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호]석면건강관리카드 발급 투쟁을 전개하며

[활동 글]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2-01-22 13:29
조회
1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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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열 대우조선지회 전 부지회장


2017년 11월 21일, 대우조선 건강관리카드 발급 투쟁의 시작이다. 선박제조 과정에서 석면에 노출된 대우조선지회 조합원 6명과 함께 산업안전보건공단에 석면건강관리카드를 신청했다. 사업을 추진할 당시 노동조합의 미온적인 태도 속에, 일반 조합원으로 활동하다 보니 더 많은 노동자를 조직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1996년 대우조선에서 석면 노출에 의한 악성중피종이 발생한 점 ▲신청자 모두 악성중피종이 발생한 부서에서 재직중이었던 사실에 확신을 갖고 사업을 추진해 나갔다.

▲건강관리카드 발급 투쟁 (중식선전전)
당시 대우조선에서는 해마다 2~3명의 노동자가 석면 노출에 의한 폐암이 발생하고 있었지만,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석면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대우조선 사측의 일방적인 주장을 신뢰하며 카드발급을 보류했다. 추후 자료를 보강하여 재접수함에도, 석면을 취급한 사실이 없다는 대우조선의 공문에 18년 5월 3일, 공단은 건강관리카드 발급 대상에 해당되지 않음을 통보했다.

근로복지공단의 산재승인 사례, 그리고 현장 노동자의 인우보증 진술보다 공단은 ‘석면자재 취급 사실이 없음’이라는 대우조선 공문 몇 줄에 절대적인 신뢰를 보인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포기하지 않았다. 쉬는 시간마다 공장 구석을 누비며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확인해 갔다. 우선 석면(asbestos)의 대체 물질은 ‘non’을 표기했을 것이라는 판단에 비석면(non-asbestos) 위주로 자료를 검토하면서, 조선소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가스켓 및 조인트 시트가 과거에는 석면 재질이었음과, 제조사인 ‘테화칼파씰’에서 1999년부터 비석면(석면 포함) 제품을 생산해 왔음이 확인되었다.

이후 2018년 10월 12일, 1년간 대우조선지회에서 상근활동을 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기회가 찾아왔다. 가장 먼저 노동조합 창고에서 먼지 쌓인 자료를 뒤적이기 바빴는데, 대우조선에서 발생한 악성중피종으로 1997년경 금속연맹(현 금속노조)에서 대우조선 석면사용 실태조사를 진행했다는 선배 활동가의 이야기를 귀담아 두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세월과 함께 폐기되어야 할 자료이겠지만, 내게는 보물상자와 다름없었다,

이를 토대로 대우조선 직업성 암 발생 내역, 97년 실태조사 참여자와 중복 여부, 업무상질병판정서 등을 분석해 가면서 차곡차곡 석면취급 데이터를 정리해 갔다.
▲ 1997년 대우조선 석면 실태조사 (133명 참여)

석면사용 데이터는 충분히 확보했지만, 보직이 노안부장이 아니다 보니 사업추진에 어려움이 있었다. 다행히도 노동조합을 연임하게 되면서 20년 3/4분기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안건으로 ‘건강관리카드 발급 사업’을 상정하며 치열한 싸움이 시작되었고, 안건은 4/4분기로 이관될 만큼 노사 입장이 팽배했다. 당시 노동조합의 핵심 사안은, 과거 석면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공문의 근거 자료였는데, 사측은 뻔뻔스럽게도 ‘자료가 소멸되어 입증할 방법이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곧바로 ‘석면 노출 여부는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판달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실무합의를 작성한 후 21년 2월 18일, ‘대우조선 석면노출자 49명 건강관리카드 집단 발급 기자회견’으로 정부에게 책임을 묻는 투쟁전술을 배치했다. 그 결과 약 2개월 뒤인 4월 22일, 산업안전보건공단은 대우조선의 석면 노출을 인정하며 49명 전원에게 건강관리카드 발급을 승인했다.

투쟁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차 건겅관리카드 발급 사업을 기획하며 대상자를 퇴직자 및 하청 노동자로 확대했다. 21년 6월 7일부터 12월 10일까지 약 6개월간 229명의 노동자를 만났는데, 비록 육체적으로는 상당히 힘들었지만 폭넓은 데이터 구축과 더불어 개인적으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과정에 한가지 사례를 공유하고자 한다.

주인공은 47년생 여성 노동자로, 상담 당시 실무적인 내용 보다는 산재 트라우마로 남편을 잃었던 이야기, 당시 홀로 자녀를 양육하며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일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경제적 상황 등 담담하게 본인이 살아온 삶을 말씀하셨는데, 이야기 끝에 삐뚤삐뚤하게 써내려간 글씨를 보며, 마치 글씨에 살아온 삶을 함축한 듯 싶어 서글펐던 기억이 떠올랐다. 산업화 정책앞에 노동자 희생이 당연시 여겨졌던 국가폭력의 피해자는, 이렇듯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가까이 있었다.

이 외에도 상담을 진행하면서 제도의 많은 문제점을 확인했다. 건강관리카드 발급 신청의 주체는 노동자이다. 노동자는 제도가 있는지도 잘 모를뿐더러, 대공장에서조차 작업환경측정 결과를 제대로 알리지 않는 현실이다 보니, 제도를 알고 있어도 권리를 보장받기 어려웠다. 또한 혼합작업에 의해 다량의 석면을 흡입하더라도 석면을 직접 절단·가공하지 않으면 비대상자로 분류되었다. 전반적으로 발급기준을 완화하고 대상물질을 확대하여 실질적인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시급했다.

이 또한 고민에서 멈추지 않았다. 21년 11월 10일, 마창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과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는 ▲건강관리카드 발급 대상 물질을 확대, 노출기준 완화 ▲노동자의 제도 이용 보장 대책마련 등 ‘건강관리카드 제도개선 촉구 및 집단발급’ 기자회견을 열며 역사적인 제도개선 투쟁에 돌입한 것이다.

지난 발자취를 뒤돌아 보며, 노동안전보건 전문가도 아니고 관련 학과를 나온 것도 아닌 내가 이러한 투쟁을 기획하고 추진할 수 있었던 배경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당연한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있음에, 마땅히 싸워야 한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지식’보다 ‘자세’였다. 지식의 쌓임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 그러니 자신감을 갖자! 진짜 전문가는 현장에 있음을,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동지의 ‘확신’이 세상을 바꿀수 있음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건강관리카드란 산업안전보건법 제137조에 근거하여 직업병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업무에 노출된 노동자에게 카드를 발급하여, 퇴직 후에도 직업병의 조기발견을 위한 무료검진 및 관련질환 발생 시 산재절차 간소화 등의 예방과 보상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대우조선지회는 21년 2월 18일부터 12월 10일까지 총 278명이 건강관리카드를 신청 하였고, 12월 10일 기준, 카드 발급자는 총 209명으로 현재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청소차에서 내 뿜는 배기가스를
그대로 맞으면서 하루종일 작업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창원시에 고용되어서 주요 도로 가로청소와 가정에서 분리배출 해 놓은 재활용 쓰레기를 수집. 운반하는 청소 노동자, 환경 미화원들입니다.

가로청소 노동자들은 각 구청에서 지급한 마스크 한 장에 의지한 채 06시부터 16시까지 하루 8시간 미세먼지 경보나 오존주의보 발령 등에도 상관없이 하루종일 자동차 배기가스에 노출되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마스크 지급도 코로나 이전에는 하지 않다가 코로나 이후로 지급하고 있지만, 지금도 충분하게 지급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또한 재활용 수집. 운반 노동자들은 앞서가는 청소차에서 내 뿜는 배기가스를 그대로 맞으면서 하루종일 작업을 합니다.
작업을 마치고 마스크를 벗으면 코 주변이 먹칠이 된 듯 새까맣게 되어 있습니다.

2020년 단체협약 교섭에서 이런 점을 주장하여 “ 2022년에 종합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 ” 는 합의를 하였음에도 창원시에서는 올해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여 종합검진 실시가 어렵다는 답변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청소 노동자들도 건강 관리 카드를 발급받아 직업성 질환 조기 발견 및 지속적인 건강 관리를 하면서 안전하게 일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암 선고를 받으면 어쩔까 두려움을 안고
매일매일 밥을 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저는 2식 하는 고등학교에서 14년째 근무하고 있는 조리실무사입니다.
공공기관 안에서 일하면 안전할 것이라는 우리의 생각과 달리 학교 안 급식소 환경은 죽음의 공간이라 불리어지고 있습니다. 3년 전 경기도 한 급식소에서 후드 고장으로 한 명은 폐암, 한 명은 뇌출혈로 쓰러지는 사건이 있었고, 폐암 환자가 산재 승인을 받으면서 학교 안 환경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학교 급식소가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맛있는 먹거리를 제공하는 데만 신경 썼지, 일하는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준도 없이 후드를 설치하고 지금까지 운영 되어 왔다는 것이 최근 경남 교육청에서 실시한 환경조사에서 드러났습니다.
10개 학교 표본조사에서 모든 학교가 환기 시설이 부적절하다는 결과가 나왔고 작업환경 측정에서도 튀김 요리, 전 요리, 볶음 요리에서 나오는 조리 흄을 일하는 노동자들이 다 들이마시는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는 작업환경 측정 결과가 나왔습니다.
학교 급식의 특성상 80%가 튀김 요리, 전 요리, 볶음 요리로 조리 흄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은 상태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조리 흄의 성분이 무엇인지 저는 모르지만, 이것을 지속적으로 들이마시게 되면 폐암에 걸리게 된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습니다. 경기도 사례뿐 아니라 우리 경남지역에서도 폐암 환자가 자꾸 발생하고 있습니다. 요즘 우리 급식소 노동자들은 전을 부치고 튀김을 할 때면 문득문득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고 합니다. 내 몸은 괜찮은 걸까? 검사라도 해 봐야 하나?
열심히 일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청천벽력 같은 암 선고를 받으면 어쩔까 두려움을 안고 매일매일 밥을 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이렇게 직업성 질환이 많이 발생하는 급식 노동자들의 건강관리가 왜 각자에게 맡겨져야 합니까? 아이들 급식은 우리 사회 전체를 위한 일인데, 그 일을 하다가 몸이 망가지든 말든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고 책임지지 않는 이 사회는 정상인지 묻고 싶습니다.
“건강장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의 직업성 질환 조기 발견 및 지속적인 건강관리를 위하여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발급해 주는 건강관리 카드제도가 있다고 하는데 이런 게 급식하는 노동자들에게 적용해야 하는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알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급식소 노동자들은 곳곳에서 건강장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건강관리 카드 발급요건과 대상에 급식 노동자를 포함시켜서 우리도 이 제도의 혜택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행복하지만 일하는 우리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정년을 맞이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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