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호]2017년 5월 1일 발생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충돌 사고를 통해 본 쟁점과 노동의 대응방안

[초점]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19-07-05 11:24
조회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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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하 // 법무법인 믿음


2017년 5월 1일 노동절에 발생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사고(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로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크게 다쳤다.
사고의 경위 및 내용은 이미 언론등에서 많이 다루었기 때문에 생략하고, 이 비극적인 사고를 계기로 드러난 쟁점들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1. 원청에게 확실한 면죄부를 준 판결

- 규정과 규칙의 준수 책임이 작업자에 있다는 주장에 대하여

이 사건과 관련하여 작업방법과 관련된 규정이나 지침을 철저하게 준수하지 않은 작업자들의 잘못에 기인한다고 본 사례는 2019년 5월 7일 선고한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의 판결이다. 위 판결은 '규정이나 지침은 그 존재만으로는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기능이 없고, 결국 작업자들이 이를 철저히 준수함으로써 실제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함으로써 사고 원인을 현장 노동자의 작업 부주의에서 찾은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사업주에게 산업재해 예방 의무를 부담하도록 정하고 있고, 산업재해 예방조치를 다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처벌하는 것이지 작업자가 부주의 한 것인지 여부는 문제 삼지 않는다. 그런데 위 판결은 작업자가 규정 준수를 잘 했더라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함으로써 위험한 작업을 지시한 사업주의 책임을 묻지 않은 어처구니없는 사례이다.

- 작업방법의 변경과 충돌방지장치 없는 것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되는지 여부

삼성중공업은 마틴링계 플렛폼의 최초 수주 당시 19,520톤 규모의 공사를 받았는데, 공사 진행과중 중에 공사규모가 23,330톤으로 증가하였으므로 설계 변경을 하게 되었다. 위 작업 현장에서는 플렛폼 높이가 상승하기 이전까지는 T자형 타워크레인을 사용하였는데, 플렛폼 높이가 상승하게 되면서 지브크레인을 설치하게 되었고, 두 크레인간 간섭이 불가피한 구조가 되면서 중첩작업이나 충돌 위험성을 대비해야 했지만 신호수를 두는 방법으로 안전조치를 하였을 뿐이다.

이러한 작업 방법은 구조적으로 충돌 위험성을 만들어 둔 후에 신호수와 작업자의 의지와 노력으로 사고를 방지하는 소극적인 방법인데,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작업으로 인해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이 있는 경우 출입금지구역을 설정하여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다, 크레인을 사용하는 작업의 노동자의 유해·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작업방법과 노동자 배치를 결정하고 그 작업을 지휘하는 일 등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지 않았으며, 중량물의 취급 작업은 안전대책등의 사항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그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충돌 위험이 상존하고 있는 작업장에서 크레인간 간섭 내지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방법이나 크레인의 전도, 붕괴등의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안전대책을  작성하지 않은 것이다.
크레인간 충돌 방지를 예방을 위한 신호방법을 정하지 아니하였으며, 하도급 업체와의 안전·보건에 관한 협의체를 구성하여 정기적으로 회의를 개최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는 등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조치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따라서 충돌방지장치가 없는 것을 포함하여 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당연히 사업주의 책임이 된다.

2. 조선업 중대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
- 무리한 공정 진행을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가 가능한지 여부

안전사고 발생의 주요 원인은 무리한 공정 진행에 있다. 무리한 공정 진행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하청업체들의 저가수주 경쟁을 자제시키고, 원청이 안전관리능력을 확보하도록 하는 방안이 제시되기도 하나 이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기형적인 하도급에 있다. 원청인 삼성중공업은 무리한 공정이 진행될 수 밖에 없음을 알면서도 그 위험을 하청에 전가할 요량으로, 무리하게 수주하여 하청에게 위험한 공정진행을 부담시켰고, 결국 이번 사고를 초래했다.
기형적인 하도급 구조를 변화시키지 않는 한, 무리한 공정 진행을 규제하는 법적 장치를 두더라도 이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에 불과하여 실질적으로 산업현장의 위험한 공정진행과 산업재해는 되풀이 될 것이다.

- 다단계 재하도급의 제한적 허용 방안이 있는지 여부

중대재해 발생시 위험 예방 방안이라며 다단계 재하도급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이 종종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은 재하청이 필요하지만 위험한 부분은 재하청을 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안전관리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대안 제시이다. 오늘날 다단계 하도급의 확산 원인은 대기업 중심의 산업체계와 생산능력 및 관리능력이 부족한 기업이 저임금과 안전관리에 대한 무책임을 전제로 수주를 하기 때문에 발생되는 것이다.
다단계를 제한적으로 허용할지 여부를 검토할 것이 아니라 안전관리 비용조차 부담하지 않는 낮은 도급 대금을 제한하고, 생산능력과 관리능력이 부족한 원청이 기업규모만을 이유로 이윤을 획득할 수 있는 구조에 제한을 가해야 한다. 원청의 직접적인 안전관리비용의 부담과 고용책임을 부과하는 것만으로도 다단계 재하도급은 충분히 제한될 수 있다.

3. 다단계 재하도급 노동자의 근로자성

하도급의 재하도급화는 그 꼭지점에 있는 원도급인 회사는 이익을 얻고, 그 말단에 있는 하도급 회사는 책임을 져야 하는 전형적인 흡혈자본의 모습이다. 물론 이와 같은 규정에 반발하여 다단계 재하도급화로 대기업이 실질적인 이익을 얻은 것이 없다는 지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생산능력 및 관리능력이 부족한 대기업이 수많은 하청 노동자들의 업무상 재해로 인한 죽음과 부상, 고용단절과 부당한 처우를 바탕으로 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이미 파산지경에 이르렀을 것이다.
그동안 다단계 하도급은 무분별하게 확산되었고, 원청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당해 노동자는 동일한 작업장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며, 원청의 지배관리를 받고 있으면서도 마치 보이지 않는 존재인 것처럼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다가 하수급인이 사업자 등록을 하면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꼼수를 부리기 시작하면서 하도급의 끝자락에 있는 일명 물량팀들은 사업자 등록을 해야 했다. 그리하여 근로자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지난 2017. 5. 1. 삼성크레인 충돌사고로 재해를 당한 물량팀 사업자 진씨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여 요양불승인 처분을 받았으나, 재심사 청구로서 위와 같은 파행을 지적하고 왜곡된 고용구조를 드러냄으로써 근로자성을 인정받았다.

4. 조선업 중대 산업재해 국민참여 조사위원회의 한계

삼성중공업 크레인 충돌 사고 이후 국민참여조사위원회가 구성되었고, 위 조사위원회는 국민이 충분히 납득할 때까지 사고 원인을 투명하고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하였다.
그렇지만 사고 현장에 대한 방문과 자료제출요구 등 강제력 있는 활동을 하지 못하였다. 심지어 그 구성원들도 고용노동부의 일방적인 위촉으로 이루어졌고, 조사보고서 조차 수차례 조정을 거쳐서 나올 수 있었다.
결국 그 조사보고서는 기업의 이해를 대변하고 조정하려는 과정에서 방향성을 잃게 되었고, 대안과 대책의 구체성, 현실 가능성, 각 대안에 따른 고용구조에 대한 파급력과 경제적 예상효과에 대한 최소한의 분석 조차 미비한 결론을 내고 말았다.
형식적인 개혁의지는 구체적인 현실에서 좌초되고 만다는 경험을 한 것이다.

5. 중대재해 기업 가중처벌의 필요성

우리 사회는 경제성장이라는 과제 앞에 기업처벌을 망설이는 정도가 지나치다.
인권이 놀랍게 신장되고 있지만 바로 눈앞에 있는 산업현장과 관련하여서는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쉽게 외면하고 있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말이 수십년째 반복되며 맴돌고 있다. 더구나 원청은 안전보건에 대한 사업주의 책임에서 자유롭고, 꼬리자르기식으로 하청업체들이 처벌받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사고를 유발한 기업과 정부에 조직적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 기업 가중처벌법’의 제정은 산업안전에 대한 관념을 바꾸는 것 뿐만아니라 우리 사회의 기업이 노동자들과 어떻게 협력해 나아가야 하는지를 새롭게 제시할 수 있는 기준이 될 것이다.

6. 노동재해와 재해 트라우마에 대한 제도마련이 시작되어야 한다.

삼성중공업크레인충돌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로 산재요양승인을 받은 노동자들 수는 14명이다. 단일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 산재 승인건 중 가장 많은 사례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재해 트라우마는 생경하며, 꾀병 정도로 받아들이질 만큼 외면 받고 있다.
산재 승인을 받은 사람들조차도 5개월 정도의 처리기간을 거쳐서 결정을 받았기 때문에 그 대기기간 동안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여 만성화되는 악순환에 빠진다. 상담기관 및 병원치료의 연계 등 지역적인 지원체계의 구축과 치료, 보상, 현장개선, 복귀의 사회 통합적 지원대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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