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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호]영세 사업장의 이주노동자 노동환경 실태

이주노동자 정책 및 노동환경등으로 연재되었던 특집의 마지막편으로 노동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주노동자의 건강권침해실태를 담아보았습니다. 건강하게 일하고 행복하게 살 권리는 모두에게 있습니다. 모두의 건강권을 위한 활동에 함께했으면 합니다.

1. 영세 사업장의 이주노동자 노동환경 실태

[사례1] 크롬도금 공장의 이주 노동자  

○안전시설 전무한 불법적 비밀 야간 공장에 배치된 이주 노동자
미얀마에서 온 T씨와 Z씨는 2011년 6월 녹산에 있는 도금공장인 K회사에 입사하여 6가크롬을 이용하여 8~16kg정도의 자동차 부품을 도금하고, 도금한 제품의 표면에 남아있는 용액을 닦는 작업과 제품 모서리 연마작업, 제품 옮기기, 용액 배합 등의 작업을 하였음.    
공장은 두 군데로, 자동화된 시설의 주간작업 공장과는 달리, 야간에만 작업하는 공장은 숨겨진 공장으로 이주노동자만 배치되어 작업함. 야간공장의 환기장치는 작동하지 않았고 후드시설, 집진기 같은 해당작업에 필수적인 설비가 없는 상태에서 수동으로 작업.

○부적절한 보호구와 산재은폐
이들이 지급받은 보호구는 면장갑과 면마스크 뿐이어서 유해물질이 면장갑 속으로 그대로 스며들고, 도금용액이 팔 전체에 튀어 일을 한 지 일주일 후부터 팔 전체에 피부괴사 등  피부질환이 생김. 또, 연마작업 중 코속으로 들어오는 쇳가루로 인한 염증과 지독한 화학약품 냄새로 인한 구역증세, 호흡곤란증세, 가슴통증, 두통이 생겼으며 그밖에 근육통으로 고통 받음. 특히 Z씨는 기계에 손가락이 끼는 사고가 발생하여 심한 부상을 당했음에도 사업주는 치료는 커녕, 병원에도 못 가게 했음.  

○안전교육, 알 권리 박탈
이들은 6가크롬같은 유해한 약품을 다루는 데도 불구하고 어떠한 안전 교육도 받지 못함. 또한 물질안전보건자료는 비치되어 있지 않았고 작업자들이 건강상의 문제를 얘기하며 사용물질에 대해 관리자에게 물어보았을 때 안전하다고만 말함.

○비인간적 대우와 차별, 임금체불
공장장과 한국인 작업자는 때때로 손으로 뒤통수를 때렸고 일상적으로 욕설을 하였으며 거의 모든 일을 시킴. 한편, 회사에서 마련해준 숙소는 샤워장에 붙은 두 평도 안 되는 탈의실이었고 잠을 잘 때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들어 제대로 된 휴식과 수면을 취할 수 없었음.  입사하여 두 달 넘게 월급을 한 번도 받지 못했으며 통장마저 사장에게 압수당함.

[사례2] 잉크공장의 이주노동자

○숨도 못 쉴 만큼 열악한 사업장
필리핀에서 온 A씨는 2011년 녹산에서 인쇄잉크를 생산하는 D회사에 입사하여 두 달 만에 건강 악화로 퇴사함. 그는 잉크 재료배합, 제품 용기에 잉크용액을 바가지로 부어 담는 일, 잉크제조 수조와 작업 도구 등을 MEK로 세척하는 일과 운반·적재작업을 하였는데 사실상 잉크제조 공정의 모든 일을 하였음. 공장 실내는 참기 힘든 역한 냄새로 인해 극심한 두통과 현기증, 구역질에 시달렸고, 안구 충혈과 코아랫쪽 인중에 화상같은 염증이 생김. 가슴 통증으로 밤에 잠을 잘 수도 없을 정도로 건강상태가 악화 됨.
그 때문인지 한국인 작업자는 이 공정의 일을 거의 하지 않으며 A씨에게 떠맡김.

○필터 없는 방독마스크와 사용법도 모르는 배기장치
A씨는 MEK나 톨루엔, 그 밖의 수많은 화학물질을 직접 다루고 노출되는 일을 했는데 작업장에 배치되던 날 지급받은 방독마스크는 수명이 다한 냄새나는 필터가 부착되어 있었고, 관리자에게 필터를 요구할 때마다 “고개를 돌리고 하면 괜찮다.” 거나 비싸서 못 준다는 말만 들음. 확인한 결과 배기장치는 있었지만 A씨에게 배기장치에 대해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고, 한 번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함.

○건강검진 미실시, 안전 교육에서도, 작업환경 측정에서도 배제
A씨는 특수건강 검진 대상자였으나 배치 전 건강검진을 비롯하여 그 어떤 건강검진도 받지 못하였고, 안전교육은 한국인에게만 하였고 교육을 이수했다는 서명만 받아감.
작업장 조사 시 작업환경 측정을 한 기관에서 온 직원은 이주노동자를 보았으나 한 번도 작업환경 측정 대상자로 검사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말도 통하지 않고 이주노동자는 원래 검사를 잘 안 한다.”고 말함.  
    
2. 사례에서 살펴 본 문제점
  
1) 너무 열악해서 이주노동자가 꼭 필요한 사업장?
  위 두 사례의 공통점은 두 사업장 모두 5~7인 미만의 영세 소규모 사업장으로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작업에 이주노동자를 배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업주는 적절한 보호구조차 지급하지 않았고 최소한의 안전교육도 실시하지 않았으며 방호시설도 갖추지 않는 등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의무를 거의 지키지 않고 있었다. 이는 사업장 변경의 자유가 없고 고용관계에 있어 매우 불리한 이주 노동자가 그 어떠한 악조건에서도 묵묵히 일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2) 한국인 노동자와의 위계와 고립
한국인 노동자와 이주노동자는 자연스럽게 조장된 위계관계에 놓여 있었고 이들은 한국인 노동자를 동료라기보다는 일을 시키고 욕설하는 또 하나의 관리자로 표현하고 있다. 회사내의 이주노동자들은 위험하고 열악한 일을 떠맡아 하고있는 것이었다.

3) 산재은폐와 산재처리의 어려움
유해한 작업환경으로 인해 이들의 건강은 심하게 훼손되었고 이를 호소해도 무시당하기만 했다. 작업 중 사고를 당해도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되었다. 이 경우 공통적으로 병원에 못 가게 하였고 병원에 가게 된 일에 대해서는 사실을 은폐하려는 회유와 협박이 이루어졌다.

4) 고용노동부의 진정 건 처리에서의 문제점
두 사례에 대해 진정 건을 접수한 고용노동부의 담당근로감독관은 일주일정도 후에야 진정인에게 연락하여 면담 조사를 하고 그로부터 일주일 후에 사업장 조사를 실시하였다. 그러나 근로감독관은 해당 사업주에게는 진정서를 제출한 하루 만에 연락하여 사업주가 진정 내용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는 결과를 낳았다. 이로 인해 사업주가 진정인을 위협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5) 사업장 조사 시 동행활동가의 출입제한  
노동부의 사업장 조사 시 사업주의 허락없이 진정인 외에 제 3자가 사업장을 출입을 할 수 없으며 이는 근로감독관의 역량으로 해결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때문에 크롬도금사업장은 우여곡절 끝에 들어갈 수 있었으나 잉크 공장의 경우 사장의 욕설과 함께 쫓겨났고 통역인만이 가까스로 들여보낼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위협적인 분위기와 방해 속에서 위축된 이주노동자는 노동부 조사에 제대로 조사에 응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  
    
3. 결론

위 사례들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째, 이주노동자들이 작업장에서 심각한 유해물질에 구조적이고 일상적으로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이주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 반인권적 처우 등에 구속받고 있는 여건상, 매우 열악하며 위법적인 노동환경의 작업장에서 일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이주노동자는 노동권과 건강권을 보장할 정책과 공적 기구·시스템이 사실상 전무한 조건에서 건강과 생명까지 위협받는 노동환경조차 그저 견뎌내야만 하는 참혹한 현실에 놓여있다. 특히 불법사항에조차 어떤 개선대책 없이 일회성 솜방망이 처벌로 끝내고 마는 고용노동부의 태도는 문제를 키우고 있는 셈이다.

둘째, 이주노동자의 건강권을 보장할 공적 체계를 형성하는 과제가 중요하며 시급하다는 점이다. 위 사례들의 핵심은 이주노동자의 건강권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는 용인될 수 없는 반인권적 상황에서조차도 이주노동자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고 이를 지원할 공적·사회적 기제가 전무했다는(혹은 작동을 안했다는) 점이다. 위 사례들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을 비롯한 한국의 노동안전체계가 이주노동자를 철저하게 배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질적으로 노동환경을 개선시켜나갈 수 있는 공적체계의 보강 및 형성이 하루빨리 논의되고 시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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