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2014. 12. 19. 선고 2014구단50654 판결)
제주의료원에서 근무한 간호사 4명은 2009년에 임신하여 2010년에 아이를 출산하였고, 그 아이들이 모두 선천성 심장질환을 갖고 있었다. 사업장에서 2009년 임신한 간호사는 모두 15명이었는데, 이 중 6명만이 비장애 아이를 출산하였고, 4명은 선천성 심장질환아를 출산하고, 5명은 유산을 하였다.
4명의 간호사는 선천성 심장질환아 출산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자녀는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산재신청을 불승인 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원칙적으로 모체와 태아는 단일체이며 태아에게는 독립적 인격이 없으므로, 태아에게 미치는 어떤 영향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법적 권리·의무는 모체에게 귀속된다”며 “태아의 건강손상은 모체의 노동능력에 미치는 영향 정도와 관계없이 모체의 건강손상에 해당하므로, 여성근로자의 임신 중에 업무에 기인하여 태아에게 건강손상이 발생하였다면 이는 근로자에게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보아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특히, “모체가 건강이 손상된 태아를 출산하면 선천성 질병·장애를 가진 아이가 독립적인 법주체가 되며 이 아이는 근로자에는 해당되지 않으나, 현행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는 업무상의 사유로 근로자에게 재해가 발생할 것, 다시 말해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있을 것만을 요건으로 할 뿐이지, 질병의 발병시점이나 보험급여의 지급시점에 재해자 또는 수급권자가 여전히 근로자일 것을 요건으로 하지 않으므로, 출산으로 모체와 태아의 인격이 분리된다는 사정만으로 그 전까지 업무상 재해였던 것이 이제는 업무상 재해가 아닌 것으로 변모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제주의료원에는 씹는 기능이 원활하지 않아 약을 갈아서 튜브로 투입하는 환자가 많이 있었는데, 이를 위해서 간호사들은 막자 등으로 약을 분쇄하였다. 그런데, 이들이 취급한 약들 중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임신부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약품 중 가장 나쁜 X등급으로 분류한 약이 17종, 그 다음 나쁜 D등급으로 분류한 약이 37종 있었다. 또한, 약물 분쇄작업을 약제과에서 수행하기 시작한 2011년에는 간호사 4명이 임신하여 모두 정상아를 출산하였다.
또한, 경영위기로 인한 간호사 인력 부족 및 중증환자의 높은 구성비로 인한 높은 노동강도, 임신 진단 전 주야간 교대근무 및 진단 후 주간 교대근무, 임금체불·고용불안정으로 인한 특별한 직무 스트레스, 서울대 역학조사와 산업안전연구원의 역학조사에서 심장질환아 출산과 업무사이에 관련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된 점 등에 의하여 업무관련성 또한 인정되었다.
태아에게 발생한 건강손상은 산재보험법상 임신한 근로자에게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보아야 하고, 출산 전·후를 불문하고 그것을 치료하기 위한 요양급여를 제한 없이 지급하여야 한다는 이번 판결에 영향 받아 국회에는 임신 중인 근로자의 태아가 사망하거나 장애·질병을 갖고 출생한 경우 급여를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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