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죽음과 책임
사무국
1. 노동자의 죽음의 행진
작년 한해 우리 노동자들은 일을 하다 2,422명이 사망하고, 95,806명이 다치는 등 매 해 마다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병들거나 다치거나 죽고 있다. 특히 사실상 사업주가 자행하는 산재 은폐를 고려 한다면 이 보다 훨씬 많은 노동자들이 다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원인은 사업주들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는 이윤율에 집착한 결과이며, 사업주의 불법적 행위를 감시하고 통제해야 할 국가는 이러한 사업주의 행위를 방관하거나 미약한 처벌로 사실상 면죄부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작년 말에 발생한 이천 화재 참사에서 보여지듯이 중대재해에 대하여 작업자를 업무상과실치상혐의로 구속하는 등 그 책임을, 작업을 거부할 수 없는 노동자에게 지우게 하고 있는 현실이다. 결국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노동자 스스로에게 지게 함으로서 노동재해는 감소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2001년 2002년 2003년 2004년 2005년 2006년 2007년 2008년
재해자(명) 81,434 81,911 94,924 88,874 85,411 89,910 90,147 95,806
사망자 2,748 2,605 2,923 2,825 2,493 2,453 2,406 2,422
표 우리나라 산업재해 발생 현황
2. 경남지역 노동자들의 죽음의 행진과 사업주 처벌 실태
그렇다면 우리 경남지역의 경우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일하다 다치고 병들고 또는 사망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아래 표를 보면 노동부 창원지청과 양산지청에서 사망과 사고 율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4개 지청(창원/통영/양산/진주지청) 3년 사망자수는 595명이고 그중 사고로 인한 사망은 432명으로 72.6%에 달했다. 또한 3년간 재해자 수도 24,967명이었고 그중 사고로 인한 재해는 21,498명으로 86.1%에 달해 업무상 사고의 경우 줄어들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창원지청의 경우 사고로 인한 사망자수가 2007년 43명에서 2008년 72명으로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사실상 창원지청에서 제대로 된 관리 감독을 하지 않아 중대 재해가 늘어난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업무상 질병 사망자수와 재해자수는 줄어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사실상 근로복지공단의 뇌심혈관계 질환의 불승인 처분과 근골격계 직업병의 불승인 처분의 영향으로 보인다. 즉, 업무상 질병의 경우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로 승인된 경우만 통계로 잡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업주에 대한 처벌은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을까?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간 노동부 창원지청에서 발생한 중대 재해 처벌 현황을 살펴보면 총 사고 119건이고, 그 사고로 121명이 사망하였으나 사업주 처벌로서 구속은 단 1건도 이루어지지 않고 전체 중대 재해 사고에 대해서 불구속 기소 품신을 올린 것으로 확인 되었다.
2006년의 평균 벌금액은 261.5만원이었으며, 2007년의 평균 벌금액은 378만원으로 사실상 사업주에 대해서는 솜방망이 처벌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사망 재해가 아닌 사고성 재해는 제대로 된 사업주 처벌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망사고의 경우 노동부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사고성 재해의 경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 신청함으로서 노동부가 사고 사실을 인지하는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제도적 한계 때문에 이에 대한 처벌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구 분 지 청 총 계 업무상 사고 업무상 질병
사망자수 재해자수 사망자수 재해자수 사망자수 재해자수
2006년 창원 69 3,119 40 2,580 29 539
통영 28 1,343 19 966 9 377
진주 31 1,021 24 927 7 94
양산 69 2,671 52 2,487 17 184
2007년 창원 65 3,035 43 2,420 22 615
통영 38 1,282 25 947 13 335
진주 27 1,184 20 1,056 7 128
양산 54 2,734 44 2,521 10 213
2008년 창원 92 3,022 72 2,584 20 438
통영 35 1,495 31 1,220 4 275
진주 24 1,255 18 1,154 6 101
양산 63 2,806 44 2,636 19 170
4개 지청 3년 합계 595 24,967 432 21,498 163 3,469
표 2006-2008년 경남지역 산재 사망사고 및 재해 현황
3. 사내 하청노동자들의 사망사고 현황과 처벌 실태
우리 나라 대부분의 산재 사망사고나 재해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는 그만큼 위험하고 열악한 작업환경에 내몰리고 있는 노동자들이 중소영세 사업장에 몰려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들은 대부분 사내하청 노동자들 이거나 비정규직 노동자 등 사실상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다. 그렇다면 파악가능한 사내하청노동자들의 사망사고는 얼마나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최근 3년 동안 창원노동지청 관할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중대재해는 총 41건이 발생하여 42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창원지청 관할 전체 사업장 사망사고의 26.5%에 육박하여 사실상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사망 사고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작년의 경우 사망사고가 전체적으로 급증하였고, 사내하청 노동자의 사망도 19명으로 2007년에 비해 두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3년간 발생한 중대재해 41건 중 추락사고가 15건으로 전체의 36.6%를 차지하고 있었고, 다음이 협착 사고 11건으로 26.8%에 달했다. 특히 41건의 중대 재해 중 20건이 제조업이었고, 18건이 건설업으로 제조업과 건설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사망사고가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건설업에서는 추락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11건으로 가장 많았고, 제조업에서는 협착으로 인한 사망이 8건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망재해는 모두 재래형 사망사고로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열악하고 위험한 작업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업주 처벌과 관련해서는 이 역시 2006년과 2007년의 창원지청의 경우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사망사고에 대해서 원청 업체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 처벌인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즉, 노동자들이 사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속되는 경우는 없었고, 모두 불구속 수사를 하였다. 특히 2006년의 경우 원청 업체의 기소는 단 6건 밖에 이루어지지 않았고 모두 불구속 기소된 그 마저도 무혐의 처분이 되거나 벌금 200만원에서 400만원 정도로 매우 약하게 처벌되고 있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사망 사고에 대해서 원청 업체의 처벌은 매우 미약하게 이루어졌다. 또한 하청 업체 사업주에 대한 처벌도 솜방망이 수준에서 이루어져 노동자의 사망에 대해서 정부는 제대로 된 처벌을 하지 않았고 이는 결국 사내하청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하여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책임을 면해주고 있는 것이며, 안전보다는 생산 제일 주의로 가는데 정부가 사실상 방관하고 있는 것이다.
2006 2007 2008 3년 합계
사내하청 중대재해건 14 8 19 41
사고성사망건수 40 43 72 155
비율 35% 18.6 26.4% 26.5%
표 창원지청 사내하청 사망 건수와 전체 사고성 사망건수 비율
※ 2007년 사망건수는 7건이며, 사망자수는 8명이다. 1건의 사고에 2명의 노동자가 사망했기 때문이다.
4. 산업안전보건법의 솜방망이 처벌 규정에 대한 검토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장의 유해?위험 요소를 제거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제정된 법으로서,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하여 노동력 손실을 방지하고, 생산성향상에 기여하게 하여 경제발전에 기여하도록 만든 법이다. 비록 위 법이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보다는 생산성향상과 경제발전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이 법의 목적만이라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 법이 가지고 있는 강한 준수의무가 지켜야 한다. 그런데 오늘날 산안법은 1999년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된 규제완화의 결과 이미 솜방망이에 불과하던 것이 이제는 사업주의 형식상 준수의무를 규정한 목록에 불과하게 되었다.
위 산안법은 여전히 그 제정 목적으로 유해?위험예방기준의 확립, 책임소재의 명확화, 안전보건관리체제의 명확화등을 명시하고, 사업주의 의무와 정부의 감독의무까지 정해 두었으나, 실제 수많은 예외규정을 두고, 경미한 처벌만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에서 안전상의 조치를 명시하고, 위험예방조치의 미실시로 인하여 노동자가 사망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법 제23조를 위반한 경우에는 5년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유해?위험 작업은 하도급 처리가 되고 있고, 하도급 업체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한 원청의 책임은 매우 경미하도록 정하고 있다.
형식상 산업안전보건법은 유해?위험작업의 도급 금지를 정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에도 5년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지만, 도급 금지 사업이 아니거나 도급승인을 받기만 하면 법 제29조에서 정한 수급인이 사용하는 노동자가 동일한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 생기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안전보건총괄책임자를 두고 작업장의 순회점검과 안전교육의 지도 등에 대한 책임만 지도록 해 두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원청 사업주는 기껏해야 동일한 장소에서 협력사와의 재해예방활동 미실시에 따른 500만원 이하의 벌금, 산업재해예방조치의 미실시에 따른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안전점검 미실시에 따른 5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의 처벌만 있을 뿐이다. 위 처벌실태에서 확인되듯이 대부분의 처벌은 작업계획서 미작성이나 관리미흡 등을 이유로 처벌하여 벌금100-200 만원 정도의 처벌을 할 뿐이고, 재해자의 안전보호구 미착용등 일부 과실이 있을 경우에는 50-100만원 정도의 벌금 처벌을 하고 있다. 더구나 안전보건관리는 생산계통 속에서 생산과 일체의 형태로 추진되어야만 비로소 그 방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안전관리의 외부위탁이나 산업안전관리자의 공동채용 등을 할 수 있도록 하여, 안전관리가 형식상 이루어지도록 허용하고 있어 사실상 사업주의 산업안전보건상의 의무를 면하여 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 글을 마무리 하며
노동현장에서 다치거나 병들고 죽어가는 노동자들이 대부분 중소?영세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음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것은 대규모 사업장이 유해?위험 작업을 중소영세 사업장에 떠넘겼기 때문이며, 그 책임 떠넘기기에 최종 피해자는 재해를 당한 노동자들이 되는 것이다. 위 실태에서 확인되듯이 동일 사업장 내에서 일을 하면서도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더 큰 위험에 놓여 있지만 제대로 된 보상도 없다. 특히 재해현황과 원인이 이처럼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원청업체의 처벌은 경미하다. 이러한 현실은 비정규직의 증가를 막아야 할 필요성을 보다 뚜렷하게 드러내준다. 아직 구체적인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는 않았지만 동일 사업장 내에서 일을 하는 작업에 대해서는 하도급이 아닌 정규직 채용이 이루어져야 하는 원칙이 존재해야 한다.
사업주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의 생명을 담보로 이루어지는 사내외 하도급 행위와 비정규직의 증가를 막지 않는 이상 노동자의 죽음의 행진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다음으로 전체 노동재해를 막기 위해서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산업안전보건법 상 사업주의 책임을 더욱 명확히 해야한다. 노동재해의 원인이 노동현장에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공지의 사실이지만, 사업주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법률상 책임을 구분해 놓은 비극적 현실을 묵과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이천 화재 참사에서 보여지듯 사업주 처벌은 미약한데 반해 형법으로 노동자들을 구속하는 등 정부의 사업주 편들기에 대한 투쟁과 위험 작업 거부권 확보를 위한 강력한 현장 투쟁 그리고 노동건강기본권의 개념이 사회적으로 확대 되는 투쟁을 배치해야 한다. 재해 이후에 땜질하듯이 형식적 처벌만을 하고 있는 현실과 재해자와 중소?영세 사업주 모두가 억울하다고 말하며 한탄만을 하고 있는 현실에서는 노동자들의 죽음을 막을 수 없다. 뿐만아니라 노동재해로 사망한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도덕적 책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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