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권 지배를 위한 자본의 전략
사무국
1. 소득의 양극화와 정당성 없는 자본의 지배구조
사람들은 어려울때면 좋았던 옛시절로 돌아가기를 원한다. 그것이 어떠한 과정을 거쳤던 그 시절에 살아남았고, 그 혜택을 입었다면 그 좋았던 시절이 더 그리워진다. 우리에게 좋았던 옛시절에 대한 개념 규정은 없으나 막연히 그 시절을 추억하게 된다. 언제든지 현재보다 나았을 때가 좋았던 옛시절이다.
오늘날의 경제적 어려움도 곧 지나갔으면 좋겠고, 새로운 경기활성화가 있으면 좋겠는데, 그나마 좋았던 옛시절 만큼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당연하게도 조건이 부과된다. 누구의 노력으로 위기를 돌파하는가라는 것이다. 모두의 노력이라는 추상적인 말은 듣기에 좋긴 하지만 결코 그러한 방식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사람들을 무한경쟁에 노출시켰고, 시간이 지나면서 매우 빠른 속도로 양극화를 진행시켰다. 구체적인 현실은 가진자와 못가진자, 지배자와 피지배자가 뚜렷하게 구분되었고, 민주주의는 형식적 포장에 불과하게 되었다. 지금의 어려운 시기에 있어서 양극화는 극명하게 각자의 현재위치를 확인시켜 주고 있다. 기초적인 생활조차 힘들고 기회는 없어 보이는 사람들, 늘 반복해서 일을 해도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 육체적 건강이 조금이라도 훼손되면 사회적 지위까지 무너지는 사람들, 경쟁에 내몰리면서 건강한 이성과 감성을 가질 수 없게 된 사람들은 이 위기를 돌파할 대안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은 좋았던 옛시절로 돌아가는 길을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그냥 가고 싶은 것이다.
아마도 그 좋았던 옛시절로 돌아가는 길은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희생을 감수하는 것으로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난제는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다 하더라도 좀 더 많은 통제와 규제를 이루어내면서 좋았던 옛시절로 돌아갈 수 있느냐에 있다.
노동자들이 희생을 감수함으로써 경기활성화가 된다 하더라도 결코 좋았던 옛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경기활성화가 되더라도 심각하게 진행된 양극화가 해소될 수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사회적 지배세력들을 비롯한 기회주의자들은 현재의 경제위기를 벗어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다만, 이미 획득한 그들의 지위를 잃지 않는 것, 오히려 현재보다 더 나아지는 것에 대한 명확한 신념을 기반으로 할 뿐이다.
정부가 엄청난 돈을 쏟아 부어도 서민들은 생존만이 가능할 뿐이고, 그 효과는 사회적 강자들에게 회수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기가 심해질수록 파업을 억제하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함을 안타까워 하면서 경기회복에 협조하려고 한다. 이것이 그동안 쌓아올렸던 민중들의 확대된 권리를 토대로부터 깨뜨릴 수 있게 한다.
사회적 지배세력들은 그들의 잘못에 대하여는 아무런 반성이 없다. 비록 경기침체가 더 심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여러 조치들을 취하고는 있지만 그들이 제시하는 모든 논리는 수단과 방법을 가지리 않고 자본을 더욱 자유롭게 순환시키는 것이고, 더 많은 이윤이 생겨나도록 체제를 구축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그들은 노력한다.
민중들의 생활수준에 대한 공격과 공공지출의 감소, 노동조건에 대한 통제는 신자유주의가 더 이상 이윤을 얻을 수 없어서 파고 들었던 복지에 대한 공격이었다. 이제 민중들의 약해진 저항으로 공격은 더욱 쉽게 되었다. 회복의 근거를 외부에서 찾지 못하는 이상 그들은 여전히 피지배계급의 생활수준을 낮추는 것이 가장 유익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지배세력들의 변혁논리는 매우 간단하다. 그들의 방식으로 경기회복을 추진하면서 민중들이 현재 가진 것을 줄이면 되는 것이다.
2. 웰빙시절이 그리워지는 까닭과 사회복지에 대한 공격
불과 수년전부터 웰빙열풍이 불었다. 비록 한쪽에서는 비정규직이 확대되고 있었지만 좋은 시절이 될 수 있다는 부푼희망으로 웰빙열풍에 이끌려 갔다. 좋은 건강식품이나 건강보조식품을 좀 더 비싸게 먹을 수 있고, 좀 더 좋고 멋있는 옷을 입고 등산을 하며, 좀 더 나은 자동차를 타고 여행을 즐기며, 더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금보다는 주식투자와 부동산투자가 더 나았고, 건강보험보다는 민영보험이 더 필요한 것처럼 되었으며, 고용보험보다는 개인사업 잘하는 것이 웰빙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기회인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신나게 희망적으로 짧은 시간을 보내는 동안 경제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자본자유화를 위한 노선이 확대되었다.
복지축소에 대한 공격은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생활수준에 대한 공격으로 비정규직화와 의료민영화, 기초생활보장, 최저임금제도등을 확대한다. 상호부조를 기초로 하는 연금을 축소하고 노동력 보전을 위한 산재보장을 줄이려고 한다. 교육은 불평등재생산의 도구가 되어 자기확립의 청소년기가 체제의 요구에 포위되었고, 주택조차 이윤형성의 도구가 되었다. 개인의 노동은 금융, 환율등에 지배를 받게 되었고, 달리 방법이 없어 열심히 일하는 길만 남게 되었다. 비정규직으로 내몰린 청년들은 작업장의 위험을 누구보다 많이 감수해야 하고, 사회적 약자의 비애를 격어야 한다. 자칫 재해라도 당하면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오늘날 노동력의 구매권은 자본에 전속되어 있다. 우수한 능력을 가진자라 하더라도 그들을 자본이 구매하지 않은 이상 쓸모가 없다. 이것은 국가발전 주도의 시기에 국가적 차원에서 노동력 보전이 요구 되었던 것과 전혀 다른점이다.
이제 모든 것이 상품이 되었다. 교육은 노동력 구매를 위한 상품이 되었으며, 건강은 소모품이 되었고, 생존은 최저기준이 적용된다. 신자유주의 자본축적의 동력은 과거의 지배질서를 파괴하는 것이다.
이익만을 유일한 가치로 삼는 신자유주의는 통제불능의 불안정과 터무니 없는 불평등을 낳았고, 시장과 민주주의 뿐만아니라 생명까지 파괴하고, 소수에게는 부유함을 주지만 실질적으로는 인류를 빈곤화 시키는 모델을 만들어 갔다. 결국 그들의 경쟁은 기업의 부담을 공적부담으로 할 것까지 요구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지배계급의 주장은 “세금도 내지 않는 자들이 큰 소리친다”거나, “도덕적으로 해이한 사람들에 대한 복지는 파탄으로 간다”고 하며 사회복지에 대한 공격를 멈추지 않고 있다.
3. 사회보험의 민영화는 건강권에 대한 지배를 목적으로 한다.
국민의 건강과 소득을 보장하는 사회보장은 도대체 어떠한 모습일까. 그동안 확대되어온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은 생활곤란에 처한 사람에게 헌법상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것이었다. 그 사회보장은 공업화의 성장과 도시화에 따른 가족부양능력의 저하, 지역의 상호부조기능 저하, 자조적인 상호부조활동의 불충분에 따른 생명과 노동력 보전의 한계라는 사회적 필요성과 민주주의 정치체제의 확립, 근로자에 대한 회유등으로 성립되었기에 고소득자가 저소득자를, 사용자가 근로자를, 건강한자가 병약자를, 후세대가 선세대를 지원하는 기본적인 사회연대적인 원조관계를 갖고 있다.
이러한 사회연대적인 원조관계가 본인부담 금액의 확대와 도덕적 해이, 재정부담 악화, 의료의 질 저하, 의료의 왜곡을 가져온다는 것이 지배계급의 논리이다.
국가의 국민에 대한 건강권 확보도 아닌 사회연대적인 원조관계가 사회보험 민영화로 더 나아질 수 있다니 너무나 황당하다.
그들은 “악덕 상인들간의 경쟁이 선의로 제정된 소비자보호법보다 소비자를 더욱 보호한다”고 하면서 의료 공급자간의 경쟁은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의료비는 떨어지게 하여 서민층까지 고급의료 수혜를 받을 수 있다고 하고, 산재보험이 독점화되어 있다보니 보상수준의 높아 재정고갈 또는 보험비율의 불안정성이 초래될 수 있고, 연금은 미래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며, 인구구조의 변화로 장래세대의 부담이 증가되고, 특히 보험사기의 위험성이 높아지는 등 한두가지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들의 논리를 들여다 보면 민영화는 모든 일을 선의로 처리할 수 있고, 경쟁이라는 구조 때문에 손해만 보고도 좋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처럼 되어 있다. 반면에 현재의 제도는 너무나 비효율적이고, 비합리적인 것처럼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는 전혀 다르다. 이미 그들이 확보한 지배력을 전혀 손상시키지 않은채 의료보험민영화와 영리병원이 시행된다면 투자자에게 더많은 이윤을 보장해 주기 위해 의료수가의 규제를 완화해야 하고, 시장을 더 넓게 장악하기 위해서는 방해요소가 되는 보건소 조차 폐지해야 할 것이다. 산재보험을 민영화 한다면 재해노동자는 이윤형성을 위한 대상으로 될 것이고, 재해노동자들의 건강은 상품일 뿐이다. 보험료 지급 가능성이 낮은 건강한 사람은 위험한 작업장에 내몰리고, 그곳에서 한번 잃게 된 건강은 다시 회복할 기회조차 없게 된다. 다수의 비정규직과 만연해 있는 청년실업은 노동력 구매자인 자본에게는 너무나 큰 축복이다. 그들은 건강하지 않은 사람을 측은하게 쳐다볼 여유도 이유도 없다.
병원간 경쟁은 고급시설과 첨단장비를 구비한 병원에 쏠림현상을 만들어 낼 것이므로 취약한 병원은 몰락할 것이고, 가난한 자들을 치료해서 사회적으로 행복하게 만들어줘야 할 아무런 필요도 없으니 의료비의 가격인하 경쟁같은 것은 할 필요도 없게 된다.
그나마 죽지 않으려면 적은 돈으로라도 민영의료보험에 가입해야 할 것이고, 보험회사는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된다.
오직 노동과 건강,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는 모두 돈으로 계산되어 질 수 있고, 상품으로 평가되지 않는 모든 것은 기초생활보장으로 편입시킬 것이다.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지배세력의 모색은 노동자들의 희생과 그 희생을 바탕으로 완벽하게 구축한 지배질서이다. 건강권을 자본이 지배하는 그때가 되면 오직 세상은 자본을 위해 존재하는 부속물이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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