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구입 시 가장 먼저 살펴보는 것은 바로 유통기한이다. 그리고 건강보조식품이나 음식물을 구입할 때 역시 유통기한과 성분 그리고 영양소가 무엇인지를 확인한다. 이를 통해 식품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현장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만약 새로운 사업장에 입사해서 용접 작업이나 도장 작업 또는 세척 작업을 하게 되었을 때 이러한 작업에 사용하고 있는 물질이 무엇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사업장 마다 용접 작업에 들어 있는 용접봉 재료와 도장 작업 시 포함되어 있는 물질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사업장에서 일을 하더라도 용접봉 재료나 도장 재료가 바뀌어도 마찬가지다. 그 이유는 사용하는 물질이 작업을 하는 나에게 어떤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지를 미리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것이 바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다.
산업안전보건법 상 사업주는 노동자가 사용하거나 노출되는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과 더불어 교육(물질 종류, 유해위험내용, 그리고 응급조치 등)을 시켜야 한다. 이에 더해서 유해화학물질을 사용하는 공간에 경고 표지를 부착해서 쉽게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사업주의 의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물질안전보건자료가 제도화된 것은 언제쯤 일까?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즉, 미국 '산업안전보건청'에서는 1983년에 법을 제정하고 1986년까지 모든 사업장에 물질안전보건자료가 보급되도록 하였고, 캐나다의 경우 1988년, 일본은 1992년 입법되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1995년 1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하여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작성토록 했으며 작성·비치는 1996년 7월 1일부터 시행되었고 몇 차례 개정을 통하여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물질안전보건자료의 내용에는 화학제품과 제조회사 정보, 성분, 함유량 및 관련 정보, 유해·위험성, 응급조치 요령, 화재·폭발시 대처요령, 누출사고 시 대처방법, 취급 및 저장, 노출방지 및 보호구 관련 정보, 물리화학적 성질, 안정성 및 반응성, 독성 정보, 관련법규 등 16가지의 정보가 담겨 있다. 이러한 정보는 너무 방대하기도 하지만 필수적인 정보이기 때문에 사업장에서 유해화학물질을 사용한다면 반드시 전체적으로 읽어봐야 한다. 내용을 전반적으로 제대로 알고 있어야 위험으로부터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16가지 정보 중 핵심적으로 파악해야 하는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 물론 모두 다 중요하겠지만 모두를 외울 수 없다면 내가 사용하는 물질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물질의 물질안전보건자료는 한글로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사업장의 경우 일본어나 영어로 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이는 잘못된 것이다. 따라서 한글로 번역이 된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요구해야 한다.
물질안전보건자료 중 먼저 해당 화학물질의 ‘위험, 유해성’과 ‘독성에 관한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여기서 핵심은 “특별관리물질”이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인데 이 물질은 노동자에게 중대한 건강장해를 일으킬 우려가 있는 물질을 말하며, 발암성 물질(암을 일으키거나 그 발생을 증가시키는 물질), 생식세포 변이원성 물질(자손에게 유전될 수 있는 사람의 생식세포에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 생식독성 물질(생식기능, 생식능력 또는 태아의 발생발육에 유해한 영향을 주는 물질)을 말한다.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려면 물질 안전보건자료에 위 세 가지 물질 옆에 1A, 1B, 2라는 표시가 있으면 이는 위에 해당하는 물질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피부나 표적장기에 문제가 있는지 여부 등이 포함되어 있다.
다음으로 구성성분의 명칭 및 함유량을 확인해야 한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물질은 단일물질이 아닌 혼합물질이다. 즉, 도장 작업에 신너라는 물질은 몇 가지의 물질을 혼합해서 만들어서 사용한다. 그래서 구성 성분이 무엇이고 그 함유량이 얼마나 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특히 유해화학물질의 경우 여러 가지 이름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에 CAS번호를 알아 두면 도움이 된다. 이 번호는 주민번호와 같은 것으로 이름이 다르더라도 이 번호가 동일하면 같은 물질인 것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혼합물질 모두를 합했을 때 100%가 되어야 한다. 또한 구성 성분의 명칭에 ‘기타’ 이런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리고 응급조치요령과 누출 시 대응요령,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방지를 위한 공학적 관리 방법의 정보나 적절한 보호구 등에 대해서는 숙지를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러한 물질안전보건자료는 사업주나 관리자의 책상 서랍 속에 있어서는 안 된다. 즉, 노동자들이 쉽게 보거나 접근할 수 있는 장소에 게시, 비치되어야 하고 또한 수시로 점검 관리되어야 한다. 특히 해당 물질이 위험할수록 어떤 사업주들은 물질안전보건자료의 내용을 은폐하려고 할 수도 있다. 이럴 때는 CAS번호를 이용해서 해당 물질의 위험성에 대해서 확인할 수도 있다. 즉, 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나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CAS번호를 넣으면 대부분 유해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물질안전보건자료는 노동자의 알권리를 위해서 만들어졌다. 물질안전보건자료가 제도화되기 전에 많은 노동자들이 자신이 사용하는 물질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일을 했다. 이러한 권리는 노동자들의 요구와 투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물질안전보건자료가 시행된 지 약 20여 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어떤 노동자들은 이러한 제도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일을 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으로 보장된 이 권리를 포기하지는 말아야 한다. 지금 물질안전보건자료를 현장에서 한 번 찾아보고 확인해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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