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호]탄력근로시간제도 시간외수당없는 장시간노동의 합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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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labor
작성일
2018-12-27 15:01
조회
2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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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규 노동당 경남도당 정책위원장


 

정부와 여야정당들이 이른바 탄력근로시간제도를 확대하는 데 합의했다. 정의당과 민중당을 제외한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보수야당들도 모두 찬성하다보니,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연내에 이를 통과시키려고 하고 있다. 게다가 이 제도의 실상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보니, 저임금 노동자의 상당수도 ‘일을 더 하더라도 실질임금을 더 받는 게 좋으니까 탄력근로시간제도에 찬성한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실제 내용을 보면 그게 전혀 아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시간외수당을 안 주고 일을 시킬 수 있는 기본근로시간이 지금보다 늘어나기 때문에, 장시간 노동은 그대로 하면서 실질임금은 지금보다 오히려 삭감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그 피해는 중소기업의 저임금 노동자일수록 더 치명적이다.

일단 탄력근로시간제도가 어떤 것인지 자세히 알아보자. 올해 상반기에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주당 40시간이 기본근로시간이고 주12시간 연장근로를 시킬 수 있으며 연장근로에 대해서는 1.5배의 시간외수당이 붙는다 (다만 이는 기업규모에 따라 적용되는 시기가 달라서, 300인 이상 기업은 올해 7월부터 시행되었지만 50인 이상 기업과 5인 이상 기업은 각각 2020년 1월과 2021년 7월부터 적용된다). 한편 개정 이전의 근로기준법에서는 주당 68시간까지 일을 시킬 수 있었는데, 이는 토일요일은 1주일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희한한 논리 때문이었지만 어쨌든 그렇게 시행되었다.

그런데 이런 장시간노동으로 인해 노동자들의 과로사나 산재가 너무 잦고, 기본급은 낮으면서 시간외수당으로 임금을 보전하며, 신규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등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초 근로기준법을 개정했던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시적으로 실질임금이 약간 줄더라도 산재를 줄이고 기본급을 인상해 나가면서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것이었고 이는 기본적으로 옳은 방향이었다. 하지만 기본급 인상 및 신규 고용 등의 부담을 떠안게 되었고, 장시간 노동을 시킬 수 없게 된 자본가들이 극렬 반대하면서, 이들의 요구를 수용한 정부와 여야정당이 탄력근로시간제 확대를 추진하게 된 것이다.

사실은 지금도 3개월까지는 탄력근로시간 제도가 인정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별 효과가 없으므로 이를 1년 내지 적어도 6개월 단위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3개월과 1년은 차원이 다르다. 3개월은 진짜 일시적인 업무량 증가가 있을 경우 3개월 임시직을 쓰느니 기존 노동자에게 잠시만 일을 좀 더 시키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어서 그 정도는 그래도 인정해줄 수 있고, 실제로도 3개월 정도로는 제도 적용이 가능한 사업장도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1년 단위 탄력근로시간제도란 사실은 그냥 상시적이고 일상적으로 탄력근로시간제도를 운영하겠다는 것인데, 이럴 경우 이를 적용할 수 있는 사업장이 매우 많아진다. 가령 납기 마감이나 프로젝트 마감이 되면 작업량이 크게 늘어나는 제조업이나 IT산업, 계절에 따라 성수기와 비수기가 뚜렷한 산업 등 1년 내내 작업량이 비슷한 사업장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사업장에 이 제도를 적용할 수 있게 된다. 6개월이면 좀 낫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6개월도 사실은 1년과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뒤에 다시 설명함). 그리고 이렇게 이 제도를 적용할 수 있게 되면, 해당 노동자들은 현재보다도 오히려 실질임금이 삭감될 가능성이 크다. 왜 그런지 실제의 수치로 생각해보자.

1년 단위의 탄력근로시간제도 하에서는, 1년(52주) 중 아무 때나 6개월(26주) 동안은 주당 기본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할 수 있다. 이 기본근로시간에는 시간외수당이 붙지 않는다. 그리고 이때도 12시간 연장근로는 가능하므로 주당 총 근로시간은 64시간이 된다. 대신 나머지 6개월은 기본근로시간을 28시간으로 할 수 있다. 이때도 12시간 연장근로는 가능하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시간외수당을 안 주는 기본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늘리더라도 1년 전체를 평균해서 기본근로시간이 40시간만 되면 된다는 것이다.

이제 갑돌이라는 노동자를 생각해보자. 이 사람은 그간 성수기 6개월간에는 주당 64시간을 일했고 이에 따라 기본근로시간 40시간에 연장근로 24시간의 1.5배인 36시간 즉 총 76시간분의 임금을 받았다. 한편 비수기 6개월간에는 일은 별로 없어도 기본근로시간이 40시간이고 회사에서도 어차피 기본근로시간만큼은 주어야 하므로 약간 편하게 일하면서 40시간분의 임금을 받았다. 즉 현재 제도에 따르면 1년간 총 3016시간분의 실질임금을 받았다.

하지만 1년 단위 탄력근로시간제도가 도입되면 이제 회사 측은 성수기에는 그대로 64시간 일을 시키겠지만 이 중 52시간을 초과하는 근로 즉 12시간만 연장근로수당을 주면 된다. 대신 비수기에는 어차피 일이 많지 않으므로 28시간 근무만 시키면 된다. 좀 일찍 가기는 하지만 그대신 근무시간 동안의 노동강도는 더 세질 것이다. 이전엔 40시간 동안 일했던 분량을 28시간만에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비수기 때 좀 일찍 가더라도, 성수기의 64시간 장시간 노동은 그대로다.

그러면서 실질임금은 삭감된다. 성수기 6개월은 주당 기본근로시간 52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의 1.5배인 18시간 즉 총 70시간분의 임금만 주면 되므로 이전과 비교해서 주당 6시간분의 임금이 줄어든다. 비수기 28시간을 포함해서 1년간의 임금을 계산하면 총 2548시간분이 된다. 현재와 비교하면 연간 총 468시간분의 실질임금이 줄어드는 것이다. 가령 시급이 1만원이라면 1년에 468만원의 연봉이 삭감된다. 물론 만약 비수기에 28시간 이상 근무하게 되면 삭감의 정도는 좀 덜해지겠지만, 어쨌든 중요한 것은 성수기에는 지금과 똑같이 64시간 노동을 하면서도 1주일마다 6시간 즉 한 달로 따지면 24시간분의 실질임금이 삭감된다는 것이다. 일은 똑같이 하는데 임금은 지금보다 줄어든다!게다가 아직 주52시간제가 도입되지 않은 300인 이하 사업장은 더 심각하다. 현재로도 주당 28시간까지는 연장근로를 시킬 수 있으므로, 탄력근로제도가 도입되면 성수기에는 기본근로시간 52시간에 연장근로 28시간을 합해서 주당 80시간 일을 시켜도 된다. 주당 80시간이면 1주일 내내 일하면서 주중에는 하루 13시간 가까이 일을 시키고 토일요일은 또 8시간씩 일을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노동부에서 제도 도입 후에는 그렇게 해도 된다고 친절하게 안내문까지 만들었다. 6개월 내내 주당 80시간씩 일하면 이건 사람이 아니라 기계다. 사람이 그렇게 일하면 죽을 수도 있다.

한편 6개월 단위면 좀 낫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으나, 6개월 단위라도 앞 6개월은 뒤쪽 3개월의 기본근로시간을 늘리고 뒤 6개월은 앞쪽 3개월의 기본근로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운영하면 실제로는 1년 단위와 똑같다. 1년중 성수기 6개월은 기본근로시간이 52시간이 되고 64시간까지 (300인 이하는 80시간까지) 일을 시킬 수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1년이건 6개월이건 탄력근로시간 제도는 결코 확대되어서는 안 된다. 성수기의 장시간 노동은 그대로이면서 임금은 임금대로 삭감되고 신규 일자리도 늘어나지 않는다. 회사 입장에선 성수기 초과노동으로 문제가 해결되는데 굳이 사람을 더 쓸 이유가 없다. 결국 올해 초 노동법 개정의 긍정적인 부분은 모두 사라지고 임금만 삭감되는 것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보다도 더 심각한 개악이다.

게다가 이 개악의 직접적인 피해는 중소기업 등 노조 없는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집중된다. 대기업은 그간 노동시간 단축에 대비해 왔기에 상대적으로 적응이 쉬우며 임금삭감에 대해 노조가 일정하게 방어할 수 있다. 하지만 노조 없는 저임금 노동자들은 꼼짝없이 임금삭감이나 주80시간 노동이라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정부와 여야정당들은 틈만 나면 민주노총을 귀족노조라면서 민주노총 때문에 저임금 노동자들이 손해를 보는 것처럼 말한다. 그러면서 오히려 대기업에는 별 영향도 없고 저임금 노동자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탄력근로시간 제도를 도입하려고 하고 있다. 겉과 속이 다른 자는 과연 누구인가?

[보충] 본문에서 말했듯이 3개월 단위의 탄력근로시간 제도는 지금도 도입되어 있고, 여기서도 약간은 실질임금 삭감 우려가 있으므로, 현행 법조문에는 '(실질)임금 수준이 낮아지지 않도록 임금보전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라는 조문이 있다. 그렇다면 1년 단위로 확대해도, 적어도 실질임금이 실제로 삭감되지는 않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조문은 말 그대로 문구만 있을 뿐, 실질임금 삭감 시 과징금이나 처벌을 한다는 제재조항이 없어서 실제로는 아무 실효가 없다. 만약 여야합의로 밀어붙여서 어쩔 수 없이 도입된다면, 최소한 실질임금 삭감 시에는 실제로 해당 삭감액 이상의 과징금과 처벌을 부과한다는 정도의 강력한 제재조항이 같이 들어가야 한다. 아니면 탄력근로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성수기 노동시간은 늘릴지언정 주 40시간 이상의 근로에 대해서는 무조건 시간외수당을 주는 것으로 해야 한다. 이게 실질임금 삭감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선이다. 하지만 정부나 여야당은 여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이, 오직 민주노총 비난하기에만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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