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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편집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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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호] 미국의 의료보험과 노동보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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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의료보험과 노동보건
탁 상 우
미국노동안전보건연구원 (NIOSH, Cincinnati, OH)
미국인 5명중 1명은 의료보험이 없다고 합니다. 해마다 시행되는 보건통계조사에서 나오는 수치이니까 더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을 겁니다. 한국 보건의료체계에 적응된 저로서도 의료보험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한국처럼 공공 의료보험체계에서는 누구든 의료보험에 들어있으니, 약간의 환자 부담금을 제외하고는 환자한테 더 이상 요구할 것이 없습니다.
반면에 미국에서는 의료보험에 들어있지 않은 환자들은 응급실에서 조차 문전박대를 받습니다. 개인에게 보험이 없으면 병원은 어디서도 치료비를 받을 수 없으니 공짜로 치료를 해 줄 요양이 아니면 환자를 받을 이유가 없겠지요.
한국에서는 20만원짜리 수술이 미국에서는 7백만원…
물론 개인이 치료비 모두를 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의료비용은 어지간한 부자가 아니면 엄두를 낼 수 없을 만큼 비쌉니다. 얼마 전 제 아내가 그 나이에 흔한 부인병이 생겨, 시술하고 바로 그 날 퇴원할 수 있을 정도의 간단한 수술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한국의 의사친구에게 알아본 바, 한국에서는 개인이 약 20만원 정도를 부담하면 되는 그런 수술이었지만, 미국병원에서 저희들에게 보낸 비용청구서에는 약 7백 만원이 적혀있었습니다.
원래는 2천만원 정도 드는 시술이지만, 제가 들어있던 의료보험이 일정 금액 이상은 보상을 해 줄 수 없다며, 나머지 비용은 개인이 지불해야 한다는 그런 조항을 내세워 책정된 비용이었습니다. 아직도 전 그 불가사이한 차이(20만원과 7백 만원)를 이해해보려고 전전긍긍 하고 있습니다.
미국 의료보건체계의 이런 이윤추구 본질에 희생당하는 것은 가난한 영세민뿐만이 아닙니다. 미국사회를 지탱한다는 중산층에서도 과도한 의료비용 지출로 인해 개인파산을 신청한 사람이 지난 몇 년간 모두 합쳐 150 만 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의료보험이 있다하더라도 이런 체계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궁금해집니다. 설상가상으로 개인이 의료보험에 들려 하면 이것저것 핑계를 들어 가입시켜주지 않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몸이 아프니 도움이 더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아예 보험가입조차 허용되지 않으면, 결국 그 엄청난 의료비용을 빚을 져서라도 지불하고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죠. 당연히 그 뒤는 개인 파산으로 이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합니다.
다행히도 미국 노동법은 고용주가 임금 노동자를 1년 이상 고용할 경우에 필히 의료보험을 제공하게끔 강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11개월의 단기 고용을 반복적으로 요구하는 악덕 업주도 있긴 합니다만, 의료보험을 제공받은 노동자 입장에서는 참으로 다행이지요.
왜냐하면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그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흔히 사업주가 얼마나 좋은 의료보험을 제공하는냐가 노동자들의 직업선택에 중요한 조건중의 하나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노동보건에는 별로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노동 재해나 명백한 직업성 질병을 얻은 미국 노동자들의 반 이상이 산재보상신청을 하지 않는 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 이유중의 하나가 당연히 해고에 대한 두려움이지요.
해고라는 것은 임금 손실만이 아니라 의료보험의 상실까지도 의미하는 것입니다. 가령 가족 중에 당뇨병처럼 정기적인 치료를 요구하는 질병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 집니다.
의료보험 상실의 두려움으로 산재보상보험신청은 엄두도 못내는 현실
노동재해를 당해서 일을 할 수 없으니 산재처리를 하게 되고, 그러면 그 개인은 어느 정도 보상받게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족들을 위한 의료보험을 상실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산재보상제도가 가족들을 위한 의료보험까지는 제공을 하지 않으므로 이후 가족은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로 남게 되는 것이죠. 많은 노동자들이 산재신청을 포기하고 개인치료나 사업주가 제공한 의료보험을 통한 일반 치료를 택하는 원인으로 미국의 이러한 각박한 의료보험 체계를 들 수 있지 않을 까 생각이 듭니다.
이런 조건에서 가장 열악한 상황에 있는 노동자를 든다면 농장 작업자를 들 수 있습니다. 기계화와 산업화에도 불구하고 미국 농업의 많은 부분은 여전히 작업자들의 육체노동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경운기 전복으로 인한 사망사고나 농경기계에 의한 재해, 근골격계 질환, 소음성 난청 등 대부분의 소규모 농장 소유주나 농장 작업자들 또한 무수한 재해나 질병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미국의 산재보상제도는 그림의 떡입니다. 따라서 자신뿐 아니라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많은 농장 소유주나 작업자들은 가까운 도시에 나가 부업을 가집니다.
물론 의료보험을 얻기 위해서이지요. 그러니 일이 고된 것뿐만 아니라 작업장에서의 위험에도 두 배로 노출되게 됩니다. 농장에서 적은 돈으로 묵묵히 일하는 수 만명의 이민노동자들에게는 이 조차도 아마 사치스러울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생각하고 이리저리 따져보아도 미국의 의료보험과 산재보상 제도를 포함한 노동보건은 정말 엉망입니다. 만에 하나 이것이 제대로 된 방식이라면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는 캐나다나 멕시코가 여전히 국가 의료체계를 유지하고 있을 이유가 없지요. 미국의 의료제도와 산재보상제도는 절대로 배우거나 도입되어서는 안될 것들입니다. 그야말로 국가적 자해행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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