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언론악법이라 하는가?
이일균(전국언론노조 경남도민일보지부장)
안녕하십니까? 저는 전국언론노조 경남도민일보지부 이일균 지부장입니다. 아시다시피 전국언론노조는 요즘 진행되는 신문법과 방송법 등 언론 관련 법안 개정 움직임을 ‘개악’이라고 진단합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재벌의 방송진출을 허용하고, 조선, 중앙, 동아 등 발행부수가 전체 70%를 넘는 일부 신문사들의 종합방송 진출을 허용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현재 방송법에는 지상파 방송이나 종합편성.보도프로그램 제작에 대해 대기업.신문.통신의 소유 자체를 금지시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지난해 12월, 올해 2월 국회에서 지상파의 경우 20% 한도에서, 종합편성.보도프로그램 제작의 경우 49%의 한도에서 소유를 허용하자고 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신문법에도 신문.방송 겸영금지 규정이 있지만, 한나라당은 신문.방송 겸영금지 규정을 없애는 내용의 개정안을 냈습니다.
재벌방송으로 인한 대기업 관련 기사의 은폐나 안 그래도 신문시장을 독과점하는 일부 신문사의 방송진출로 여론 다양성이 제약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우선, 재벌의 방송진출 경우를 보죠. 물론, “상한선이 20%인데 뭘!”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소유 자체를 허용해버리면 그 상한선은 분산 형식으로 얼마든지 조작 가능합니다. 거기다, 재벌이 방송사를 소유하게 되면 지난 2007~2008년 최대 이슈였던 ‘삼성의 비자금파일사건’ 같은 게 제대로 보도되겠습니까. 지난해 대통령선거 직전에 발생했던 충남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에 대해 삼성가가 지분을 갖고 있는 중앙일보가 어떻게 보도했는지도 적절한 예로 언급돼왔습니다.
조선, 중앙, 동아일보 등 현재 한국 신문시장의 70% 이상을 독과점하고 있는 신문사들이 지상파나 종합편성 방송에 진출하는 경우는 또 어떻게 될까요.
이와 관련해 2006년 3월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내놓은 지역신문 구독자 조사결과는 놀랍습니다. 이에 따르면 지역신문 구독률은 제주 19%, 부산·울산·경남 16.6%, 대구·경북 13.2%, 광주·전남 6.7%, 강원 6.3%, 충북 4.6%, 전북 3.7%, 대전·충남 3.4%, 경기·인천 1% 등이었죠.
저도 4월 3일 토요일에 제가 사는 창원시 동읍의 한 아파트 전체 275가구를 각 동별로 맨 위층부터 뛰어내려오면서 점검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시각 전에 신문을 들고 들어가는 부지런한 경우는 빠지는 한계가 있었지만, 그렇게 모두 8동을 다 돌아본 결과 조선일보가 14부, 중앙일보가 5부, 한겨레신문 3부, 동아일보와 한국경제신문, 매일경제신문이 각각 2부씩이었습니다. 지역신문으로 조간인 국제신문은 찾을 수 없었고, 이날 발행을 하지 않는 경남도민일보는 제가 독자임을 내세워 지국에 확인한 결과 평일 4부가 배달된다고 했습니다. 통계에 한계가 있지만, 서울일간지와 지역일간지의 조간 구독 합계는 28부와 4부였죠.
한나라당이 제출한 신문법 개정안은 조선, 중앙, 동아의 독과점비율을 더욱 높일 뿐만 아니라 앞의 예에서도 드러났듯이, 지역신문 구독률을 더욱 낮출 수밖에 없다고 저는 예상합니다. 조중동 등 시장점유율 70% 이상 신문에 대해 지금까지 적용하던 신문법 17조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 규정을 없애려고 하면서 이들 신문사의 불법경품 행태는 지금 아파트의 상가와 거리 곳곳에서 더욱 횡행합니다. 여론 다양성 보장을 위해 겨우 마련했던 족쇄를 푸는데서 그치지 않은 한나라당은 앞서 말했듯이 신문법 15조 2항 ‘신문사의 방송사업 겸영금지’ 규정을 폐지, 이들의 방송사업 진출까지 허용하려 합니다. 지역신문 종사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경우입니다. 즉 여론의 다양성과 언론 공공성 침해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 봅니다.
요즘 언론탄압 상황은 전에 없습니다. 1999년 통합방송법 개정과정 이후 10년만에 YTN 노조 지부장이 구속됐었고, 방송된지 1년 다돼가는 MBC <PD수첩> 제작진 6명은 사실상 수배상태입니다. 언론노조에서는 이런 양상을 두고, 오는 6월 2일부터 시작될 국회 언론 관련법 개정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전초전으로 분석합니다.
전국언론노조는 현 이명박 정부가 이처럼 선전포고를 마다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재벌의 방송진출을 허용하고, 조선 중앙 동아일보의 방송진출을 부추기는 이유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그리고 그 두 가지 이유는 같다고 분석합니다. 정권을 유지하고, 연장하는데 결정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한번 쯤 곰곰이 생각해보시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동의하신다면, 5월 1일 노동절의 거리에서, 6월 10일 항쟁 10주년의 거리에서 언론악법을 포함한 MB악법의 저지 구호를 외치면서 함께 만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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