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들은 노동을 통해 얻은 대가로 희망을 이루며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므로 사회는 누구나 노동을 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장애인들은 자신의 장애 때문에 작업적 능률이 비장애인보다 떨어지므로 이윤을 추구하는 사업주는 작업적 능률이 떨어지는 장애인을 채용하기를 꺼려한다. 그래서 고용되기도 힘들고 해고당하기는 더더욱 쉽다.
일반 노동시장에서는 실업률이 10%에만 육박해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어 실업급여나 구직급여를 지급하고, 정책적으로 새로운 사업을 수행하여 고용창출을 유도하려 노력하는 등 온갖 대책마련에 고심한다. 실업자가 늘어나게 되면 저소득 가정이 늘어나게 되어 사회복지의 대상자는 늘어나는 반면 세입이 줄게 되어, 그만큼 정부의 사회복지에 대한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동 및 접근권의 문제로, 저학력으로, 작업환경의 부재 등으로 인해 70% 이상이 만성적인 실업상태에 있는 장애인들에 대해서는 그리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어찌 보면 일반 노동시장에서는 노동조합 등의 노동당사자들의 강력한 요구가 있기 때문에 자본이나 정부가 움직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자신들의 요구를 주장할 수 있으려면 우선은 노동시장에 진입해야 한다. 그러나 장애인들의 경우 여러 가지 요인 때문에 노동시장으로의 접근 자체가 원천 봉쇄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나름대로의 규제를 가하게 되는데 2% 의무고용을 준수하지 않으면 그 기업에는 그만큼의 부담금을 징수하는 것이다. 일종의 범칙금인데 대부분의 기업은 생산성이 떨어지는 장애인들을 고용하는 것보다 차라리 부담금을 징수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여 장애인을 고용하기보다는 부담금을 징수하는 것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징수된 고용부담금은 ‘장애인고용촉진기금’이라는 이름으로 모아져서 장애인을 고용하는 기업에 ‘고용장려금' 형식으로 지원하게 되어있다. 기존의 고용장려금은 고용되는 장애인의 성별이나 장애정도에 따라 최저임금의 100%에서 175%까지 지원하게 되어 있으나, 고용촉진기금이 고갈되어간다는 이유로 노동부는 올해부터 고용장려금을 현행의 40%로 대폭 축소하고, 그것마저 고용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지급하지 않는다는 발표를 하기에 이르렀다.
축소의 이유는 예산이 바닥났다는 것인데, 이것이 웃기는 것은 장애인을 고용하는 기업이 많아질수록 부담금의 규모는 작아지고 지급해야 할 고용장려금의 액수는 많아지게 된다. 결국 고용장려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일정정도의 의무고용 위반 기업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기금의 방만한 운용과 고용장려금 지급 기준의 불합리 등 고용촉진기금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장애인고용에 대한 정부의 예산지원 부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범칙금으로 모아진 기금만으로 장려금을 지급한다는 생각은 의무고용의 의미 자체를 부정하는 처사이다.
또한 여러 가지 심리적 물리적인 환경의 부재에 의해 이직률 또한 비장애인들보다 훨씬 높은 현실에서 고용장려금 축소 방안은 장애인들의 실질적인 비정규직화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실재로 고용장려금의 축소 결정이 나고 아직 시행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많은 수의 장애인고용기업들이 장애인들을 해고하고 있고, 고용장려금을 기대하고 만들어진 장애인중심의 보호작업장들은 도산 위기에 처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심지어 장애를 이유로 해고된 노동자들이 자살하는 사건들이 속출하고 있으며, 앞으로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 예상된다.
이 모든 것을 일소할 수 있는 것이 고용장려금 축소를 철회하고 일반예산에서 충분한 장애인고용예산을 배정해야 하지만 그 보다 더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장애에 대한 사회적 통념이 바뀌어야 한다. !
흔히 장애는 사회적 모델, 의학적 모델 두 가지로 규정된다.
의학적 모델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개념으로 장애를 개인적 차원의 결함, 즉 의학적 관점으로 본 손상의 정도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이는 손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개인적 차원에 한정시킴으로써 문제해결의 지점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아 정책의 방향을 사회적 물리적 장벽의 제거에 두기보다는 개인의 손상을 보상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지게 한다.
반면 사회적 모델은 장애의 규정이 손상, 활동, 참여, 환경 속에서 장애가 나타나고 활동과 참여의 제한, 환경의 제약 등에 의하여 개인의 신체적 특성이 장애화 된다는 것이다. 즉 장애인의 활동 기능 부족이라는 개인적인 특성보다는 외부적인 보조가 없어서 발생하는 사회적 결과가 바로 장애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진보적인 장애운동은 이러한 근거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이러한 근거가 신체적 손상을 입은 장애인만의 투쟁이 아닌 사회로부터 소외받고 차별받고 있는 모든 이들과의 연대투쟁이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장애인문제는 신체적 손상이 있는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로부터 소외받고 차별받고 있는 여성, 이주노동자, 성적소수자들의 문제인 것이다.
이렇듯 사회적 통념이 바뀌지 않는다면 장애인 문제는 사회 약자의 문제이기 보다는 단지 그들만의 문제로 남게 되고 심할 경우 장애인 개인의 문제로 남게 되는 것이다.
우리부터라도 그러한 사회적 통념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로 받아안고 함께 연대하자. 이제부터는 정규직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 성적소수자.... 이 모두는 개별의 누구누구가 아니고 우리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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