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호]노동자의 죽음이 계속해서 반복될 수밖에 없는 실상을 고발한다!

[활동 글]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2-07-27 14:28
조회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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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3일, 대우조선에서 위험상황을 사내 HSE어플에 신고한 하청노동자가, 다음날 해당 업체 관리자 전체회의에 소집되어 폭언에 쓰러지는 일이 발생했다. 보름 전, 대우조선에서 ‘안전 최우선 경영선포식’을 선포하며 동료 안전 돌봄 문화, 작업 중지권 보장을 약속했기에 더욱 충격이 크다. 그런데 검색 창에 ‘대우조선 안전 최우선 경영선포식’을 입력하면 무수한 기사가 쏟아지지만, 정작 안전문제를 신고한 이유로 집단적인 보복행위를 당한 노동자의 이야기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지역의 한 언론은 이미 보도된 기사를 비공개로 전환하기도 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유가 노동자의 죽음을 예방함에 있을 것인데, 세상은 여전히 노동자의 죽음에만 분노했다.

피해 노동자는 올 2월에도 수차례에 걸쳐 소속업체 관리자에게 안전보건 자료를 요청했지만 무시를 당해 왔다. 노동부에 진정을 접수하자 대우조선 원청에서 해당 업체를 강하게 압박했고, 업체 관리자는 노동부 신고 때문에 폐업위기에 처했다는 협박으로 피해 노동자를 고립시켜 왔다. 노동부 또한 작업규정과 안전보건에 관한 자료를 노동자 개인에게 제공할 의무가 없다면서 사업주의 불법을 방조했다. 하나 둘, 동료들이 피하기 시작했다. 전반적으로 기업과 정부의 안전보건관리 시스템이 문제였지만, 여전히 노동자 개인의 성격 문제로 치부하며 노동자를 고통 속에 몰아넣었다.

이번 대우조선 사태는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보다는 처벌을 피하기 위한 요식행위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을 대하는 정권과 자본의 태도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대공장의 현실이 이럴 지인데 소규모 사업장은 얼마나 더 열악한 환경에 내몰려 있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일련의 사태는 노동자의 죽음이 계속해서 반복될 수밖에 실상을 말하고 있다.

피해 노동자는 ‘실신 및 허탈, 급성 스트레스’ 진단을 받고 산재를 신청 했다. 평소에는 괜찮다가도 폭언을 가한 당사자를 떠올리거나 마주치면 심리적인 불안을 느낀다. 그러나 가해자는 특정 개인이 아니라 대우조선 자체였다. ‘회사에서 이상한 소문을 만들어 나를 괴팍한 사람으로 만들어 놓고, 원청 관리자 사이에서도 이상한 사람으로 소문을 내어 놓아서, 이제는 앞에 나서거나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두렵습니다. 가장 힘든 것은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사회에 불필요한 사람이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당사자와의 인터뷰 내용이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위험요소를 확인할 수 있는 안전보건자료 요청이 과연 업체를 폐업할 문제인가? 건강할 권리 요구가 사회에서 불필요한 사람인가? 안전보건자료를 노동자에게 주지 않아도 된다는 노동부의 해석이 정말 합당한가? 이 같은 행태에 우리사회가 함께 분노하지 않는 한 노동자의 죽음은 계속해서 반복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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