한국에 오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올 때는 우리들 가슴에 좋은 꿈을 가지고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일들은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 우리가 일하는 공장에서 매일 욕을 듣고, 폭행을 당하고, 월급도 직접 받지 못했습니다. (…) 저희들은 저희를 물품을 생산해내는 기계보다도 못하게 여기는 사람들을 만났고 이런 상황을 한국정부가 조직적으로 돕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 저희들은 비록 가난한 나라에서 왔지만 그래서 한국에서 노예처럼 당하고 있지만 우리들의 인간 존재 그 자체는 가난하지 않습니다. (…) 한국인과 한국 정부에게 제발 저희들을 동물처럼 만들지 말라고, 같은 사람과 형제로 대접해 줄 것을 부탁하고 싶습니다." (1995년 1월 9일, 농성 호소문 중)
￭ 1996년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 “외국인노동자 보호법” 입법 청원
1996년,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를 중심으로 국회에 산업기술연수생제도의 폐지와 아울러 ‘외국인노동자 보호법’ 제정을 입법 청원하였다.
￭ 1998년 3월 산업기술연수생제도가 연수취업제로 수정 (2+1제도)
논란을 거듭해 온 산업연수생제도 폐지 논의는 결국 1998년 3월 11일 출입국관리법을 약간 개정하여 기존 산업연수생제도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채, 2년의 연수기간이 끝난 후 소정의 절차를 거쳐 1년의 취업비자를 주는 “연수취업제”를 통과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 1998년 10월 노동부, 미등록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전면적용
￭ 1999년 12월 노동부 “해외합작투자회사 산업기술연수생 보호지침” 발표
⇒ 99년 정기국회에서 최악의 조건에 방치되어 있었던 해외합작투자회사 산업기술연수생의 인권문제가 집중 거론되면서 그 대책으로 1999년 12월 1일 노동부에서 “해외합작투자회사 산업기술연수생 보호지침”을 제정‧발표하여 해외합작투자 산업연수생에게 최저임금제 적용 및 산재보험 적용 등의 방침이 발표되었다.
￭ 2002년 4월,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개정으로 연수취업제 변경 (2+1제도⇒1+2제도)
산업연수생 제도에 대해 편법적인 노예제도라는 비난이 계속되어 정부는 고용허가제도를 추진해왔으나 법무부와 중기협, 중소기업주들의 이해관계로 인해 연수제도가 폐지되는 대신 1년간 연수 후 2년간 취업하는 형태로 변경되었다.
￭ 2003년 7월 31일,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국회통과
고용허가제도는 중기협 대신 정부가 외국인력 도입 업무를 관장하고, 이주노동자들이 노동법을 전면적으로 적용받게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었으나, 장기체류를 허용하지 않고 사업장 이동을 금지하는 등의 문제와 한계로 인해 이주운동진영에서 환영받지 못하였다.
￭ 2003년, 미등록노동자에 대한 한시적 합법화 및 대대적인 단속추방
정부는 고용허가제를 법제화하면서 당시에 80%에 달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하여 한시적인 사면정책을 실시하였다. 정부의 한시적 합법화 이후에는 미등록 이주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과 강제추방이 이어졌다. 이에 많은 이들이 자살에까지 이르는 등 극단적인 상황을 맞았다. 한편, 평등노조 이주지부와 수도권 이주노동자 공동체를 증심으로 ‘강제추방 반대 및 미등록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를 위한 농성’에 돌입하였고, 농성은 380일간 지속되었다.
￭ 2004년 8월 17일, 고용허가제 시행 (산업연수생 제도와 병행실시)
현대판 노예제도로 불려온 산업연수생 제도의 문제로 인해 고용허가제가 도입, 시행되었으나 중기협 등 이익집단들의 로비와 압력으로 산업연수생제도는 즉시 폐지되지 않고 고용허가제와 병행 실시되는 상황을 맞았다.
￭ 2007년 1월 1일, 고용허가제로 일원화
그간 병행하여 실시되었던 산업연수제도가 폐지되고 고용허가제도로 일원화되었다. 단, 해외현지법인연수생제도는 체류기한이 최장 1년으로 단축되어 제한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 2007년 4월,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 제정
‘대한민국의 발전과 사회통합에 이바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이 제정되었다. 이는 전형적인 정부의 생색내기식 법제화로 이주민을 위한 법이 아니라 이주민을 한국의 국익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한 합법체류자만 적용대상으로 하고 있어 체류자격에 따른 차별을 부추기고 일방적으로 한국문화와 언어습득을 강요하는 문제, 강제력이 없는 문구로 실효성 의심된다는 문제들이 제기되었다.
2011년 현재 고용허가제를 통해 아시아지역 15개 국가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들어와 일하고 있다. 고용허가제는 입국 전에 계약을 체결하고, 사업장 이동이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단기체류 노동을 전제로 하며, 가족동반을 금지하고 있어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인권을 여전히 심각하게 제약하고 있다.
끝.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