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성 암 유발 물질, 우리 작업장 안에 존재하고 있다.
지난 4월 28일 금속노조에서는 발암물질조사결과를 바탕으로 15명 노동자에 대한 직업성 암 집단산재신청을 진행하였다.
산재신청을 접수하는 노동자들은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진중공업 등에서 근무한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폐암과 유방암, 백혈병, 바터팽대부암 등 직업성 암을 진단받고 투병 중 이거나 이미 사망한 경우도 있었다.
이들 중 우리 지역의 김ㅇㅇ씨는 과거 20년간 버스, 트럭 등 디젤 차량 운전과 최근 8년간 쓰레기 수거 작업을 하던 중 폐암이 발생하여 산재신청을 하게 되었다. 이 작업자의 업무관련성평가 결과 국제 암 연구소에서 폐암 발생과 관련성이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group 24) 물질인 디젤엔진 배기가스에 약 30년 동안 노출되어 직업적 노출의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ㅇㅇ씨는 평생 흡연을 하지 않았고, 가족력도 없는 등 직업적 노출 이외의 발생 원인이 없다며, 산업재해로 인정받기 위한 준비를 한 것이다.
현재 우리 노동자들은 발암성 물질에 의하여 치명적인 질환에 걸렸음에도 이를 업무상질병으로 인정받기란 하늘에 별 따기 보다 어려운 현실에 있다. 발암성물질에 의하여 암이 발생하여도 개인질환으로 받아들이는가 하면 자신의 운명으로 여기고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고 자본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경남지역의 한 사업장에서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총 12명의 암환자가 발생되었다. 간암, 위암, 폐암, 담낭암, 백혈암, 직장암, 갑상선암등 질환의 종류도 다양하게 나타났으며 이 중 9명의 노동자가 사망하였고 산재신청을 하였으나 모두 불승인되었다.
이 중 도장 작업을 수 십년 동안 해 왔던 노동자가 백혈암으로 사망한 사례가 있다. 유족은 도장작업에 의한 직업병으로 산재신청을 하였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재해자가 사용했던 유기용제에 대한(사망전) 역학조사를 하였지만 백혈암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은 찾지 못했다며 불승인 처분 하였다. 하지만 이 작업의 작업환경측정의 결과표를 보면 벤젠과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들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작업환경측정의 결과표에 벤젠과 그 유사한 물질들이 있음에도 이를 부정하고 직접적 연관성이 없다는 결과서를 받고, 유가족들은 현재 재심사청구까지 불승인 처분을 받고 행정소송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물질에 노출되었다고 하여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질에 노출된 후 일반적으로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지나야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수년전에 사용했던 물질에 대한 자료와 건강검진결과 그리고 작업환경측정결과들에 의하여 증명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20~30년 전 열악한 현장에서 어떤 물질에 노출되는지도 모르고 열심히 일만 한 우리로서는 그에 맞는 증명을 해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닌 것이다.
한해에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약 6만8천여명 이라는 통계가 있다. 이는 교통사고(5,870명)로 숨진 사람보다 10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국립암센터 통계에 따르면 인간수명이 80세라면 남성은 3명중 1명이, 여성은 4명중에 1명이 암에 걸리고, 미국은 남성 2명중 1명, 여성 3명중 1명이 암에 걸린다고 한다. 산업화와 사회발전의 정도에 따라 암의 발병율이 높은 셈이다.
몇 년전 세계보건기구가 발행한 뉴스레터는 암으로 인한 사망 원인 중 약3%가 직업성 암으로 추정하고 생산직 남성에 국한해서 보면 12%로 증가한다고 이야기 한다. 이를 일상적으로 발암물질에 노출되는 노동자들에 국한해서 보면 사망자중 전체의 80%가 직업성 암에 의한 것이라고 보고한 바 있다.
이는 현재 노동현장에 수많은 발암물질들이 난무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척작업, 연삭작업, 용접작업, 도장작업, 주물작업, 갱내작업등 수많은 작업들이 발암물질과 함께 존재한다는 것이다.
금속노조 발암물질 조사사업에 따르면 경남지부 사업장 (경남금속, 두산 모트롤, 두산중공업, 레미코리아, 메티아, 삭스코리아, 세신 버팔로, 센트랄, 일진금속, 칸워크 홀딩, 한국주강, 현대로템,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화천기계, 효성창원, S&T, SLS조선, STX엔진, STX조선) 20개 사업장에서 총 4,574개 제품에 대한 MSDS가 수거하여 발암성 및 기타 독성 검토 결과, 전체 48.5%인 2218개 제품이 독성이 높은 제품으로 분석되었다. 이중 발암성 1급 : 229개, 5.0%였고 , 발암성 2급 : 244개, 5.3% 였고 , 발암성 3급 : 1355개, 29.6%, 기타독성 : 390개, 8.5% 였다.
전체 1013개 성분 중에서 주요 발암물질 및 기타독성 성분은 총 134개 성분이었다. 발암성1급 : 황산, 실리카, 벤젠, 폼알데히드 등 19개 성분 , 발암성2급 : 다이클로로메테인, 금속납, 사염화탄소, 클로로포름 등 34개 성분, 발암성3급 : 염화파라핀(짧은사슬), 니켈, 이산화티타늄, 카본블랙 등 29개 성분, 기타독성 : 톨루엔, 노말헥산, 보린산, 1-브로모프로판 등 52개 성분등으로 다양한 인체부위에 암을 일으킬 수 있는 성분으로 확인되었다.
금속사업장에서 독성 제품의 주요 사용용도는 도료/희석제, 용접관련, 금속가공유, 세척제, 주물재료 등으로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것들 이었다.
이런 노동현실에서 결국 우리는 암이 발생한 후 사후 대책이 아니라, 우리의 몸을 지켜내기 위해 무수한 물질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 이런 과정에 본인이 어떠한 물질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알고, 유해한 물질에 대하서는 거부하고 대체물질로 바꿔나가는 과정들이 꼭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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