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은주응가, [19.04.16 15:56]
“ 저는 대형범용선반일을 맡고 있는데 최근 몇 개월간 대형선반일꺼리가 줄어서 소형선반일이랑 같이 보고 있어요. 얼마전 대형선반이 오래되어서 폐기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더니 어제 구조조정대상에 대형선반일을 하는 본인 포함해서 2명이 포함되었다는 통보를 받았어요” 상담결과 정리해고의 요건을 전혀 갖추지 못한 명백한 부당해고였다. 상담자는 회사로부터 해고당하는 그날까지 연장근로를 하고 상담소에 찾아왔다. 너무나 명백한 불법.부당한 정리해고 이므로 즉시 고용노동부에 신고하고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다. 1주일 후 상담자로부터 전화가 왔다.“회사와 원직 복직에 합의 했습니다.”그러나 웬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 다음에 벌어질 일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복직후 몇일이 지나서 다시 전화가 왔다. “회사 그만두었어요. 회사에서 잔업을 시키지 않았습니다. 저는 잔업안하면 먹고살기 힘들어요. 일찍 그만두어야 퇴직금에 손해도 안 볼 것 같아서 그냥 그만 두었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그리고 퇴사 전 부사장과의 면담에서 “부사장님이 저보고 앞으로 노동법공부 더 열심히 해라”라고 충고까지 했다고 한다.
바른말 하는 노동자
1년 계약직으로 일하는 모씨는 작업수행에 관하여 합리적인 방법, 효률적인 방법을 평소에 자주 얘기하는 편이라 했다. 한마디로 똑바른 말을 하고 사는 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계약기간이 1개월정도 남은 상황에서 아무런 이유도 없이 사내협력업체로 가라는 것이다. 재계약이 안될까 싶어 어쩔수 없이 사내협력업체로 재입사 했다고 한다.
아마도 회사는 이 노동자가 순응적이 못하다라는 판단이 들었을 것이다.
출산전후의 여성노동자
회사에서 3년째 근무하고 있는 여성이였다.“경제도 안 좋고, 회사경기도 안 좋고 해서 부서인원을 1명 줄인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제가 1순위다라는 소문이 있어요. 왜 저인지 모르겠습니다”상담중에 그 원인을 찾아내었다. 상담자는 얼마전 임신한 사실을 주변동료들에게 말한 사실이 있었다고 한다. 그 여성은 이후 출산휴가를 사용하고 힘겹게 버티고 있다고 한다.
장기근속 노동자
50대 중반 여성노동자이다. 회사가 여성들만 재직중인 부서에 임금30%삭감하겠다고 했단다.장기근속 여성노동자의 임금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맞추겠다는 것이다. 30% 삭감 안하면 그 부서만 아웃소싱하겠다고 협박을 했단다. 지금은 소송으로 맞대응하면서 저항하고 있는데 회사에서는 따돌림등으로 괴롭히고 있다고 한다.
산재당한 노동자
회사에서 일하다가 한쪽 손 손가락 4개가 뭉개져 버린 사고을 당하고 지금은 회사로 복귀할 려고 하는 남성 노동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회사에서 할 일이 없으니 사직을 해라”라는 것이다. 그 노동자는 경미한 부서가 있으니 거기서 일하겠다고 하며 사직을 하지 않고 있다.
한 영업직 노동자는 개인별 목표실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하면서 회사로부터 사직을 종용받고 있다고 했다. 사직을 하지 않으면 서울로 발령을 내겠다고 노골적으로 협박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관리자들끼리 카톡을 주고 받은 내용을 확보할 수 있었는데 카톡내용은“최대한 자진퇴사를 하도록 유도하라”라는 회사의 지침 이였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공단은 노동조합이 없는 소규모영세사업장이 대부분으로 입주되어 있다. 실제 진행했던 상담사례이긴 하지만, 사실은 드러나지 않은 해고의 유형은 헤아릴수도 없을 만큼 다양할 것이다.
바른말 하는 노동자, 산재당한 노동자, 휴가.휴일을 사용하는 노동자, 출산전후의 여성노동자, 육아휴직후 노동자, 나이많은 고령노동자, 장기근속으로 임금이 조금 높은 노동자,그리고 노동조합 간부출신 노동자..등. 이들은 일상적인 해고 대상이다. 그래도 지금까지 법이라는 것이 있으니 최대한 활용을 하면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쉬운 해고지침’이 각 사업장에 뿌리내리기 시작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들 노동자는 대부분이 ‘저성과자’층의 노동자로 전락시킬 것이고 회사는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를 자유롭게 휘두를 것이다. 퇴출을 위한‘저성과자’로 찍힌다면 상상할 수 없는 인간적 모멸감, 인격적모욕. 수치감을 동반할 것이다. 이런 정부지침은 엄연히 존재하는 ‘법률’위에 군림할 것이다. 특히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에서는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월 22일 발표한 ‘공정인사(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이라는 것은 한마디로 ‘자유롭고 쉽게 해고하기 위한 친절한 안내서’그 자체이다. 사실 정부 방침 이전에도 “업무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경우”라는 핑계를 대고 대대적인 퇴출이 이뤄지고 있었다.
저성과를 빌미로 편법 해고를 일삼은 대표적 사례가 대신증권과 KT다. 두 기업 모두 교육 훈련 및 배치전환을 악용해 구조조정을 했다. 대신증권은 2012, 2013년 ‘고성과 조직 구축을 위한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을 시행하며 퇴출 대상자를 현업에서 배제시킨 뒤 다른 영업점과 본사를 1, 2주 간격으로 오가도록 보직을 계속 바꾸거나, 산 정상에서 인증 사진을 찍기, 외부 명함 10장 받아오기, 거리에서 전단지 배포하기 등 직무와 전혀 상관없는 지시 반복으로 자존심을 짓밟아 회사에 남으려는 의지를 잃게 만들었다. 대신증권은 이 2년 동안 100여명의 인력을 감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2011년 4월 직원 반기룡씨의 양심 선언으로 드러난 KT의 저성과자 퇴출 사례도 충격적이다. 민영화 이후 퇴출을 목표로 한 공공연한 인력 관리가 인권단체 등의 문제 제기로 공론화되자 KT는 2000년대 중반부터 비밀리에 이른바 ‘부진인력 퇴출 및 관리 방안’을 마련해 시행했다. 2005년 사측이 작성한 부진인력 관리대상자는 모두 1,002명이었는데 업무 부진자뿐 아니라 노조 활동가도 포함됐다.
뒷날 알려진 KT의 퇴출 작업은 상당히 체계적이었다. 우선 거주지에서 먼 곳으로 근무지를 발령하고, 종전에 하던 업무와 관계없는 생소한 업무를 배정한 뒤, 직무수행 평가를 쉽게 하기 위해 단독 업무를 맡긴 다음, 업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주의ㆍ경고를 거쳐 결국 징계를 가하고 해고하는 프로세스였다. 114 안내원이었던 여직원들에게 전신주에 올라 전화를 개통토록 하는 업무를 주고 실적이 나쁘단 자술서를 쓰게 한 뒤 그걸 토대로 발부한 경고장을 근거로 해고하기도 했다.(권경성기자, <지금도 어떻게든 자르는데… 대신증권ㆍKT 저성과자 해고 사례 보니>, 한국일보, 2016.01.25.)
정부의 일반해고 방침은 여론화되어서 드러난 몇몇 사업장을 모델로 하여, 모든 사업장에서 편법해고가 공공연하게 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노동부 지침을 보면 ‘저성과자’선정과정이 마치 최대한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고 평가와 퇴출 대상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평가 기준인양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은 해고(퇴출)를 시키기 위한 목적이다. 평가틀을 만드는것도 자본이요 평가하는 주체도 자본이다. 말 장난에 불과한 공정성,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한 세부적인 지침내용중 일부를 보자.
“ 다면평가의 경우 상급자 외에 하급자 또는 동료에 의한 평가를 포함할 경우 공정성을 높여 평가결과의 신뢰성을 제고할 수 있음”이라고 설명하는 부분이 있다. 저들이 말하는 공정성,신뢰성이란 노동자끼리 평가해서 해고대상자를 선정하라는 것이다. 노동자끼리 서로 관리.통제하라는 것이다. 힘든 노동을 마치고 동료들간에 선배,후배,언니,형님,동생 하며 소주한잔 할 일이 영영 멀어져 갈 것 같다.
자본의 경제위기는 끝없이 계속되고 있다. 철강,조선,건설..등 업종에 상관없이 대기업부터 계열기업에 까지 전면적인 구조조정이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쉬운해고’가 필요할 것이다. 노동자는 저들이 만들어 놓은 함정인‘저성과자’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얼마만큼의 경쟁에 시달려야 하는지 예상할 수 없다. 끝없는 노동강도와 노동시간, 그리고 끝없는 복종.
이 은주응가, [19.04.16 15:56]
이러한 것을 각 사업장에서 관철하기 위해서 ‘취업규칙’을 맘대로 뜯어고치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이것이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고용노동부가‘단체협약 실태조사’를 통해서 인사-경영권을 제한하는 단체협약에 대한 시정조치를 내리고 불이행 사업장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를 가한다는 것이다. 자본은 취업규칙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에 전환배치, 해고 등 노조와 합의조항을 공격할 것이다. 노동조합을 사회적으로 무력화 시킬려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조직력이 있는 노동조합은 올 한 해 정도 단체협약투쟁을 통해서 방어할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우리사업장 조합원의 단체협약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90%의 미조직노동자와 함께 단결투쟁하는 노동조합이 희망의 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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