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창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
1. 축사에 비상구 표지판 붙혀 놓았다고 해서 소가 그것을 보고 지나가나..
2008년 4월 27일 과천 규제혁파와 현장 중심의 행정을 주문하는 자리에서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다. 소방법 규제의 문제를 이야기 하면서 안전 규제에 대한 불신을 그대로 드러 냈다. 이 발언이 나오자 마자 해당 기관은 비상이 걸렸고 대통령의 진위를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결국 ‘축사 비상구 표지판 발언’은 결국 헤프닝으로 끝이 났는데 즉, 축사의 비상구 유도 표지는 소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일을 하는 농민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고 결국 대통령이 이 표지판이 필요한 이유를 제대로 알지 못해서 발생한 것이었다. 이는 인수위 시절 전봇대 발언처럼 당시 정부의 규제에 대한 관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할 것이다.
다시 대통령이 바뀌고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1 주년을 맞아 대국민 담화를 통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투자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은 규제개혁 뿐”이라며 “투자의 가장 큰 걸림돌인 규제를 반드시 혁파하겠다”고 말했다. 즉, 규제 완화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이번 공식적인 선언 역시 새삼 스러울 것도 없는데 즉, 지난 시기 정부는 항상 규제 완화를 통해서 경제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며 앞 다투어 규제 완화를 시도하였고 아직까지 규제가 덜 풀렸다고 생각하는지 박근혜 정부 역시 규제 완화에 칼을 빼들었다.
2. 규제는 정말 나쁜 것일까?
그런데 왜 역대 정부는 규제를 끔찍하게도 싫어 하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 사업주들이 규제를 싫어하기 때문일 것이다. 즉, 여기서 말하는 규제는 대부분 사업주들이나 가진자들이 자신들이 가진 자본과 권력을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게 국가가 나서서 규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법률로서 통제하는 것이다. 사실 규제는 근대 자본주의 체제의 반성으로 시작되었다. 즉, 사적 자치의 원칙과 계약 자유의 원칙으로 통칭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가진자들의 횡포로 인해 수 많은 노동자 민중들의 삶이 파괴되고 이에 대한 투쟁들이 곳곳에서 벌어진 결과 이를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 속에서 자본에 대한 규제를 만든 것이다. 대표적인 규제가 노동법이며 또한 산업안전보건법이다. 그리고 환경법이며 각종 사회법으로서 특별법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규제 때문에 자본은 안전보건 시설에 투자를 해야 하며 불공정한 근로 계약을 해서는 안되며 최저 임금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유해물질을 배출 할 때는 환경법에 의거해서 공기 및 수질을 정화 시켜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규제는 사업주들에게는 족쇄일지 몰라도 전체 국민으로 봐서는 이익인 것이다.
그럼 규제는 이런 것 뿐일까? 아니다. 사실상 의료법도 규제법이다. 의료 행위를 비영리행위로 제한하여 영리행위를 금지하는 것 역시 의료가 시장이 되면 전 국민 건강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규제를 하는 것이다. 또한 우리는 어느 병원에 가서도 의료보험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는 당연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당연 지정제란 것이다. 만약 병원이 의료보험으로 치료를 거부하면 처벌을 받는다. 이 역시 규제다. 공공 영역에서의 규제는 효율성보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 그리고 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철도 역시 효율성만 가지고 따질 수 없으며 지방의료원 역시 그렇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들어 이러한 규제를 확실하게 깨려고 하고 있다. 즉, 철도 파업의 원인이 된 철도 자회사 설립이나 병원의 부대 사업을 통해 의료 영리화의 빗장을 풀려고 하고 있다. 특히 편법을 통해서 의료를 영리화 시키려고 하는 이들은 곧 의료가 돈이 된다는 사실에 눈을 뜬 자본이며 권력은 이에 합법성을 부여 해 주는 방식이다. 영리 사업은 곧 국민들에게 의료비 상승(즉, 개인 보험료 상승과 개별 의료비 상승)을 발생시킬 것이다. 보험사들은 앞 다투어 새로운 형태의 보험을 출시하게 될 것이다. 병원과 보험사들의 이익을 위해 국민들의 치료 받을 권리를 빼앗는 행위다. 결국 박근혜 정부는 역대 정부에서 진행하던 것을 이번에 정리하겠다는 발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3. 축사 비상구 표지 사건과 세월호 그리고 연 이은 철도 사고
다시 축사 비상구 표지 사건으로 돌아 가보자. 이명박 정부 당시 규제 혁파를 한다며 다양한 규제를 풀어 놓았다. 그 결과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즉, 오래된 선박을 계속 운항할 수 있었던 데는 해운법 시행규칙이 개정돼, 여객선 선박 연령 제한이 20년(최대 25년)에서 최대 30년으로 완화됐기 때문이며, 기업의 부담을 완화한다는 명복아래 과징금의 납부 기한의 연장이나 기존 징역형을 과태료로 전환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해운업자들의 규제를 강화하는 법률안으로 선사들의 이익단체인 해운조합 대신 해양안전전문기관을 설립해 선박운항 안전관리를 맡기는 방안이 이명박 정부 당시 추진됐지만 정부와 여당이 반대해 입법을 무산 시켜버렸다.
또한 최근에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열차 및 지하철 사고 역시 마찬가지다. 철도 노조가 밝히고 있듯이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된 4차 철도 선진화 방안에 따라 연차적으로 5,115명의 인력이 감축되었는데 대부분이 철도 안전과 관련되는 시설ㆍ전기ㆍ차량 관련 인원이었다. 그리고 코레일 정비인력이 줄자 열차 검수기준을 기존 3500㎞에서 5000㎞로 늘리고 신호 설비를 2주 점검에서 월 점검으로, 무선설비나 역무 자동설비는 매월 1회에서 3개월 주기로 점검 횟수를 줄이는 부실 운영을 한 것이다. 또한 서울 매트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노후 차량을 투입해서 사용하였는데 최근에 추돌 사고를 낸 2호선 차량도 각각 23년, 24년 묵은 노후 열차라는 사실이다. 반면 올해 노후시설 개량, 내진성능 개선 등 안전 관련 예산은 831억원으로 최근 4년새 9.2% 줄어 든 것이다. 결국 적자를 매우기 위해서 인력구조조정과 더불어 노후 차량을 사용하니 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것인데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던 것이 이명박 정부 당시 비용절감 차원에서 차량 사용 기한 규정 폐지였다.
4. 이윤보다 인간을.. 자본에 대한 규제는 지속되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들을 모두 보여주는 총체적 사건이다. 이에 많은 이들이 반성을 하고 있다.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을 넘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 그리고 우리가 용인했던 수 많은 것들에 대한 반성이다. 그런데 국민들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자본과 권력은 효율과 이윤을 이유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이익이 곧 국민 전체의 이익이라며 눈속임을 하고 있다. 특히 규제를 부정적 이미지로 부각시키고 있다.
이윤 때문에 인간의 가치를 희생시키는 것을 용인하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 그러한 사회에서는 제 2, 3의 세월호 참사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1993년 부산에서 철도가 전복되었을 때, 1993년 서해 훼리호가 침몰했을 때, 1994년 성수 대교가 붕괴되었을 때, 1995년 삼풍 백화점이 무너졌을 때 우리 사회가 인간의 가치에 대해서 고민을 했더라면 세월호 참사는 그리고 철도 사고와 요양 병원 화재 사망 사고를 방지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개발과 발전 그리고 효율과 이윤을 위해 인간성을 포기하는 행위는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환경과 주민들의 생활과 삶을 파괴해서라도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고자 하는 이들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 하라고 요구해야 하고 싸워나가야 한다. 즉, 자본에 대한 규제는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이 스스로를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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