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재 은폐란?
산재 은폐란 정확히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재해 미 발생 보고이다. 우리 나라 산업안전보건법 제 10조(산업재해 발생 기록 및 보고)에 따르면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재해발생원인 등을 기록·보존하여야하며, 고용노동부장관에게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하면 산업재해 정의는 “근로자가 업무에 관계되는 건설물·설비·원재료·가스·증기·분진 등에 의하거나 작업 또는 그 밖의 업무로 인하여 사망 또는 부상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것을 말한다.”라고 되어 있으며, 같은 법 시행규칙 사업주는 산업재해로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4일 이상의 요양이 필요한 부상을 입거나 질병에 걸린 사람이 발생한 경우에 산업재해가 발생한 날부터 1개월 이내에 보고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산업재해가 발생하여 4일 이상 요양이 필요한 부상 또는 질병에 걸린 사람이 발생한 경우 고용노동부에 재해 발생 신고를 하지 않는 모든 재해를 산재 은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재해를 당한 당사자와 사업주가 공상 처리를 하여 서로 합의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재해 발생 신고의 의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2. 산재 은폐 얼마나 심각한가?
질병관리본부의 2004년 퇴원 환자 조사 자료를 보면, 전체 손상으로 인해 입원한 환자의 약 13.4% (104,561건)이 직업손상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었으나, 이 환자들 중 산재보험이 아닌 건강 보험 혹은 일부 자동차 보험으로 처리된 경우가 약 39.3%로 나타났다. (산업안전공단 2008) 또한 산업보건연구원에서 2010년 7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4개월 동안 전국 10개 병원에서 직업손상으로 응급실에 방문한 환자를 대상으로 자료를 수집하였는데 응급실 방문 후 1달 후 최종 보험에 대한 전화 추적조사 결과, 응급실 이용에 대한 의료비 지급에 산재보험을 이용한 경우는 16.1%에 불과하였으며 대부분(69.4%)은 건강보험을 이용하였다는 결과를 발표 하였다. 또한 부산울산경남지역 5,2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최근 3년 동안 산업 재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 5,224명 중 3,263명으로 62.5% 정도 였으으나 산재 신청을 해야 할 대상 중 실제로 산재 처리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12.9%에 불과 하였고, 공상 처리를 하는 경우가 33.5%로 응답하였으며, 개인적으로 처리를 하는 경우가 41.4%, 기타 12.2%로 응답하여 약 87.1%의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재해를 당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공상 또는 개인적으로 치료를 하고 있다고 응답을 하여 산재 은폐가 사업장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산재가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응답자들이 공상 처리를 하는 이유에 대해서 68.5%가 회사의 만류와 불이익 그리고 산업재해보상 제도의 문제가 산재 처리를 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 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3. 산재 은폐가 노동자 집단에게 미치는 영향
산재은폐의 문제는 단순히 재해를 당한 당사자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 전체 집단의 문제이다. 즉, 산업안전보건법과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업무 담당 근로감독관 집무 규정을 보더라도 산업재해 은폐가 많은 사업장은 고용노동부의 각종 지도 감독대상에서 빠져 버려서 사실상 사업장의 안전보건문제를 제대로 지도 감독할 수 없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산재 은폐가 노동자 집단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첫째, 산업안전보건법 정부의 책무를 살펴보면 4조 1항 2호 “재해 다발 사업장에 대한 재해 예방 지원 및 지도”라 명확히 명시하여 일반 사업장에 산재 예방 지원 및 지도가 빠져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 3조 2 1항 9호를 살펴보면 정부 포상 수상업체 시 산업재해발생률이 같은 종류 업종에 비하여 높은 업체에 대한 포상 제한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해서 고용노동부의 사업장 지도 감독 대상 선정 시 가장 중요한 기준을 해당 사업장 산업재해율을 두고 있다 따라서 만약 사업장에 공상이 많아져 산재 은폐가 늘어날 수록 사업장은 위험해지지만 고용 노동부의 지도 감독 대상에서 빠져 해당 사업장 노동자들이 위험한 작업에 내몰릴 우려가 많다.
둘째, 해당 사업장의 재해율이 높아지면 고용노동부에서는 안전관리자 또는 보건관리자를 정원 이상으로 증원하거나 교체를 명령할 수도 있지만 산재 은폐가 많아지면 사업장 유해 위험이 높아지더라도 안전관리자의 증원이나 교체를 할 수 없게 된다.
셋째,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해 유해 위험 작업이 많아서 작업환경이 현저히 불량한 경우 사업장 안전보건개선 명령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산재 발생율을 근거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공상(산재은폐)이 많아져서 고용노동부에 보고가 되지 않으면 이마저 할 수 없다.
넷째,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해서 노조에서 고용노동부에 사업장 안전보건진단을 요구하여도 산업재해율이 같은 업종의 규모별 평균 산업재해율을 2년간 초과하지 아니한 사업장은 안전보건진단 대상 사업장에서 제외하도록 되어 있어 해당 사업장이 안전진단 대상에서 제외 되는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다섯째,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산재가 많이 발생한 사업장에 대해서 1년에 한번씩 공표를 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산재 은폐가 많으면 산재 발생 공표대상에서도 제외되고 오히려 무재해 사업장으로 둔갑되어 버리는 어이 없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처럼 나 혼자 공상 처리를 한다는 문제가 사실은 사업장의 안전보건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을뿐더러 고용노동부의 사업장의 지도 감독도 제대로 받지 못하게 하여 유사 혹은 동종 재해를 유발할 수도 있고 또 재해가 발생하며 사업주는 공상 처리를 종용하여 산재 은폐를 하게 되고 또 다시 노동자 전체 집단에게 악영향을 주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결국 노동자들에게는 건강하지 못한 작업장에서 작업을 하게 만들고 사업주에게는 비용절감뿐 아니라 고용노동부로부터 지도 감독대상에서도 제외될 수 있고 무재해 사업장 이미지까지 얻게 되는 1석 3조의 효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노동자 개인 뿐 아니라 집단으로도 무조건 손해 인 것이다.
또한 국가적으로 보더라도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정책을 제대로 수립할 수 없다는 문제점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사업주의 산재 은폐 행위에 대해서 더욱 더 가중처벌을 하도록 하여야 하지만 정부는 현실과는 정반대로 산재 은폐를 조장하는 것으로 정책을 바꾸는 것도 산재 은폐를 부추기고 있다. 즉, 정부는 얼마 전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여 산재 은폐를 한 기업에 대해서 형벌 처벌에서 행정처분 즉, 징역 및 벌금형에서 과태료로 전환시키는 어이 없는 일을 저질렀다.
결국 산재 은폐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노동자들 스스로 나서야 한다. 즉, 노동자 개인이 공상 처리를 하더라고 사업주의 재해 발생 보고의무가 면제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업주에게 재해 발생 신고를 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만이 노동자 개인 뿐 아니라 노동자 전체 집단에게 유리할 것이며 노동자 건강을 지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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