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호]과로성 재해사건에서 업무수행성보다 중요한 것
[상담실]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5-10-27 14:55
조회
98
김남욱 바른길 노무사 사무소 공인노무사
안타깝게도 최근 들어 사망 재해로 인한 상담 문의가 많았다. 대부분 가족이나 지인이 작업 중 쓰러져 사망했는데 산재 신청을 어떻게 하면 되겠냐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중 일부는 업무를 수행하던 중 발생한 재해이니 산재 인정 자체는 당연하지 않겠냐고 하면서 절차적인 부분만 도와주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와 같은 유형의 산재 사건에서는 재해가 ‘업무 수행 중’ 발생하였는지보다 중요한 다른 판단 요인이 많다.
산재에서는 사람이 갑작스럽게 쓰러지는 이유를 대개 뇌혈관질병이나 심장질병 때문일 것으로 추정한다. 그리고 법률상 용어는 아니지만, 이를 통상 ‘과로사’ 또는 ‘과로성 재해’라고 부른다. 명명하기를 ‘과로’라고 하는 것처럼 결국 업무에 따른 부담이 뇌혈관질병이나 심장질병을 일으킬 정도로 심하였는지가 쟁점이 된다. 과로성 재해로 분류되는 대표적 상병으로는 뇌출혈, 뇌경색, 심근경색, 해리성 대동맥자루 등이 있다. 그리고 이들을 신청 상병으로 했을 때 산재가 승인되려면 특별히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재해 발생 원인이 만성 과로, 단기 과로, 돌발 과로 중 어느 한 유형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먼저 만성 과로 유형에 해당하는지는 재해 발생 전 12주 동안의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을 초과하는지 또는 재해 발생 전 4주 동안의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 이 기준을 충족하면 업무 관련성이 높다고 본다. 그리고 1주 평균 업무시간이 60시간에 미치지 못하는 때에도 52시간을 넘어가면 업무시간이 길어질수록 업무와의 관련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업무시간 외 근무 일정 예측이 어려운 업무, 교대제 업무, 휴일이 부족한 업무, 한랭·온도변화·소음 등 유해 환경에 노출되는 업무,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 시차가 큰 출장이 잦은 업무,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를 수행한 사정이 있으면 업무부담이 가중되는 것으로 본다. 평소 과중한 업무 때문에 뇌·심혈관 건강이 누적적으로 악화되었을 가능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한편 단기 과로 유형에 해당하는지는 재해 발생 전 1주 이내의 업무의 양이나 시간이 그 이전 12주 동안의 1주 평균보다 30% 이상 증가한 사정이 있는지 또는 업무의 강도·책임·환경 등이 적용하기 어려운 정도로 바뀐 사정이 있는지로 판단한다. 평소보다 갑작스럽게 업무부담이 증가하여 뇌·심혈관의 정상적 기능에 악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돌발 과로 유형에 해당하는지는 재해 발생 전 24시간 이내에 업무와 관련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사건의 발생과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가 있었는지로 판단한다. 극심한 스트레스성 사건·사고로 인해 뇌혈관 또는 심장혈관의 병변이 자연 경과를 넘어 급격하게 악화되었을 가능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살펴본 바와 같이 과로성 재해를 산재로 신청할 때는 재해가 ‘업무 수행 중’ 발생하였다는 점보다 재해자의 평소 업무시간이나 그 업무시간의 변화, 그 외 업무 중 부담 요인, 재해일을 즈음하여 발생한 스트레스성 사건·사고 등을 파악하는 편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리고 이외에도 재해자의 평소 건강 상태나 생활 습관, 기저질환이나 기초질환 유무와 그에 대한 관리 정도에 대한 파악도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간혹 과로성 재해가 업무를 수행하던 도중에 발생했다는 사정만으로 산재를 신청했다가 불승인 통지를 받고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업무 수행 중 재해가 발생했다는 사정 외 업무상 부담 요인이나 가중 요인이 뚜렷하게 확인돼서 산재가 승인되면 다행이었겠으나, 대부분은 업무시간이나 업무환경 등에 대한 조사에 미온적으로 대응하였다가 ‘업무시간이 기준에 미달하고 그 외 업무부담 가중요인 확인되지 않음’으로 불승인된 건들이다. 그러나 모든 사건이 그러하듯, 한번 나온 결정을 뒤집기는 쉽지 않다. 과로로 쓰러지는 사건·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바라지만 혹시라도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가능한 한 회사에 3개월분 이상의 업무시간 자료를 요청해 먼저 확보하고 그 외 재해자의 휴대전화 기록이나 일기장, 업무일지 등을 확보해 처음부터 잘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평소 재해자와 친분이 있는 회사 동료가 있다면 상담 시 동행했을 때 사건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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