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호]마음깊이 통하며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들

[만나고 싶었습니다]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19-07-05 11:31
조회
10
게시글 썸네일
- 심심통통 구성원 소개를 자세하게 해주세요.

채민 : 심리상담사로 근무하고 있는 한 채민입니다. 어쩌다 보니 심심통통 심리상담사 모임 팀장이 되었네요. 집이 제일 가까워서 회의 참석하기 좋아서라는 이유로 ㅎㅎ...

지명 : 일터에서 직원과 직원의 가족 심리 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직무스트레스로, 대인관계 문제로, 감정 조절 어려움으로, 가족 갈등으로, 자신의 성장에 대한 관심 등으로 마음 다루기를 의논하러 오시는 개인을 만나고, 가끔 부서나 회사가 의뢰하면 마음건강 관련 교육 등으로 만나기도 합니다.

미영 : 유아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그들에게 내 안에 따뜻한 마음을 나눔으로써 서로의 성장을 도모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선현 : 평화로운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것들과 실천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심리상담사입니다.

현진: 불안정노동철폐연대 교육부장과 집행위원으로 활동해왔고, 2016년 대한불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으로 활동해오면 노동자와 현장활동가 심리지원사업을 해왔습니다. 현재는 고향이 대구 내려와 지내고 있는데 6월부터 심심통통에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 심심통통 모임이 시작된 계기는 무엇인지요? 각자는 어떻게 결합하게 되었는지 동기

지명 : 공부했던 심리학이 개인과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데에 도움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2016년에 산추련 내 사회건강심리센터 반상근 활동을 시작했지만, 막상 역할과 역량에 대해 스스로 느끼는 혼란과 좌절이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2017년 S&T중공업 지회 노동자들이 기약없는 휴업과 희망퇴직으로 고용불안을 조장하는 회사의 부당행위에 맞서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하고 있을 때, 투쟁 노동자들의 마음건강 보호를 위한 연대, 지원 활동을 이은주 사무국장님이 제안했습니다.
함께 할 수 있는 상담자들을 찾고, 함께 회의하는 모임 과정에서 이은주 사무국장님이 심심통통이라는 이름도 제안했었는데요. 이름에 담겨진 의미가 좋고 반가워서 다들 만장일치로 동의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마음 깊이 통하여 나아간다는 의미도 좋았지만, ‘통통’이라는 어감이 늘 오르락내리락 변하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심통’이라는 어감이 마음에 대해서 마냥 밝고 긍정적이어야만 할 것 같은 형태로 강요하지 않는 느낌이 더 반갑고 마음이 갔습니다. 나의 존재가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존중하지 않는 이에게는 ‘심통’도 나고, 심통을 부릴 수 있다는 건, 내 감정을 내가 알아채고, 드러내고, 나를 지키는 힘이 있다는 뜻이 되기도 하니까요.

채민 : 노동자들의 심리 지원을 위한 심리상담사들의 모임이 있다고 들어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심리지원 개입이 되기 전 노동자분들이 전원 복직이 되어 이왕 심리사들이 모였으니 해산하지 말고 모임을 지속하다가 심리 지원이 필요할 때 도울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이 있어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모임에 참석하였습니다.

미영,선현 : 경남근로자건강센터에서 2017년 5월 1일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관련하여 설문조사 활동으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이후 심심통통 모임에 함께하고 계시던 분들이 이런 모임이 있으니 같이 해보면 어떨까요라는 제안을 하셔서 함께하게 되었지요.

- 심심통통 모임에서 해왔던 활동은?

지명 : 2017년 생존권 투쟁을 하고 있던 S&T중공업 지회 노동자들의 마음건강 보호를 위한 준비 논의를 하던 중, 회사와 합의가 되면서, 상담 지원 활동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우리에게는 생각과 마음을 나누던 심심통통 모임 형태가 남았어요.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피해 노동자들을 만나 구술 기록 작업을 함께 의논하면서 재개된 모임이 구술 활동 후속으로 함께 공부하면서 조금 더 다져지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지금은 구술 참여 노동자 분들의 트라우마를 더 자세히 살펴보고,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미영 : 활동을 하기 위해 함께하긴 하였지만 참여도가 부족하였습니다. 이제부터 활동다운 활동을 해보기 위해 노력하려 합니다.
- 삼성중공업 크레인사고 피해노동자 구술기록 활동에 참여하면서 각자가 고민했던 것은

선현 : 무게감. 그리고 나의 덜 민감함으로 다시 상처 주는 건 아닐까 하는 염려가 되었고요. 지금은 앞으로 나의 활동을 어떻게 하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채민 : 말하기 힘든 부분을 다시 이야기해달라고 요청해야 하는 부분이 굉장히 조심스럽고 부담스러웠습니다. 3년 전 세월호 유가족 중 두 분과 같이 마산에서 서명받기를 진행했는데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어떻게 대해야할지 굉장히 어렵고 무거웠는데 구술기록 참여를 하면서 그때 그 감정을 다시 느꼈었습니다.
나의 질문이 이분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그분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지명 : 참여 시작할 때는, 피해노동자 분들이 자신의 마음의 목소리를 듣고자 하는 이에게 신뢰를 느낄 수 있다면, 기록된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져서 억울함과 아픔을 이해받고, 재발을 막는 데에 기여할 수 있음이 그 분들에게 느껴진다면, 미약하더라도 치유의 시작이 되지 않을까를 기대하고 바랬습니다.
노동보건 활동가, 인권구술 활동가, 상담자들이 각자 했던 작업을 함께 공유하고, 회의에서 함께 검토해가던 과정에서, 인권구술활동가들이 어떤 의미에서는 더 심리상담자라고 느낀 경험으로 반성도 하게 되었습니다. 경청하고, 공감하고, 말로 표현되지 않은 뒷 마음까지 읽어주시는 모습에 감동받았습니다.
그리고 구술 작업에서 상처가 건드려지기는 했지만, 충분히 다루지 못한 데에서 어려움이 생길수도 있는데요, 산재처리 과정에서 이은주 활동가를 통해 지지받음을 느끼고, 소통할 수 있고, 든든함과 신뢰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그 분들의 고통을 자신의 몸과 시간으로 버텨내는 이은주 활동가의 대리외상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무언가를 하지는 못했군요. 트라우마 있는 분들을 자주 접촉하는 실무자들의 마음 나눔 프로그램도 앞으로 고민해보아야 할 것 같아요. 또, 이분들의 사고 이후의 삶과 치료과정들을 전해 들으면서, 이런 사회적 트라우마는 개인의 상담과 치료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상당함을 느꼈습니다.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로 제대로 다루어지는 시스템이 있었다면, 이렇게 고통이 오래가지 않아도 될 수도 있었는데 하는 안타까움, 그리고, 당한 생존자 한사람의 어려움으로 그치지 않고, 가족의 고통으로 확장되고, 심한 경우에는 대물림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염려 같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가족을 위한 치유 프로그램도 필요하겠구나..이런 생각들이요...

미영 : 구술기록 활동에 참여하면서 ‘나는 왜 이 작업을 하려고 하나?’ 이 작업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했던 시간이었습니다.

- 올해부터 심심통통이 산추련 팀으로 편재되었습니다. 어떤 활동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는가요?

현재는 2018년 책 작업을 위해 진행했던 구술내용 중 트라우마 증상별로 분류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하반기에는 노동재해와 트라우마와 관련된 설문지를 제작하여 실제 현장에서 산업재해 발생 후 어떻게 사고 과정이 수습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재해자와 목격자들에게는 어떤 도움이 제공 되는지 등을 파악하고자 합니다.
노동재해 트라우마 증상과 설문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노동자들에게 재해가 일어났을 때 어떤 권리가 필요한지를 정리해보려 합니다.

- 사회적으로 트라우마 등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분위기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요?

채민 :  이전에 비해 트라우마라는 단어를 일상생활에서 들을 수 있을 만큼 트라우마라는 단어가 많이 보편화 되었고 사회적으로도 그만큼 관심이 높아졌구나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트라우마가 한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낮아 보입니다. 트라우마는 나의 의지로 조절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가 제대로 된 관심을 가지고 트라우마가 무엇인지 알려고 한다면 좋겠습니다.

지명 : 고혈압이나 당뇨를 심하고 급할 때야 약을 먹고 조절하더라도, 일상에서 식습관과 운동으로 조절하고 관리할 수 있음이 상식입니다. 이처럼, 마음건강도 몸 건강, 관계, 의사소통, 인정과 존중 등으로 조절 관리될 수 있음이 상식이되는 날, 피치 못하게 심해진 상태에서는 사람 자체에 대한 비하나 편견 없이 약물로 조절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날이 얼른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적절한 시기에 다루어지지 않아서 예방되지 못한 어려운 문제들, 증상인데도 정신건강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 성격이나 사람에 대한 평가로만 오해되고 서로 상처 주고받는 갈등들, 치료시기를 놓치고 고통이 길어지는 어려움들이 더 이상 불필요하게 되풀이되거나 늘어나지 않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일상생활과 관계, 삶을 변화시키는 마음건강에 대한 연구와 상식들이 늘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문가들이 알고 있는 지식의 상식화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록 필요에 의해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들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미영 :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는 매우 긍정적이나 자극적, 이슈화 하는 것이 아니어야 합니다.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로 접근하여 좀 더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현 : 많은 사건, 사고로 인해 생긴 사회적 트라우마에 대한 지속 가능한 관심과 타인의 상처와 아픔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안전한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 타인의 고통을 나누고 함께하는 심리상담과정은 상담자에게도 많은 어려움들이 있을 것 같다.  상담 뒤에 어려움은 어떻게 관리하는지요?

채민 : 상담사는 그 사람과 함께 동행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상담실 문을 열고 나가면 여전히 그 현실이 기다리고 있을 때,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그저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일 때 내가 얼마나 무력한 사람인가를 느끼게 됩니다. 그럴 때는 제 마음을 이해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친구나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저의 마음을 이야기 하거나 사람이 잘 오지 않는 한적한 커피숍에서 따뜻한 자몽차를 시켜 창밖을 바라보다가 이제 일어나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때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뭐... 딱히 상담사라고 유별난 건 없구요.
수다 떨고 단거 먹고 남들과 다를 게 없이 푸네요.

지명 :  함께 공부했던 사람들에게 전화해서 의논하거나 갈증이 생기는 교육을 찾아서 받으면서 환기하고요. 운동을 하면, 힘이 나기도 합니다.

미영 : 가끔은 소진되어서 몸도 마음도 지칠 때 만다라문양 색칠하기, 음악듣기, 명상, 요가 등으로 회복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저에겐 매우 효과적이라 회복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한층 업그레이드 되는 것 같습니다.
문 선현 :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합니다. 그리고 나의 조력자들과 대화를 나눕니다. 맛난 것들을 먹으면서.

- 이 글을 볼 노동자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채민 : 일요일인데도 배달하시는 택배노동자를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정말 치열하게 사는데 왜 항상 우리의 내일은 불안하기만 한 걸까. 오늘의 내가 치열하게 살고 있을수록 내일의 불안함이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겠지만 그럼에도 오늘을 치열하게 살아내고 있는 나에게 격려를 해 주었으면 합니다.
내일은 불안하지만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내고 있는 나에게 토닥토닥. 하고 보니 나에게 하는 이야기 같습니다. ㅎㅎㅎ

미영 : 산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라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날들이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 전하고 싶습니다.

선현 : 괜찮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힘들어 해도 괜찮고, 어렵다고 이야기해도 괜찮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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