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호]2017년 5월 1일, 무너져 내린 노동절 당신을 잊지 않고 기억하려 합니다.

[만나고 싶었습니다]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18-06-20 13:32
조회
53
게시글 썸네일

1년, 달라진 것 없이 살인자는 멀쩡합니다.
365일, 많은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져갑니다.
8760시간, 아직 2017년 5월 1일 2시 52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마틴링게 P모듈 위에서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갑자기 어디선가 쿵 하는 엄청 큰소리가 났었지만 조선소 작업환경이란 것이 소음과 진동은 워낙에 빈번한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던 중 또 다시 한번 더 쾅 소리가 나기에 무슨 일이 났다 싶어 저와 마주보고 있던 어릴 때부터 동네 선배이자 조선소 입사동기인 절친한 형에게 피해라고 소리치며 저와 형은 동시에 뒤로 뛰었습니다. 뛰고 난후 바로 또 쿵 소리가 났으며 정신 차리고 앉아 있던 자리를 둘러 보니 그 자리로 크레인 붐대가 무너져 있었습니다.
이동 중 쓰러져 죽어 있는 저와 같은 팀인 막내가 보였습니다. 미동도 없이 머리쪽에서 피를 많이 흘리며 누워 있는 모습에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하고 먼저 형만 부축하여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데 한쪽에서 멍한 얼굴로 얼굴에 피를 흘리며 앉아 있는 모르는 작업자가 절 보며 팔에 감각이 없어요....제 팔은 괜찮은가요...살려 주세요...라고 하는데 외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형을 옮기고 부축하는 것만도 벅찼으니까요...
나만 안 다친 것에 대한 미안함과 내가 조금 더 빨리 움직였더라면 둘 다 안 다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후회와 유난히 나와 형을 잘 따르던 막내.oㅎ....를 챙기지 못한 죄책감과...날 보며 살려 달라고 말하던 작업자를 외면했던 나 자신을 원망 하게 되었습니다.
하늘이 보이는 곳은 외벽이나 주위에서 뭐가 떨어지거나 무너질까...건물 안에 있으면 여기서는 무슨 사고가 생기지 않을까...어디로 대피해야 되나...그런 것만 생각하고 있는 제 모습에...놀라며...죽은 막내가 꿈에 자꾸 나타납니다. 아무런 말없이 원망스런 눈빛으로...."   (피해노동자)

“ 내일 딱 그 사건 이후 1년이 지났는데 제 삶은 거기서 못 벗어나고 있어요.
그 이후로 악몽이랑 불안에 시달리고 남들은 청춘이 소중하다고 하는데 저한테는 잃어버린 1년이었습니다. 언제쯤 그때 크레인 사고로부터 벗어나서 다시 살 수 있을지 너무 고통스럽네요 외적으로는 다친 것도 없으니 다른 사람들한테 어떻게 힘든지 말도 못하고 제가 나약한 것 같아서 자책감만 들고 이렇게 살 바에는 그냥 다 끝내버리고 싶은 마음뿐이네요. 약 먹어야 조금 나아지는 현실이 너무 지겹고 괴로워요... 저와 같은 고통을 겪는 사람이 없었으면 합니다. ” (피해노동자)

“ 사고 이후 여러 자리에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동생과 내가 일했던 현장이 얼마나 열악한 곳이었는지, 그리고 언제든 이러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남아있는 분들이 가장 걱정이 된다고,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변한 것은 없습니다. 동생이 보고 싶어 추모공원에 혼자서도 자주 찾아옵니다. 그 사고는 우리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었습니다.
사고이후 저는 사회에 고통받는 분들과 함께하려고 사회복지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중대재래기업처벌법이 통과되서 우리와 같은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노동자가 없어지기를 바랍니다. 아직도 그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하시는 다른 분들에게도 희망의 시간이 함께 할 수 있기를 멀리서라도 기원합니다” (피해노동자)

2017년 5월 1일,  노동절, 노동자의 하늘이 무너졌습니다. 거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제7안벽에서 골리앗크레인과 지브형 타워크레인이 충돌하였고 이 사고로 노동자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고 발표되었습니다. 비정규노동자들이 자본의 이윤추구에 처참하게 집단살해를 당 한 것입니다. 그러나 살인자 박대영 사장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습니다.
다단계 하도급구조의 비정규노동자들은 위험한 혼재 작업에, 공기압박에, 기본적인 안전조치조차 취해지지 않은 상태로 여전히 내몰리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무법천지에서 노동자들이 죽음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삼성중공업 크레인사고 피해생존 노동자들의 목소리기록 활동을 통해 살아남은 노동자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잊혀져가는 희생자를 온전하게 기억해내고, 살고자 하는 노동자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달하고자 한다. 너무 늦지 않았기를 간절하게 바랍니다.

왜 우리는
고통을 기록하는가?


기록은 돌보지 않은 고통에 대한 기억이며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 또 다른 기억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5월 13일

인권구술활동이란 무엇인가?는 교육을 받으며 왜 우리가 기록하고자 하는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시간을 갖었습니다.

 

"사람들에게 기록을 전하는 과정은 누구의 기억과 경험이 지배적인 기억이 되고 역사가 되는가를 둘러싼 치열한 싸움이다.
어떤 사건을 기억하는 방식은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것인지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에 권력을 가진자들은 피해생존자의 기억과 경험을 부정하거나 왜곡시키거나 최소하하려는 경향이 있다.
반면 피해생존자들은 사람들이 회피하고 싶은것을 말하면서 이 사회의 비정상성을 경고한다. 보고 싶지 않은것을 직면하면서 무너진 인간의 존엄을 상기시킨다. 이들은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 고통을 통해 알게 된 진실을 알리는 길에 나선다."  (인권구술활동기록 안내서- 인권구술기록활동네트워크 '소리')

 
5월 26일

트라우마의 이해와 사회적 트라우마 치유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교육이 진행되었습니다.

 

트라우마의 기억은 단편적이 아니라 모든것들이 그대로 저장되게 된다.
개연성없이 저장됨으로 어느날 갑자기 그날의 냄새가 기억이 나거나 그날의 장면이 문득 문득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그 각각의 기억들을 통합한 후 과거의 기억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트라우마는 의학적 용어가 아니다. 1980년 여성인권이 상승하고 베트남참여군인의 정신적 문제로 인해 PTSD가 의학적 진단명이 된것이다.
그러나 그 증상의 복합성으로 인해 단순하게 정의를 내리기가 힘들다. 각 사람마다 여러 증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복합성 외상후 스트래스 장애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의학적으로 인정받는 용어는 아니다.

트라우마는 의학적생물학적 이해와 사회적 트라우마로 이해해야 한다. 예를들어 세월호의 경우 자녀가 죽었는데 치료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보험금을 노린다거나 하는 시선과 사회의 냉대는 트라우마를 더 심하게 만들 수 있다.
트라우마를 겪는 많은 분들은 자신의 트라우마에 대해 가족들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피해자들간의 연대는 굉장히 중요하다. 특히 동질성(같은사건, 비슷한 생활 수준 등)을 가지는 경우 공감이 잘 될 수 있고 치료의 효과도 높아질 것이다.

생명과 안전은 시혜가 아니라 권리입니다. 그 동안 웅크리고 있던 목소리를 듣고, 기록하고 세상에 알리려 합니다. 그리고 당당한 권리의 주체로 설 수 있게 지지하고 연대하고자 합니다. 지난해 5월 1일 크레인 사고를 온전히 기억하고 더 이상 이러한 참혹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윤보다 생명이 우선이 되는 세상을 향한 작은 발걸음을 시작하는 이유입니다.
삼성중공업크레인사고  피해노동자 구술기록활동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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