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호]노동자의 권리 주체성 확보와 산업안전보건법 체계의 전환 필요성

[초점]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18-06-20 13:24
조회
78

김종하 -산추련 운영위원


1.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제출되다.
정부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 대하여 노동계와 경영계의 요구와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노동부는 지난 2. 9. 입법예고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에 대한 의견수렴중에 있다.
정부는 지난 1. 23.에 산재사망사고 감소대책을 발표하면서 2022년까지 사고성 사망재해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발표를 하였고, 곧이어 28년만의 산안법 전부개정안을 제출한 것이다.
위 개정안과 관련하여 노동계와 경영계, 전문가등 이해관계인들은 다양한 입장과 문제제기를 계속하였고, 노사 모두의 불만이 높다는 이유로 노동부는 현재 위 개정안의 보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의 주요 내용
정부가 제시하는 산안법 전면 개정 이유는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모든 사람이 안전한 일터에서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하여 법의 보호 대상을 일하는 모든 사람으로 넓히며, 발주자·도급인 등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책임 주체를 확대하고, 법 위반에 대한 처벌 수준을 상향하며, 제재수단을 다양화하여 법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 “산업재해 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근로자가 작업을 중지하고 긴급대피 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하고, 사업주가 작업을 중지하고 긴급대피한 근로자에게 불이익 처우를 한 경우에는 형사적 제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유해·위험 물질을 국가가 관리하기 위하여 제조하거나 수입하는 자로 하여금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작성하여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제출하도록 하고, 영업 비밀을 이유로 화학물질의 구성성분 등 일정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 위해서는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것”인데, 이와 같은 개정 이유는 일부 환영할 만한 선언적 취지가 담겨 있다.
가장 눈에 뛰는 것은 모든 노동자들이 산안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사용자의 책임 범위 및 수준을 높여내며, 도급금지 등 유해업무에 대한 제재 및 노동부의 감독기능을 강화하는 것 등이다.
위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항목별로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3.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에 대한 각계의 의견 및 요구

위 개정안과 관련하여 각계의 의견 및 요구가 제출되었다.
첫째, 일하는 사람의 개념에 대해 정의를 명확히 해야 하며 특수고용노동자의 적용문제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둘째, 작업중지권과 관련하여 긴박한 위험의 정의가 모호하다는 의견과 작업중지주체가 일하는 사람으로 규정되는 등 강화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이외에도 도급제한 및 금지와 직무 스트레스 등 정신건강 예방조치, 안전보건 관리체계, 물질안전보건자료 등 기업 비밀정보의 제출, 법 개정의 명확성 관련한 각계의 다양한 의견들이 제출되어 있다.

4. 노동자의 권리 주체성 확보와 산업안전보건법 체계의 전환 필요성

우리나라의 산업안전보건법은 제정 이후 오랫동안 국가가 노동건강권을 보장한다는 명분용으로만 존재하며 경제성장이라는 목표에 밀려 사문화되어 있었고,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조금씩 그 실효성을 갖추어 가고 있던 중 외환위기가 닥치자 기업부담의 완화를 내세우며 무차별적인 규제완화의 대상이 됨으로써 노동 안전은 방치되었다. 그리하여 끊임없이 확대되는 재해발생과 피해자들의 고통이 가중되면서 어쩔 수 없이 일부 안전 기준을 강화하기도 하였지만 솜방망이 규제라는 수식어는 늘 따라다녔고, 사업주들은 산업안전보건법을 다 지키면서 사업을 하면 사업이 망하고 만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며 죄의식을 갖지 않았다.

최근 들어 더 이상 기존의 산업안전보건 체계를 유지할 수 없는 지경이 되자 이번 전면개정안이 나왔으나, 이 또한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난다는 등의 주장이 강하게 제시되고 있고, 노동부는 이러한 주장을 수용하여 재검토 작업을 진행중이다.

그동안 경영계에서 요구해 왔던 산업안전보건법상의 규제완화 요구를 살펴보면, ① 적용범위 축소 요구(사업의 종류·규모 및 사업의 소재지, 유해·위험의 정도 등 사업장의 특성에 따라 달리 정하고, 적용범위에 해당하는 사업장이라 하더라도 그 규제 범위를 현실적인 상황에 맞게 조정)
② 산업안전보건 감독 실시 전 사전통지 요구(불시 감독을 제한하고, 사전안내 후 현장 감독)
③ 시정지시 확대요구(범 위반시 시정지시 없이 과태료 부과를 함으로써 전과자를 양산하므로 시정지시를 확대함으로써 기업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행정의 효율성 도모)
④ 적정한 과태료 부과 요구(과태료 규정이 너무 많고 금액이 높아 적정한 과태료 부과가 요구됨)
⑤ 복잡한 과태료 부과 법령의 정비 요구(전문화 및 세분화되어 있고 방대한 내용이므로 업종과 유해인자를 중심으로 안전과 보건조치의 대상과 목적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공통적 안전관리에 관한 내용과 작업유형, 작업환경, 기계기구 및 화학물질에 대한 세부기준 제시형태로 복잡한 과태료 부과 관령 법령의 정비)
⑥ 사업주의 자율안전보건활동 참여유도(적극적인 안전보건활동에 대한 적절한 보상, 재해 예방 사업장에 대한 보험료 인하 혜택, 관급공사 또는 조달 입찰 시 무재해 사업장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제도의 확대 등)
⑦ 사업장에 대한 충분한 홍보(안전보건 활동에 대한 홍보와 교육을 통하여 산재예방 실현)
⑧ 과도하게 많은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제출 절차 및 필요서류의 간소화(절차가 복잡하고 경제적인 부담이 많으며,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부담이 증폭됨)
⑨ 명령·지시적 방식의 보완등이다.
이러한 경영계의 요구는 성장 우선의 미명하에 거침없이 받아 들여졌고, 우리나라의 산업재해율은 세계최고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이처럼 기업의 편의와 경제적 이익에 편승한 노동안전보건체계는 많은 노동자들의 고통과 피눈물을 머금고 있다.
우리나라의 산업안전보건법은 기술적 노동보호법이며, 노동자의 생명, 건강에 기술적 요인이 미치는 영향을 규제대상으로 하는 법률이다. 이번의 개정안은 기술적 보호의 범위를 확장하는 측면에서 긍정성을 가지고 있지만 오늘날 세계적인 추세는 노동안전보건법규가 직접적인 건강, 사고의 위험에 대한 보호가 아니라 인간적인 노동을 배려하는 범위 확대로 나타나고 있다.

안전한 일터에서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려면 노동건강권과 관련된 보편적인 안전주의에 대한 일반의무규정을 명백히 함으로써 산업구조의 변화나 계약 형식에 관계 없이 적용해야 한다.
일반의무규정은 사업의 수행을 통하여 사람에게 건강과 안전에 위험이 있었다는 것이 증명되면 사용자는 그 위험을 최소화하거나 제거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실행가능한 모든 조치가 취해졌다는 것을 증명하지 않으면 그 위반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만 하며, 복잡하게 보호대상 범위를 논쟁하면서, 근로기준법과 동일하게 사용종속관계에 기초하여 보호대상을 설정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사용사업주의 안전주의의무를 명백히하고, 동일 사업장 건물내에서 도급과 수급관계에서 일하는 사람에 대한 도급사업주의 안전주의의무와 사업장을 통제하는 사업주의 유해성ㆍ위험성이 있는 화학물질관련 안전주의의무, 그리고 제조물과 관련된 제조업자의 안전주의의무를 규정하고, 사업과 관련하여 ‘일하는 사람’(고용상태가 아닌 경우 포함)에 대한 안전주의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적어도 일하는 사람 모두가 건강과 안전의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모든 조치를 취하게 하여야 한다.
그리고 산업재해 예방의 현실화는 그 동안의 규제 미비, 규제완화등의 과정에 비추어 보면, 기업의 자율적 조치나 정부의 감독에서 실현되지 않는 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일하는 사람 모두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은 건강과 안전마저도 사용자에 대하여 종속되어 있는 상태로서는 실현되지 않는다.이러한 기초위에서 노동자의 산업재해예방 활동 참여가 이루어져야 하며, 적어도 작업장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유해요인조사’, ‘위험성평가’, ‘안전보건개선계획’, ‘공정안전보고’등에 있어서 노동자의 직접적인 참여권이 보장되어야한다.
산업안전감독관의 권한 확대(활동 시간 보장, 자료 제공 요구권, 자료열람권, 작업중지권 등),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의결 사항 확대 및 이행방안등을 규정하여 산업재해 예방의 실현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현재 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안을 재검토하고 있는 주요 내용은 계약 체결의 자유 제한 여부, 원청과 하청의 안전관리에 대한 책임·역할을 구분 여부 등이며,  기술적 산업안전보건법 체계를 유지하여 사업주가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범위를 어디까지로 보장할 것인가에 대한 검토일뿐이다.
노동자의 권리 주체성 확보와 노동건강권과 관련된 보편적인 안전주의에 대한 일반의무규정의 확보는 인간적인 노동을 배려하는 산업안전보건체계를 수립하기 위하여 우리가 계속 노력하여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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