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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죽음의 행진을 두고 볼 수 없다.
파티마 병원 영안실에 들어섰다. 복도 끝 마지막에 있는 호실번호가 눈에 들어왔다. 몇해전 같이 활동해오던 친구 우백이를 마지막으로 보냈던 그 방이었다.
우백이의 사진이 놓여있던 똑같은 자리에 멀고먼 낯선 나라에 와서 일하다 억울하게 운명을 달리한 고 허이페님의 영정사진이 자리하고 있었다. 두산중공업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며 노동자 세상을 꿈꾸던 우백이, 그리고 경남금속 하청업체에서 일하며 행복을 꿈꾸었을 허이페, 둘은 모두 다 지게차에 치어 운명을 달리했다.
단 하나, 지게차 운전자에게 신호를 해줄 사람만 있었다면 ...
비보를 듣고 아들의 주검을 만나기까지 일주일, 중국에서 온 가족들에게서는 탄식밖에 나오지 않는다. ‘형이 죽었는데 건강하던 형이 어느 날 갑자기 죽었는데 왜 무엇 때문에 죽었는지 이해야 되질 않습니다. 아니 사람이 죽었으면 먼저 왜 죽었는지 이유가 무엇인지를 밝히는 것이 우선 아닌가요? 회사는 이것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고 장례를 어떻게 치를 것인지 이야기 하자고 합니다.’ 동생이 울먹이며 말한다.
동생의 이야기를 들으며 노동자의 죽음에 너무도 무감각해져 버린 잔혹한 현실을 새삼 깨닫는다. 사업주들은 사고가 나면 가족의 아픔, 고통에는 관심이 없다. 사고의 원인을 밝히고 예방조치를 하는것 에도 관심이 없다. 빠른시간 안에 별 마찰없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합의하고 장례를 치르는 것, 오직 이것만이 그들의 관심사다.
언제까지 더 죽일 건가? 노동자가 왜 일터에서 죽어나가야 하는가?
일을 하다보면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을 더 이상 계속 듣고 있을 수는 없다!!
지난 11월부터 2월초까지만 지역에서 중대사망사고 발생으로 상담, 대책활동에 나선것만 10건 12명의 노동자가 살인을 당했다.
심각한 문제는 이사고들이 대부분 같은 유형의 사고하는 것이다. 삼호조선소에서 가스누출로 3명의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갔을때 노동자의 요구대로 사업주를 구속하고 동일 사업장에 안전점검요구를 받아들였다면 불과 10일 뒤 똑같은 사고로 또 한명의 노동자가 살해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디 이뿐인가? 10건의 사고 중 5건의 사고는 작업시 신호를 해줄 수 있는 한명의 신호수 작업자만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자본에 의해 저질러진 살인이며, 노동부의 방조에 의해 죽어간 억울한 죽음들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모든 것을 기업을 위해 존재 하는 나라, 노사 자율안전을 통해 국가의 책무를 져버리는 나라, 노동자가 죽어 나가도 사업주 처벌은 솜방망이 인 나라에서 우리 노동자들이 해야 할 일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왜 멀쩡한 한 가족의 가장이 작업장에만 가면 죽어 나오고 있는가?
‘우리 형이 돌아가시기 며칠 전 바로 옆 사업장에서 똑같은 사고로 한분이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도대체 누가 책임을 지고 있습니까? 왜 우리 형님은 죽어야 했나요?’ 울부짖는 그에게 노동자의 목숨을 가벼이 여기는 이 잔혹한 사회를 무어라 설명할 수 없었다.
4년 만에 아버지를 만나게 된 13살 아들은, 아버지의 화장이 진행되는 어깨를 들썩이며 아버지와 작별을 했다. 설을 하루 앞둔 2일 고 허이페님의 가족들은 중국으로 돌아갔다.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로 4년 동안 하루 하루 힘든 노동을 함께 하던 부인은 남편의 유골을 안고 고향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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