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정책과 현실
정국희(사. 이주민과 함께 사무처장)
1. 고용허가제
고용허가제는 과거 15여 년 간 운영된 산업연수생제도에서 만들어낸 많은 문제점을 해결하겠다며 정부주도로 만들어진 외국인력도입제도이다. 이 제도는 정부간 MOU(양해각서)를 체결해, 민간관리하에서 발생한 송출비리, 인권, 노동권침해 등을 방지하겠다는 의지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는 고용주의 ‘고용’만을 ‘허가’하는 제도라는 점으로 볼 때,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침해하고 있어 많은 문제점을 양산하고 있다.
사업장이동의 제한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는 ‘외국인근로자고용등에 관한 법률’ 제25조의 규정에 의해 사업장의 이동 횟수 및 사유, 기간이 제한되어 있어 이주노동자의 노동권 및 인권침해를 유발하고, 미등록이주노동자를 발생시키는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용허가제하에서 이주노동자는 사업장이동을 원천적으로 제한받고 있다. 사업주의 고용계약 해지, 사업장 휴▪폐업, 임금체불, 심각한 폭행 등의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사업장 이동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작업장 환경 및 작업 내용의 문제, 작업장내에서의 갈등, 언어폭행 등으로 사업장 변경을 원하는 이주노동자의 요구는 고용센터에서도, 사업장에서도 받아들여질 수가 없다.
이런 과정에서 미등록이주노동자가 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고용허가제의 구조적인 문제가 미등록이주노동자 양산의 주요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사례>
베트남이주노동자 V씨는 고용센터를 통해 사업장변경을 했다. 두 달이 지난 후,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체류연장허가를 신청하러 갔다가, 해당 사업장이 이주노동자 고용제한에 걸려있어 체류연장허가가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때문에 V씨는 미등록체류자가 되었다.
필리핀이주노동자 M씨는 회사를 3회 변경했다. 그런데 현재 회사가 폐업을 하게 되어, 다른 회사를 구하려고 고용센터에 갔지만, 사업장변경 3회를 다 사용했기 때문에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때문에 M씨는 미등록체류자가 되었다.
베트남여성이주노동자 T씨는 구직기간 중, 몸이 좋지 않아서 병원 치료중이었다. T씨는 두 달이라는 구직기간 만료일이 다가오자 진단서를 들고, 고용센터를 찾았다. 고용센터에서는 진단서에 ‘6개월 치료를 요함’이라는 소견이 있다는 이유로 구직기간 연장을 거부당했다. 때문에 T씨는 구직기간을 넘겨 미등록체류자가 되었다.
위 사례들 말고도 고용허가제로 입국해서 일을 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 중, 사업장변경 사유와 횟수 제한, 구직기간 제한, 이주노동자는 미리 알 수 없는 사업장 고용제한 등의 이유로 미등록체류자가 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노동의 자유와 권리는 인정하지 않고, 고용의 효율성과 관리․통제만을 강조하고 있는 고용허가제는 등록이주노동자를 미등록이주노동자로 만드는 쉬운 방법이 되고 있다.
2. 출입국관리법
공무원통보의무제도
2008년 6월 20일 노동부는 외국인민원진행에 있어 지침으로 있었던 ‘선구제 후통보’를 폐지했다. 이 지침은 ‘불법’이라는 이유로 단속과 출국의 협박아래 임금체불, 퇴직금 미지급 등의 노동권에 대한 구제를 받기 힘들었던 미등록이주노동자에게 권리구제의 길을 조금이나마 허용한 것으로, 체류자격과 상관없이 노동권의 권리구제를 먼저 진행하도록 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하에서 법무부는 노동부에 ‘불법체류자 통보의무’에 대한 권고를 전달했고, 노동부는 이를 받아들여 지침을 폐지한 것이다. 실제적으로 공무원통보의무제도는 미등록이주노동자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 임금을 받지 못해도, 사건사고의 피해자가 되어도 노동청이나 경찰서를 찾기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반인권적인 미등록이주민 강제단속
한국정부는 미등록이주민에 대한 강제단속을 상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미등록이주민들은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숙소에서 잠을 자다가 단속되어 구금되고 있다. 지난해 G-20정상회의를 앞두고 한국정부는 정상회의의 안전을 확보한다며 미등록이주민 정부합동강제단속을 실시했다. 강제단속 과정에서 많은 이주민들이 다치고 심지어는 사망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주노동자에게 단속이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피하고 싶은 것이다. 때문에 잡으려고 하는 자와 잡히지 않으려는 자와의 쫓고 쫓기는 과정에서 많은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다친 많은 이주민들은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한 채 강제출국당하고 있다. 한편, 출입국관리소는 이 과정에서의 사건사고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외국인보호소 - 강제적으로 ‘보호’ 당하는 구금시설
외국인보호소. 이곳은 일을 하다가, 잠을 자다가, 길을 걷다가 강제로 단속된 이주노동자들을 구금하는 곳이다. 이주노동자들은 출국에 대한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짐도 챙기지 못하고, 수년을 살아온 한국생활에 대한 정리도 하지 못한 채, 친구가 챙겨다 준 가방 한두 개로 한국생활을 정리당해야 하는 것이다.
2007년 2월 발생한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로 당시 구금되어있던 10여명의 이주노동자들이 희생당하고, 그 외 이주노동자들이 육체적, 정신적 피해를 당해 고통을 호소해오고 있다. ‘보호’라는 명목아래, 이주노동자를 강제로 구금하는 ‘외국인보호소’는 그 시설과 처우에 있어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3. 이주민에 대한 부정적 시각 - 잠재적 범죄자 취급
‘불법체류자=범죄자’라는 식의 미디어 보도의 영향으로 미등록이주노동자에 대한 한국사회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요즘 한국사회에서는 미등록이주민은 ‘당연하게 내쫓아야 할 범죄자들’이라는 식의 부정적인 시각을 아주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는 미등록이주노동자이 왜? 생겨났으며,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들이 왜? 한국사회에 살고 있는지? 등에 대한 고민과 이해는 배제한 채, ‘불법’에 방점을 찍고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하고 있다. 이주노동자의 노동자성, 인권침해 등은 인정하지 않고, 미등록이주노동자를 양산하는 구조적인 배경은 묻지 않고, 개인의 위법행위만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각은 모든 이주노동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만들어 한국사회 전반에 ‘외국인혐오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때문에 정부가 선동하는 이주노동자, 이주민에 대한 배제와 차별에 한국사회는 왜? 라고 따져 묻지 않고, 수긍하고 있다. 이주민을 구분하고 배제하는 것이 과연 한국사회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에 희망을 만들어가는 것일까? 라는 고민을 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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