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산추련)


		산추련

		[83호]전력의 공공성을 생각한다 - ‘전력부족, 진실과 거짓’ -

전기는 아껴써야 한다. 이는 환경을 위해서 그렇다. 전기는 무공해 에너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전기의 원료는 수입품이며 그 원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부터 전기로 만드는 과정 그리고 전기를 사용하는 과정 자체가 환경에는 그렇게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핵발전도 마찬가지다. 핵발전소의 문제는 체르노빌을 통해 그리고 가까이는 일본 원전 사고를 통해서 드러났듯이 결코 깨끗하거나 안전하지는 않은 에너지다.
그런데 과연 국민들이 전기를 아낀 만큼 전기 사용량이 줄어드는것인가라는 것이다. 개개인이 아무리 줄여도 그 줄인만큼 다른 곳에서 사용한다면 전기를 사용하는 총량은 같아지고 결국 똑 같은 결과를 낳을 수 밖에 없다.
2011년 9월 15일 우리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것을 경험했다. 즉, 사상 초유의 정전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당시 상황을 보면 서울 온도가 31도까지 오르는 등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전력수요는 순간적으로 6600만kW까지 급증하면서 당초 예측치인 6400만kW를 훌쩍 넘겼다. 결국 이날 오후 3시 공급예비력은 24만kW까지 저하됐고, 전력거래소는 긴급히 부하조정에 들어갔으며 부하조정을 통해 정전된 가구수는 약 753만호에 달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으로 전기 부족의 문제는 언론을 통해 더더욱 확산되었다. 그리고 당연히 언론은 전기 피크 시간에 전기를 아껴써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워 국민들에게 전기를 아껴쓸 것을 당부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전기는 부족한 것일까? 아니 국민들이 전기를 아껴쓰면 전기 부족은 해소될 것인가? 여기에 대한 명쾌한 글이 있다. 2013년 1-2호 녹색평론 전력부족 진실과 거짓이란 글이다. 그곳에 실린 이야기를 한번 따라 가보자.

“한전 처음부터 적자 기업이 아니라 흑자 기업이었다” 그러나 민영화가..

우리 나라는 기본적으로 전기를 공공재로 취급을 한다. 국가가 생산과 수급을 관장하고 국민 생활 수준에 맞게 가격을 조정해서 공급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초기 투자 비용이 매우 크기 때문에 적자를 감수하고 사업을 해야 하며 결국 국가 독점의 공공재로서의 전기 대용량의 전기를 사용하는 산업 자본의 이해를 관계를 안고서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전력산업은 태생적으로 대규모화의 운명을 안고 있다. 세월이 흘러 한국경제의 고속성장과 함께 전기 사업도 공룡처럼 커지면서 한국전력은 한 때 매년 수천억원의 흑자를 내는 알짜기업 노릇을 하기도 했다. 이 좋은 사업을 대기업들에게 떼어 주고 싶은 사람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시장은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신념 아래 전력산업을 민영화 하기로 하고 한전을 조각 조각 나누고 주식을 거래하는 주식시장처럼 전기를 거래하는 전력 거래소를 만들었다. 그런데 미처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생겼다. 기름 한방울 나오지 않는 나라인 만큼 유가 인상이 안겨다주는 위험은 항상 도사리고 있었는데 글로벌 금융위기와 더불어 석유의 생산이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게 되자 전기 생산 원료의 절반 이상을 차지 하던 석유의 가격이 그야 말로 왕창 올라가 버린 것이다. 그로 인해 전기 요금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원료비가 올라가자 결국 한전의 민영화 추진은 중단되었고 조작조각 찢긴 한전의 경영구조와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한전은 돈 먹는 하나, 만성적자로 허덕이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재벌들의 이윤을 보장하기 위한 전력 가격 정책

전력시장 민영화에는 실패했지만 민영화 결정 초기에 적극적으로 재빠르게 발전소를 건설하고 전기 생산을 시작한 대기업의 계속적인 전기 생산 유인을 제공한다는 논리로 정말 희한한 제도를 하나 설계해서 도입했다. 이른바 계통 한계 가격 즉, 전기 생산자들이 제시한 가격 중에서 가강 높은 가격을 모두에게 지불한다는 것이다. 전력 시장 민영화 이전에는 원가에 근거해서 한전이 전력을 구입하고 국민들에게 판매를 하여 적자가 나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준이었고 종종 흑자도 발생했다. 그런데 전력 시장에 발을 담근 민간 발전사의 적정 이윤을 보장해줘야 그들이 계속 전기를 생산할 것이라는 이유로 한전은 발전사들이 제시한 가격 중에 가장 높은 가격을 기준가격으로 정하고 전력 거래소를 통해 전기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전력을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실제 판매된 전기에 대해 대금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하겠다고 약속한 양에 대해 전액 지불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전의 적자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직접 적인 친재벌 정책 전기 요금 체계

비싸게 사들여서 싸게 판매하는 전기 요금 체계 때문에 오늘날 전력 수급과 관련한 많은 문제가 생겨난다고 한다. 그러나 낮은 전기 요금은 사실상 가정용 전기가 아니라 산업용 전기라는 사실이다. 현재의 산업용 전기는 기름보다 더 싸다. 등유의 열 효율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현재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등유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더구나 산업용 전기의 상당 부분을 대기업에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산업용 전기 요금 정책은 대기업들이 진출한 민간 발전소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납득할 수 없는 전력구매제도와 마찬가지로 대기업들의 이익을 직접적으로 보장해주는 대표적인 친 재벌 정책의 하나이다. 바꾸어 말하면 대기업에게 석유보다 싼 가격에 전기를 공급해 주기 위해서 정부는 핵발전 확대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그 결과 핵 발전소 주변 지역과 주민들에게 끔찍한 고통을 안겨 주는 것이다. 밀양 송전탑의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산업용 전기는 가만히 놔둔채 국민들에게만 절약을 외쳐..

과연 전기는 부족한 것일까? 전력 수요총량에서 산업용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계절별로 차이가 거의 없다. 가장 더욱 여름이나 가장 추운 겨울에 전력 사용량이 늘어나는데 바로 이 특정한 시기에는 일반 국민들이 사용하는 주택용 전기가 영향을 주는 게 사실이다. 이 시기를 전력 피크라고 하고 정부는 전력 위기라고 국민을 위협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겁을 주는 행위인데 즉, 여름과 겨울 특히 겨울은 굉장한 한파가 올 것이라고 예상을 한다면 미리 준비를 하면 되는데 예를 들어 거대 규모로 전력을 사용하는 대기업 사업장 중에는 철강 업체가 많은데 이들 업체는 짧게는 월간 길게는 몇 달을 계획해서 생산을 한다. 그렇다면 전력 예비량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바로 그 시점에 잠깐 생산량을 줄이거나 조업을 멈춘다고 해서 기업 실적에 미칠 피해는 거의 없으며 더구나 정부는 전력 사용량을 줄이면 그 절감량에 대해 전기 요금의 몇 배로 보상도 해준다. 이렇게 되면 철강업체는 상당기간 전기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다. 파도 처럼 올라갔다 내려갔다하는 전력 수요에 대해서 정부는 몸통인 산업계는 그대로 두고 국민에게 겁을 주면서 과소비라는 죄의식을 건들인다.
2011년 국가 전체 전력 사용량에서 산업용 전기를 쓰는 기업 35만개 중 상위 2000여개 대기업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량과 같은 기간 동안 생산된 핵발전 전력량이 비슷하게 나왔다. 즉, 단순 하게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핵발전의 규모와 대기업들의 전력 사용 규모가 일치한다는 생각을 해 보아야 한다. 전기 말고는 어떤 것을 사용해도 손해가 되는 상황에서 국가 전체 전력의 55%(최대 70%)를 넘어 계속 더 많이 쓰도록 유도하고 있는 현재의 산업용 전기 요금 체계부터 바로 잡아야 하며 그렇게 될 때 전력 부족을 내세운 핵발전소 증설 증책과 이를 막기 위한 백성들의 처절한 싸움의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낼 수 있다.

에너지 체제 개혁을 위한 시민적 노력

정전을 일상의 가능한 사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어느날 집에 들어서며 스위치를 올렸는데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만일 이 사태를 모르고 당한다면 사고지만 미리 알고 당한다면 사소한 사건에 불과하다. 전력 위기의 단기적인 대응으로서 사고 처럼 들이닥치는 순환 정전이 아닌 계획정전이 필요하다(필수 업무를 제외한). 당장 전기 요금이나 에너지간 형평성 조정이 어렵다면 이 정도 조치만으로 전력 위기라는 말은 쑥 들어갈 것이다.
현재의 전력 시장은 산업계와 대자본을 먹여 살리기 위한 에너지 정책을 통해 우리 시민들이 국가 독점의 중앙집권식 에너지 체제에 한데 엮여 있기 때문에 생겨 나는 것이다. 여기서 빠져나와 가정이든 지역이든 자급자족의 에너지 체제를 서서히 구축해 나가야 한다.
우리 나라는 합리적인 전기 요금 설계와 에너지간 형평성 조정만으로도 지금의 전력 수급 위기는 단기간내에 해소할 수 있는 환경이지만 지식경제부도 한전도 그럴 의지가 없어 보인다. 이유는 전력 부족 상황이 바로 건설사, 원자력 업계, 한전, 민간 발전사 등 전력 산업 이해 관계자들이 계속 성장할 수 있듯 말이다. 미국이 전쟁이 있어야만 경제 성장을 계속할 수 있듯이. 이렇게 하여 만들어진 전력 수급 위기가 한순간의 불편조차 참지 못하는 우리의 이기심과 맞물려 이 나라를 세계 최대의 핵발전소 밭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이 악마적인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전기는 공공재임이 분명하다. 그러함에도 그 공공재가 거대 기업들에게 집중되어 있다. 그리고 거대 기업을 위해서 전기를 비싸게 싸들이고 싸게 공급한다. 국민들에게는 전력 부족 시기라고 위협을 해 대면서 말이다. 그리고 원자력 발전소를 더 지어 전력 부족 현상을 해소 시켜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떠들고 있다. 거의 협박에 가까운 수준이다. 즉, 전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전력을 통해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자들의 탐욕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전력은 시장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려 놓는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전기가 결코 무공해 에너지가 아님을 우리 역시 자각해야 한다. 전기의 생산과 소비는 필연적으로 환경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이글은 녹색평론 2013년 1-2월호에 실린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