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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추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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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호]장애인에게 이동권은 생존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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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이동권 노동권 교육권은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연관되어 있기에 장애민중의 삶과 현실을 바꾸어 나가기 위한 기본적 투쟁인 장애니 차별철폐 투쟁에 대해 3회로 나누어 연제해본다
장애인에게 이동권은 생존권이다!
지난 4월 20일이 무슨 날이었는지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4월 1일 만우절 날 주변 지인에게 싱거운 농담을 던지거나, 4월 2일 프로야구 개막일에 야구장을 찾거나, 4월 5일 식목일 날 가족끼리 뒷산에 묘목 한그루를 심으러 가기는 했을 터이다. 아니면 한국 근현대사에 관심이 있는 이는 4. 19 혁명 기념일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그 날 TV를 켜면 유난히 장애인에 대한 프로그램을 많이 방영한다. 언론은 범상한 사람들보다 기념일을 더 꼼꼼히 챙기는 법이다. 어찌되었든 아직은 많은 이들에게는 정확히 인지되지 못하는 이 날, 장애인들은 한 쪽은 자본이 내어주는 체육관에서 박수치며 행사를 즐기고 한 쪽은 거리에서 투쟁을 한다.
그들이 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해 주된 내용은 “이동권 쟁취”를 위해서다. 우리에게 생소한 ‘이동권’의 개념은 ‘물리적 장벽, 특히 교통시설 이용 등에서의 제약을 받지 않을 권리’를 뜻한다. 쉽게 표현하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는 것이다. 보편적인 인간은 누구나 노동 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그러함이 인간을 규정짓는 가장 기초적인 객관적인 사실이다. 이를 뒤받침 하는 부차적인 것이 이동을 하고 교육을 받고 제 몸을 자유로이 움직이는 것들이다. 즉 다시 말해 장애인에게 이동권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행위인 노동을 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사안인 것이다. 비장애인에게는 별다른 고민이 요구되지 않는 이동권이 장애인에게는 바로 생존권 그 자체인 것이다.
어느 장애인의 일기를 한번 보자.
시내 중심가에서 친구를 만나기 위해 버스 정류장에 갔지만 버스타기가 쉽지 않다. 78cm의 난간과 마주친 것이다. 그렇다고 지하철을 타자니 엄두도 나지 않는다. 엘리베이터도 없고 사고가 났다던 수직형 리프트는 절대 타고 싶지 않다. 택시도 겨우 잡아탔다. 휠체어를 싣기 번거로워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시내에 도착하니 모든 인도가 턱으로 가득 차 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만만치 않다. 오늘도 녹초가 되었다. 밖에 나가기 싫다. 하지만 내일 입사면접인데.........날 써주기나 할까?
그래서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주도하고 있는 ‘장애인 이동권 연대’가 중점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것이 바로 교통시설의 문제이다. 장애인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타고 내릴 수 있는 대중교통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01년 1월 22일 오이도역에서 추락사고가 발생했다. 장애인용 수직형 리프트 고장으로 인해 장애인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비장애인에겐 편리하게 이용하는 지하철이 장애인에게는 목숨을 앗아가는 장소가 된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장애인 스스로가 휠체어를 끌고 목발을 짚고 거리로 나서게 된다. 지하철 선로점거, 시청 앞 천막농성, 장애인 버스타기 행사(거의 대부분이 점거로 끝이나는), 목숨을 건 단식농성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비타협적인 투쟁을 진행해 왔고 그 와중에 끝까지 함께하지 못하고 먼저 돌아가시는 열사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정권은 공권력을 동원해 폭력적인 탄압을 서슴없이 감행하면서 생존권을 요구하는 그들의 목소리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이것은 명백히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 34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라는 거대 공동체 속에 장애인은 비장애인과는 별도로 취급되는 예외의 규정에 존재하고 있다.
등록된 장애인만 130만 명이 넘는 지금, 길거리를 지나다 쉽게 그들을 마주칠 수 없다는 것은 현재의 한국사회가 극히 비정상적인 상태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이동권이 제약된 상태에서 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있다. 2%도 되지 않는 장애인 고용율에서 드러나듯이 사업장들은 장애인 고용을 반기지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의 장애인들은 저소득층의 처지에서 국가에서 지급하는 보조금으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 군사정권시절 성장위주의 정책은 건강한 신체, 군인정신, 산업역군 등 몸이 성하지 않은 장애인은 아예 사람으로 취급받지 못하게 하는 인간형을 요구했다. 그러나 세상이 많이 바뀌고 복지국가로의 도약을 준비하는 21세기 대한민국, 집권여당의 비례대표1번이 당의장이 아니라 장애인으로 할당되는 지금도 여전히 장애인들은 사회가 만들어놓은 철옹성을 박차고 나오지 못하고 있다.
차별이 아닌 차이를 이야기하는 공익광고가 공중파를 타고 있지만 아직도 사회 대다수를 장악하고 있는 자본과 정권은 불경기를 이겨내고 불투명한 미래의 복지국가를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들의 희생은 불가피하다고 은밀히 요구하고 있다.
장애인들에게는 한번씩 선물 주듯이 던져주는 저상버스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장애인에게는 시혜와 동정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사회의 동등한 일원으로 함께 공동체의 삶을 누릴 권리가 필요하다. 비장애인이 사회에서 누리는 권리가 장애인에게도 주어져야한다. 지난 4.20때도 마포대교에서 폭력 경찰에 의해 무자비하게 연행된 그들의 목소리를 기억하자.
“1980년대 이미 저상버스가 보편화된 외국의 경우처럼 턱이 낮은 저상버스를 제공하라. 추락사가 발생하는 고정형 및 수직형 리프트를 없애고 모든 지하철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라. 건교부와 보건복지부는 서로 책임을 떠밀지 말고 ‘장애인이동권정책위’를 설치하여 일관된 장애인관련 정책을 실시하라. 모든 차별을 금지하라.”
내년 4월 20일에는 좀 더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하는 그들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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