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호]악성민원에 고통받는 공무원

[노동몸삶]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5-10-27 15:01
조회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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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숙 상임활동가



 

공무원의 악성 민원

2024년 3월 김포시청에 도로관리과 소속인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였다. 포트홀 긴급보수 공사로 인한 차량 정체로 ‘좌표찍기’(특정집단이sns,온라인커뮤니티,단체채팅방 등을 통해 특정 기사나 게시물의 링크를 공유하고, 조직적으로 댓글을 달거나 추천.비추천을 통해 여론을 조작하는 행위) 를 당하였다. 언론에 공개되고 사회적으로 공론화가 되면서 악성 민원이 사회적으로 드러났다. 최근에도 경남 고성군 한 지역 인사가 수년간 공무원에게 과도한 업무와 개인 심부름을 시키는 등 갑질의혹이 제기되고 그에 따른 실태조사와 죄질에 대한 법처벌을 강력히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한 바가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시·도 교육청을 대상으로 「악성민원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 총 2,784명의 악성 민원(상습반복, 위법행위 등)인이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에서도 지난해 6월부터 8월 사이 고성군과 양산시, 진주시, 통영시 등 경남지역 지자체 공무원 129명을 대상으로 악성 민원에 따른 정신건강 조사와 대책 마련을 위한 조사를 진행하였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지역본부와 민주노총경남지역본부에서는 지자체의 실효성있는 악성민원 대응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악성민원의 유형

경남 지자체 공무원 129명을 대상으로 한 보고서에서 악성 민원을 경험한 이가 62.4%로 많은 수를 차지하였다. 악성 민원은 주로 규제를 담당하는 불법 건축이나 불법 주차, 불법 광고물 등이고, 복지를 담당하는 곳에서도 발생하였다. 악성 민원유형으로는 인격 모욕형으로 인격 모독, 욕설, 장시간 전화(30분 이상), 반복 전화(3회 이상)가 80% 이상을 경험하고 있었고, 동일한 사안을 수십 차례 반복 접수하는 반복민원형, 여러부서에 동시에 민원을 넣어 정상적인 업무를 마비시키는 민원폭탄형, 특정 공무원을 겨냥하여 조직 내에서 고립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성희롱, 신체 폭력, 기물파손, 원치 않는 신체접촉 등 신체적 위해를 경험하고 있을 정도로 매우 심각하였다. 실례로 ‘감사를 넣겠다, 군수실에 바로 전화하겠다‘는 위협으로 실제로 담당자를 교체하거나 인사상 불이익을 유도하는 경우도 있었다.

제 기능을 못하는 대응 매뉴얼

정부는 2024년 10월 [민원인의 위법행위 및 반복 민원 대응방안(지침)]을 개정 시행하였다. 악성민원 대응지침’에는 각 기관이 이행해야 할 민원전화 전수녹음, 권장시간 설정, 출입제한·퇴거 조치 등 악성민원 방지 대책과 지방자치단체의 자치민원 관리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기관 차원의 대응 매뉴얼이 부재하거나 유명무실하며 담당자 개인의 재량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민원전화 녹음에 관련해서도 대부분 시군에서 도입되었으나, 많은 시·군에서 수동으로 설정되어 전수 녹음이 불가능하고 일부 시군에서는 공무원 보호 조치 음성 안내를 하지 않고 있다고 하였다. 비상벨 장착도 읍면동은 호출장치(비상벨)가 설치되지 않은 곳도 있고, 휴대용 영상음성 기록 장비를 보유하지 않는 시군도 있다고 했다. 안전 요원은 대부분 시.군청 민원실 입구에 청원경찰을 배치하는데 고성, 김해, 사천, 양산은 일부 읍면동에 안전 요원을 배치했으나 다른 기관의 경우 대부분은 배치하지 않아서 악성 민원으로 인한 사고 발생에 대처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공무원 중 12.4%만이 대응 메뉴얼을 잘 알고 있다고 응답하였고 대다수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거나 읽어보지 못하였고, 매뉴얼 존재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리는 공무원들

악성 민원으로 인한 피해는 정신건강 문제가 가장 컸다. 악성민원을 경험하였다고 응답한 이들은 잠들기가 어렵고 자주 깨거나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난다고 하였다. 해당 민원인을
보면 불안해지고 매일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응답한 경우가 32.5%였다. 특히나 불안 정도는 남성에 비해 여성 공무원이 더욱 취약한 상태에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정신건강의 악화로 실제 현장에서 우울증과, 불면증, 병가 등으로 일상적 업무수행이 어려워지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었다. 그런데 상급 기관이나 민원 조정 부서에서는 종종 ‘원만히 처리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등 피해 공무원을 보호하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 외에도 공무원들은 업무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응답한 사람이 60%,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일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70%에 해당할 정도로 정신건강은 심각한 상황이었다. 각 기관에서는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공무원들의 회복을 돕는다며 힐링캠프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매우 낮다는 의견이었다. 공무상 요양제도 또한 피해 공무원의 정신적 치유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었다. 올해 7월 경남 고성소방서 소속 소방관의 안타까운 죽음이 발생하였다. 이태원 참사당시 현장에 출동하였던 소방관은 참사 후 불안장애 등을 겪고 있었다. 고성소방서로 전직하기 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공무상 요양’을 신청했으나 인사혁신처는 ‘재해와 상병간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며’ 불승인한 상태였다. 이처럼 공무원들은 업무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신적 고통을 스스로 감당하고 있었다.

개인이 아닌 집단적 해결대안이 필요하다

지자체에서 악성 민원에 대한 조치에 대해서 만족도는 9.2%에 불과했다. 악성 민원인과 즉시 분리했다는 18.4%, 작업을 중단시키고 휴게실 등으로 이동했다는 14.5%, 충분한 휴게시간을 부여했다는 15.6%, 치료 및 상담 지원등을 하였다는 10.4%, 법적 조치를 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 알려주었다는 12.8%였다. 현장에서는 악성 민원인과 즉시 분리를 한다고 해서 다른 부서로 이동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악성 민원 발생하는 부서에 대한 기피 현상으로 인력 배치에도 문제가 생긴다.

정부에서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해 악성 민원 전담부서를 설치한다고 했다. 경남은 악성 민원 전담부서를 신설한 시군은 없고, 그나마 설치한곳 또한 현실은 기존 민원과 감사, 법무 담당 부서가 악성 민원 대응 업무를 추가로 맡게 된 것이다. 악성 민원에 대한 종합적인 대처가 불가능하다. 공무원들은 악성 민원 해결의 방안으로 사전 예방적 조치 순위로 악성 민원인 출입 제한과 기관측에서 고발 조치라고 응답하였다. 악성 민원 문제 해결을 개인이 아닌 집단적 해결이 필요하다.
악성 민원으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이 전면 보완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

더 이상 악성 민원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직사회를 흔드는 구조적 위협이다. 공무원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제도 전환을 이뤄내야 할 시점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지역본부는 이를 위해서 악성민원 대응 매뉴얼의 제도화와 표준화, 공무원 보호조례 제정강화 및 피해자 중심의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며 민원 유형 및 이력추척 시스텝 도입으로 상승민원에 대한 선제대응, 공무원 대상 심리상담 및 법률지원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시민의 인식 변화와 협조 없이는 실질적으로 개선이 어렵다. 서비스업에서 ‘고객(손님)은 왕이다.’라는 슬로건으로 고객 만족감을 높이기 위해 노동자에게 손님을 왕처럼 대우하기를 요구하였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얼마나 많은 감정을 소비하고 스트레스를 받았을까.
왕, 신하 같은 계급이 느껴져서 이 말이 참으로 싫었다. 그런데 공무원이라는 직종에 대해서는 나에게도 편견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공무원이 힘듬이 있나? 일반 제조업이나 조선소, 건설보다야 환경 조건이 좋지 않은가? 나에게 있어 공무원은 우대가 좋은 직장이었다. 하지만 노동을 살펴보니 좋은 직장이라는 공무원 이름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업무를 쉽게 생각하고 나라의 녹을 먹고사니까 어쩌면 봉사 정신을 더 요구했는지도 모르겠다.

공무원이 겪는 악성 민원은 일반 직장에서의 괴롭힘 못지않게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따랐다. 어느 일터든지 죽음과 연결된 곳은 결코 안전한 일터라고 볼 수 없다. 알지도 못하는 많은 사람으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위험한 일터는 더이상 존재하여서는 아니 된다. 모든 노동자가 안전과 생명이 보장된 일터에서 노동이, 삶이 이루어져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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