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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추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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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호] 이윤보다 생명이다 - ‘치료받을 권리’를, 넘어 ‘완전히 나을 권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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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특집은 의료문제에 관한 얘기를 몇 차례 풀어볼까 합니다. 가진 것이라고는 몸뚱아리밖에 없는 노동자로서는 건강은 곧 자신의 모든 것입니다. 따라서 보건의료는 자신 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건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이런 보건의료가 현재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노동자, 민중을 억압하고 있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내용은 평등사회를 위한 민중의료연합의 “이윤보다 생명이다”라는 단행본을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총 4회에 걸쳐 연재하게 되며 1회는 의료보장제도, 2회는 의료의 공공성, 3회는 의약품의 공공성, 4회는 민중의료를 위하여 순입니다.
‘치료받을 권리’를, 넘어 ‘완전히 나을 권리’를
“사무직 노동자 김민중씨의 푸념”
사무직 노동자 김민중씨는 월급명세서를 볼 때마다 분통이 터진다. 특히 열 받는 것은 의료보험료다. 2년전만 하더라도 4만원이 좀 넘던 보험료가 작년에는 5만 8천원으로 오르더니 올해는 6만 3천원으로 또 올랐다. 어제 뉴스를 보던 김민중씨는 “의원수입이 지난 2년 사이에 60％이상 늘어났다”는 보도를 듣다가 갑자기 월급명세서를 끄집어내서 찢어버리고는 이렇게 외쳤다. “에이, 다 해처먹어라!”
보험료는 해마다 오르는데도 보험혜택은 늘지 않을 뿐 아니라 보험재정이 적자라서 보험료도 더 올리고 진료 받을 때 내는 본인부담금도 더 올려야 된다고 한다. 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계속되는 것일까? 우리나라에서 의료는 ‘돈벌이를 위한 상품’이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은 병원이 환자에게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양에 따라 경제적 대가를 지불하는 ‘행위별수가제’를 채택하고 있다. 즉 의료서비스를 많이 제공할수록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것이 우리나라 병원과 건강보험의 관계인 것이다. 이러다 보니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의료서비스도 병원입장에서는 훌륭한 수익상품이고 우리나라 대부분의 병원이 이런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건강보험 재정 위기와 노동자 민중의 부담 증가를 피할 도리가 없다.
죽음을 강요했던 무리한 보험 절감책
부산의 생활보호 대상자 박모씨는 자신의 방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되었다. 폐기종, 천식, 위장병, 전립선염 등 갖은 만성질환을 달고 있던 박씨가 자살을 선택한 것은 엄청나게 올라간 의료비 부담때문이었다. 주위의 도움으로 생활보호 대상자로 지정된 박씨는 끼니마다 복용하는 20여 알의 약값을 큰 부담없이 구입해 왔다. 그러나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억제할 명목으로 1400여개 품목을 보험비급여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박씨의 일주일치 약값은 6000원에서 2~3만원대로 훌쩍 뛰었다. 노동력을 상실한 생보자에게 이는 생활비의 전부를 약값으로 내라는 이야기였고 박씨가 선택할 길은 자살 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의 의료보장 제도에는 건강보험(과거 의료보험)과 저소득층을 주 대상자로 하는 의료급여(과거 의료보호)가 있다. 의료보장제도가 존재하는 이유는 현대사회에서는 의료비용을 개인 혹은 개별가족의 힘으로는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매주 토요일 저녁이면 시청자의 심금을 울리는 「사랑의 리퀘스트」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방송은 눈물이 절로 나는 애절한 사연을 소개해주고, 한 통화에 천원씩 적립되는 ARS 전화로 모금을 하는 프로그램으로 말 그대로 앉아서 죽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전화를 걸지 않을 강심장은 흔치 않다.
그리고 한 통화에 천원씩 적립되는 모금액이 순식간에 천만원, 일억원을 넘는 것을 보면서 “그래, 우리 사회는 아직 따뜻한 인정이 살아있어”라고 스스로 위안을 받는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은가? 전국민이 가입한 건강보험이 있고 저소득층은 정부가 의료급여 대상자로 지정해서 돌보고 있는데 도움이 없으면 죽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
의료보장제도가 있는데도 「사랑의 리퀘스트」같은 방송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는 사실은 현행 의료보장제도가 얼마나 허구적이며, 허술한지를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껍데기뿐인 현재의 의료보장제도는 가난한 노동자, 민중으로 하여금 생명을 구걸하게 만들고 있다. 의료보장제도의 현실이 이렇다보니 암보험, 성인병보험 등 민간의료보험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2000년에는 민간의료보험료 수입이 10조원을 넘어서 7조 2천억원의 건강보험료 수익을 압도하기에 이르렀다.
민간의료보험은 사람을 차별하고 사기성이 농후하다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지만 진짜 문제점은 ‘유전무병(有錢無病), 무전유병(無錢有病)’을 고착시킨다는 점이다. 즉 돈이 없는 사람은 건강하게 살 권리도 없단다.
이런 의료보장제도의 부실화는 정부와 자본에 의해 명백하게 의도된 사건이다. 신자유주의가 관철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의료보장제도는 축소되고 공공의료기관은 민영화된다. 그리고 민간의료보험이 확대되고 국내외 자본에 의한 의료 장악이 증가된다.
이런 본격적인 이윤창출 시장을 만들기 위한 첫 단추로서 의료보장제도의 부실화를 조장하는 것이다. 이처럼 의료보장제도의 부실은 불가피하거나 우연한 사건이 아니라 의도된 시나리오이며 신자유주의의 본질적인 모습이다. 신자유주의 정부와 자본에게 건강보험 재정 위기는 의료보장제도의 부실을 정당화하고 이를 더욱 부추길 명분을 주었다는 점에서 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기회인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 민중이 원하는 의료보장제도는 유명무실한 치료비 보조 제도가 아니다. 현 사회가 유지될 때 편하게 살 수 있는 기득권층에게는 제도 자체가 중요할지 모른다. 그러나 노동자, 민중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제도가 아니라 ‘건강한 삶의 보장’이다.
(다음 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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