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호]뭘 해야 하지 ? 뭘 할 수 있을 까?

[일터에서 온 편지]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19-09-20 11:11
조회
2556

세신버팔로지회// 진창근 회원


아침 5시 55분
멍한 상태로 거실로 나와 냉장고에서 찬물을 꺼내 찬물을 먹고 나면 정신이 좀 든다. '끊어야지'라는 생각은 하루에도 몇 번을 하지만 몇 십 년째 피우고 있는 담배 한 개를 피우면  하루가 시작된다.

통근버스를 타려면 6시30분에는 집에서 나가 근처 시내버스정류장으로 가야하는데 가끔 시내버스를 잘  못 타 통근버스 다음 정류장에서 내리는 경우도 있다. 통근버스가 서는 장소보다 한 코스를 먼저 내리는데 걷는 운동 겸, 담배가 필요할 경우 편의점에 들른다. 6시 50분이면 통근 버스가 도착한다.
내가 통근버스를 타는 곳에서 4명이 함께 탄다. 내년에 정년인 사람, 허리산재사고로 허리가 약간 구부정한 사람, 생산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관리차장. 그리고 변전실에서 일하는 나.
통근버스를 타면 미리 탄 사람들이 있는데 다들 눈을 감고 있다.
나도 마찬가지로 통근버스가 함안 군북 IC지나 회사에 도착해야 그날 누가 출근을 안 했는지 안다. 이 시간이 대략 7시25분에서 30분 사이다. 출근카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카드로 출근 체크를 하고 나는 지문등록으로 출근 여부를 회사에 등록한다.
일을 시작하는 시간이 8시인데 너무 빨리 도착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다들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내가 일하는 변전실에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하루 먹을 녹차를 끊이고 어제한 일을 작업일보에 남긴다.
8시 5분전이면 일 시작 할 준비를 알리는 음악이 나오고 8시가 되면 일을 시작한다.
내가 매일 해야 할 일은 한전에서 오는 22,990V의 전기를 저압전기로 바꾸는 고압수배전설비를 점검하고 각종계기의 숫자를 기록하는 일이다. 이 구역은 혹시 다른 작업자가 들어가 사고 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자물쇠가 걸려 있다. 현장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은 앞으로 5년이면 약 70%~80%가 정년인 사람들이고 어떤 작업자는 실제 나이로는 정년이 넘은 사람도 있고 손자. 손녀의 사진을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작년에 회사는 법정관리를 신청을 했고  올해 6월에 자산관리회사가 인수를 해 법정관리가 끝났다. 정년이 몇 년 남지 않은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과 관심은  퇴직할 때까지 회사가 망하지 않고 돌아가는 것이다. 2017년부터 시작된 임금체불은 매월 되풀이 되는 일이라 지정된 날에 임금이 나오지 않아도 아무런 말도 없는 노동조합에 개별적으로 불만은 이야기하지만 이를 노동조합에 항의하지도,  회사에 항의하지도 않는다.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주식을 가지고 있는 조합원들은 회사 내에서 열린 주주총회에도 점심시간에 열린다는 이유로 참석하지도 않았고, 우리사주조합장인 지회장은 조합원들이 주주총회에 참석해 대표이사의 실책과 오류로 회사가 법정관리와 회사 명칭까지 사용할 수 없게 되었는데도 조합원들이 주주총회에 참석해 이를 항의하게 한다거나 임기가 끝나 새롭게 회사의 이사로 임명받고자하는 현 대표이사에 대한 반대를 조직하지도 않았다.

회사의 불법행위도 그냥 넘어간다.
회사의 감사는 주주총회에서 선임하는데 대주주의 경우 발행주식의 3%이상은 의결권 행사할 수 없어 소액주주가 주주총회에 참석해야 의결정족수를 채울 수 있는데 주주총회 때 표결결과 감사선임이 됐다고 선언했지만 주주총회결과를 신고하려고 보니 감사선임의결 정족수가 되지 않은 사실을  발견하고 주주총회가 끝난 며칠 후에  주식을  가진 조합원의 인감증명서를 받아 주주총회 참석위임을 받은 것처럼 위조하는 일까지 벌어졌지만 그냥 넘어갔다.
최저임금은 상여금을 600%를 매월 분할해서 받지 않으면 조합원 전체가 적용될 수도 있었는데 올해 7월에 끝난 2018년 임금교섭에서 상여금 600%을 매월 분할해 지급받고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수당 6만원을 신설하는 교섭결과가 조합원의 과반수이상으로 찬성으로 통과됐고 조합원들은 이 문제도 아무런 항의나 질문도 없었다.
최저임금의 경우 조합원도. 노동조합의 지회도 금속노조 경남지부 법률원의 교육받기 전에는 회사의 최저임금계산방법이 잘못된 것인지도 자신이 해당하는지 여부도 몰랐다. 노동조합의 지회에 이야기를 해도 해결되지 않고 자신이 한 말이 회사에 들어가  회사에 미운털이 박히고, 노동조합의 지회는  “회사상황이 안 좋으니” “회사 망하면 당신 책임질 수 있나”는 식의 말에 조합원들은 입을 닫고 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더운 여름 퇴근할 무렵이면 온몸에서 쉰 냄새가 날 지경이지만 아이스크림하나 시원한 수박화채나 미숫가루를 주지 않아도 회사관리자에게 사장에게 항의하지도 않고 아침저녁이면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조합원들의 일상은 단순 반복되는 하루의 일처럼 단조롭고 모든 일에 대해 관심을 표시하지도 물어 보지도 않는다. 현장게시판에 붙어 있는 지회의 소식과 노동조합의 교섭, 여러 가지 노동현안에 대한 투쟁 방침과 소식지를 자세히 보는 조합원도 거의 없다. 회사로 복귀한지 7개월이 지났지만 부당한 일과 불만을 어떻게 해결해야 되지 않겠냐는 식의 이야기를 해봤지만 응답이 없다.

노동현안문제도 경제문제와 정치문제도 마찬가지로 노동기본권, 자신이 직접 해당하는  최저임금에 대해서도 친일청산과 일본의 경제규제. 자한당의 꼴통 짓도 더불어 민주당의 노동기본권 후퇴에 대해서도 말이 없고 조국법무부장관의 임명과 관련해서도 말이 없다.
모든 일에 무관심과 모든 문제를 포기한 것처럼 보이는 게 지금 내가 일하고 있는 공장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을 변화시켜 보려는 노동조합의 노력은 커녕 이런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도 보인다.
뭘 해야 할지는 분명하지만 뭘 해 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앞으로 정년이 2년 몇 개월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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